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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인터뷰 - 박형준 국회사무총장]“국회미래연구원 설립해 생산적 정치 돕겠다”

“보수-진보가 머리맞대고 미래 위한 입법해야 정쟁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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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0호 심원섭 기자⁄ 2014.12.24 08:59:47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생산적인 정치, 숙의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미래연구원 같은 국가 중장기 과제를 다룰 국회 싱크탱크 기구를 설립해 정책 기반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 기존 상임위 전문위원실이나 법제실,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 미래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장기 전략과제 정책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12월 18일 오후 국회사무총장실에서 가진 CNB저널과의 송년 인터뷰에서 국회의 정책기반 역량 확충을 위해 “5년 단임제 하에서 정부에 이런 중장기 전략 연구를 일임하는 것은 잘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박 사무총장은 “한국 사회가 이미 하루아침에 넘어서기 힘든 긴 전환기에 들어섰다”며 “이 전환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혜와 담론, 그리고 실천적 모색들이 많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새해에는 이런 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사무총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공진(共進)국가’ 모델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지난 40~50년 동안 발전국가 모델을 추구해왔고 성공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고도성장은 더 이상 힘들어졌고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크게 높아졌다. 시민사회는 분화되었고 다양한 이익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국가의 역량에 비해 민간의 역량이 배가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발전국가를 계속 추구하는 것은 힘들고 사회적 합의와 공감, 소통과 연대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공진국가란 이런 가치를 중시하면서 사회 모든 부문의 공시적 진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사무총장은 1960년 부산 출생으로 대일고, 고려대를 졸업한 뒤 동아대 사회언론광고학부 사회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 여의도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 후 한나라당 공동대변인,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지난 9월 국회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다음은 박형준 국회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올 한해를 결산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생각도 못했던 국회사무총장이라는 자리를 맡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자리가 굉장히 의미있고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제가 생각했던 여러 가지 구상들을 펼치는 데도 상당히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무적으로도 많은 일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한해였고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하면서 여러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자체 싱크탱크 설립 추진에 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올해의 아쉬웠던 점, 그리고 내년을 전망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전체가 가라앉고 있는 느낌을  갖는 것은 물론 자칫 여기서 삐끗하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화두를 붙잡고 진지하게 성찰하려는 노력이 정치권이나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내년에도 똑같은 과제가 주어질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미 하루아침에 넘어서기 힘든 긴 전환기에 들어섰고, 이 전환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혜와 담론, 그리고 실천적 모색들이 많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새해에는 이런 변화를 기대한다.” 


- 새해 국회 상황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정치제도 개혁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개헌부터 선거제도 개편, 선거구 획정 문제가 다 관련되어 있다. 이런 정치개혁 논의가 어떤 범위에서 어떤 수준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아직 미정인 상태이다. 한국 정치에 대한 예측은 누구도 함부로 하기 어렵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기존의 발전모델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런 정치 틀에 대한 논의를 괄호 안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도 4개월째인데 과거 의원시절의 국회와 국회 사무처수장으로서 차이점이 있다면?

“의원 시절에는 정치적인 일에 많이 뛰어다니고 해서 입법지원조직 또는 입법행정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막상 사무총장을 맡고 보니 여기가 하나의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있었다. 입법부터 시작해 정책연구, 행정, 다양한 관리 이런 것들이 통합돼 있기 때문에 의원들의 의정활동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고 실질적으로 여야가 생산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것도 사무처 직원들의 보좌가 필수적이다. 국회가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도 입법행정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특히 하고 있는 일들이 국민들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국회의 정책기반 역량 확충을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생산적인 정치, 숙의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미래연구원 같은 국가 중장기 과제를 다룰 국회 싱크탱크 기구를 설립해 정책 기반 역량을 확충하는 게 필수적이다. 기존 상임위 전문위원실이나 법제실,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 미래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장기 전략과제 정책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정부에 이런 중장기 전략 연구를 일임하는 것은 잘되지 않는다. 출연 연구기관들도 당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들 중심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고, 미래 연구를 하더라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집행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만든 안은 국회에 오면 여당의 안으로 간주되기 일쑤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를 해서 어젠다와 연구 과제를 정하고 이를 보수-진보의 전문가를 아울러 충분히 연구와 토론을 거쳐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장기전략 연구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뜻을 받들어 국회미래연구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취지를 잘 이해한 여야 의원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개혁 같은 이슈도 이런 연구를 거쳐 여야가 논의한다면 정쟁적 요소를 크게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도 용이할 것이다.”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왼쪽)이 10일 국회를 방문한 아야드 나믹 마지드 이라크 의회 사무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새해 예산안이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에 통과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헌법을 지키는 전통을 이제는 세워야 할 것이다. 의장과 여야가 이런 취지에 공감하여 모두 노력한 결과 시한을 지켜냈다. 타협의 정치가 이뤄낸 개가라 할 수 있다.”


- 19대 국회 후반기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됐는데 문제점은 없다고 보는가.

“국정감사가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국정 감사를 둘로 나눠 시행하자는 방안에 여야가 합의를 이룬 상태이다. 금년에는 세월호 참사 문제로 급하게 국정감사가 결정되어 국정감사를 하는 의원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분리 국감이 실시되면 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공진(共進)국가’ 모델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대한민국은 지난 40~50년 동안 발전국가 모델을 추구해왔고 성공했다. 발전국가 모델은 국가의 계몽적 리더십에 의존하는 모델이다. 국가가 위로부터 자원을 집중적으로 동원하여 경제발전을 성취하고, 여기에 민주주의를 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고도성장은 더 이상 힘들어졌다.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크게 높아졌다. 시민사회는 분화되었고 다양한 이익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국가의 역량에 비해 민간의 역량이 배가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발전국가를 계속 추구하는 것은 이미 힘들다는 것이다. 일방적 계몽적 리더십도 더 이상 유용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와 공감, 소통과 연대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공진국가란 이런 가치를 중시하면서 사회 모든 부문의 공시적 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큐브 게임에서 빨간 색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랑, 초록, 하얀 색 등을 함께 맞추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도 지역주의 양당제에 기초한 진영논리의 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 일부 의원들이 ‘보좌관 면직예고’ 제도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의원들이 보좌진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보니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바로 면직되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면직토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합리적 제안이니 잘 의논되리라고 본다.”


-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경험에 비춰, 이른바 정윤회 씨와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비선실세 논란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 얘기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사무총장으로서 답변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여야가 국민들로부터 정치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양당 모두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있다. 잘될 것으로 보는가.

“혁신위는 국회 차원에서도 국회 자문위가 국회 혁신안을 제출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양당이 그런 혁신의 노력을 하면 의정활동의 질이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혁신의 범위와 내용-성격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잘되리라고 본다.”

▲심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왼쪽). 사진 = 안창현 기자


- 예산 국회가 끝나고 개헌과 선거구 재획정,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연말연시 정국을 달굴 3대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개헌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사회가 지난 40~50년 간 추구해온 발전국가 모델을 넘어서야 한다. 발전국가 모델에서는 대통령의 계몽적 리더십을 중심으로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고도성장을 이루고. 국민들이 고도성장의 혜택을 두루 받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모델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워졌다. 고도성장도 힘들어졌고 사회도 다원화 됐고 삶의 질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했다. 옛날에는 국가가 발전하고 개인이 혜택 받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국가가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중심에 두는, 성장의 양보다는 성장의 질이 중요한 시대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바꿔가는 데 있어서 지금의 정치제도는 안 맞는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는 식이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양당제 하에서 5년 단임제의 대통령 권력을 둘러싸고 늘 승자독식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도 없고, 정치적인 상생타협 연합의 정치를 하기도 어렵다. 이런 것을 단순히 정치인들의 자질문제나 개개인의 속성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 제도와 틀을 바꿔줘야 새로운 흐름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헌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개헌 방식은 앞으로 논의돼야 되겠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거의 다 나와 있지 않은가. 한사람의 리더나 특정 세력이 이끄는 나라가 돼서는 곤란하다. 수평적인 협력과 협치가 가능한 권력을 공유하면서 그 속의 공감대를 넓히고. 서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의 틀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측면에서 보면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소선거구제는 맞지 않고 권역별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한 중대선거 제도가 필요하고 개헌도 의회와 정부가 대립하는 모델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내각제적 요소가 훨씬 강화돼야 한다.”


- 정치적 꿈은 무엇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뭐가 돼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의지가 적다고 본다. 다만 우리 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것인가라는 생각과 구상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은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리라고 본다. 그런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나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꿈을 실현해 보겠다. 당장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이 되겠다, 장관이 되겠다 하는 꿈들은 안 갖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회 사무처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서 새해 각오를 한마디 해 달라.

“주말에도 열린 국회로 하고 있고, 1차로 인문학 강좌도 성황리에 마쳤다. 국회가 국민들이 와서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국회는 많은 지식과 정보의 보고이지만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돼 있다. 국회의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그런 내용들을 생생하게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국회가 여러 가지로 국민들을 만족시켜 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만족도를 제고하는 데 더욱 힘쓸 것이다.”

(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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