제409호 김원식 현대증권 지점장⁄ 2014.12.18 09:14:38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 그 먹이사슬의 정점에는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가 자리하고 있다. 침팬지나 보노보노를 포함한 영장류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위치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적응력이 아닐까 한다.
이 적응력은 단순히 환경에 적응한다는 좁은 의미 뿐만 아니라 삶을 포괄하는 거의 모든 면에서 발휘된다. 침팬지는 간혹 육식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채식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채식이든 육식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인간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하는 동물도 없다. 주거면에서 볼 때 침팬지는 열대 숲 속에서 무리생활을 한다. 이에 반해 인간이 생활을 꾸려가는 영역은 지구상의 모든 곳이다. 열대우림이든 극지방이든 인간은 있다.
일찍이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사는 힘은 강하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의 적응력, 즉 익숙해짐은 환경적이나 생존의 부분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면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사랑하는 이와 아픈 이별을 한 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은 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을 수 있게 되고 저 엄중한 독채 치하에서도 평범한 생활은 이어지는 것이다. 이 익숙해짐은 언뜻 비인간적으로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인간 생존의 원천이자 근본적인 힘인 것이다.
적응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생존을 이어갈 수 있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슬픔과 아픔의 경험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이가 있다면 그는 머지않아 정신병동에 앉아있게 될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