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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영어전도사에서 선플리더 변신 민병철]“한류 3.0은 배려하고 응원하는 선플운동으로”

초중고교 중심으로 좋은댓글달기 운동…中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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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0호 신상호 기자⁄ 2014.12.24 09:00:11

▲사진 = 신상호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영어 교육의 대명사다. 문법과 독해가 대세였던 1980년대 영어 회화 교육을 소개하면서 한국 영어 교육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민병철=영어교육’이라는 공식도 만들어졌다. 그런 그가 요즘 관심을 쏟는 것은 ‘선플(좋은 댓글) 달기’다. 2007년 그가 설립한 선플운동본부는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선플 달기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100만 선플자원봉사단 모집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그는 “배려와 응원이 깃든 선플은 한류 3.0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민병철=영어교육’에 이어 ‘민병철=선플’이라는 제2공식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선플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민 이사장을 만나봤다.』


- 선플달기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7년 2월 가수 유니가 악플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을 받았다. 당시 중앙대 교수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강생 590명에게 과제를 줬다. 연예인 10명의 블로그를 찾아가서 선플을 달도록 했다. 단순히 ‘좋아요’ ‘힘내세요’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악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악플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힘이 될 수 있는 댓글을 달도록 했다. 일주일 만에 570개의 선플이 달렸고 큰 호응을 얻었다. 여러 언론이 좋은 취지의 운동이라고 소개했고, 그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선플 운동 본부를 설립해 활동에 나서게 됐다.”


- 어떻게 선플 운동을 전개했는가?

“제주도에 갔다. 제주도는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인터넷 이용 빈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인터넷 악플 등 여러 문제가 많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중앙중학교 컴퓨터실에 ‘선플방’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선플을 달게끔 유도했다. 제주교육감도 만나 ‘선플 달기’ 활동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활동도 봉사활동 시간에 포함해달라는 것이었다. 선플을 달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 악플을 분석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독거노인 방문이나 쓰레기 줍기만큼 선플을 다는 행위도 중요한 사회적 활동 아닌가. 제주교육감이 그 제안을 수락했고, 제주도에서는 선플달기 활동이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게 선플 달기를 제도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동시에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현재 전국 6천개의 학교가 선플달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선플운동본부는 지난해 19대 국회의원들이 서명한 ‘국회선플정치 선언문과 서명의원의 명단이 새겨진 동판’을 전달했다. 사진 = 선플운동본부


민 이사장이 학교를 중심으로 선플달기를 제도화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선플 달기가 교육과 연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들이 악플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비판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분석한 자료를 통해 선플을 달면서 인성 교육도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 전문가다운 판단이다.


-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선플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가정에서도 어른이 잘해야 하듯, 우리나라에서도 의원이 잘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이유가 뭔가. 정책과 비전이 아닌 막말과 고성만 오가니까 국민들이 비판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현재 294명의 의원이 서명을 끝냈다. 물론 서명을 했다고 막말 등의 현상이 바로 없어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서명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플운동본부는 지난 11월 아름다운 말을 쓰는 국회의원 22명을 선정해 선플상을 수여했다. 새누리당 안홍준·유기준·유승민·이만우·정우택·조원진·진영·황진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박병석·백군기·정성호·홍의락·홍익표·황주홍 의원이 이 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104명으로 구성된 ‘전국 청소년 선플 SNS 기자단’이 직접 뽑았다.


- 현재까지 국내에서의 성과를 정리해본다면?

“현재 선플 운동을 통해 게시된 선플이 590만개 정도다. 내년 1월이면 60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앞으로 1000만개의 선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도 48만 명이 참여했고, 대구와 대전, 광주, 서울 등 전국 대도시에서 선플 운동 발대식도 마친 상태다.”


- 국내에 이어 중국에도 선플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유는?

“배경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중국 스촨성 지진으로 7만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 학생들과 같이 쓴 추모글을 모아 책자로 만들었다. 중국어가 서툰 학생들이 많아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의 도움을 받아 교정 작업도 했다. 그 책자를 스촨성 지방 정부에 전달하니 굉장히 고마워했다. 그래서 중국도 선플 운동이 이런 활동이란 것을 알게 되고 거기부터 시작이 됐다. 이런 인연을 이어가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 때 한국과 중국 응원단이 양국 선수를 동시에 응원했다. 최초의 동반 응원이었다. 지난 세월호 사건 때는 중국인 5만 명이 추모의 글을 모아 우리에게 줬다. 이렇게 교감이 되면서 직접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역할을 하는 인터넷정보판공실이 있다. 거기 장관을 만나서 “중국에도 선플달기 운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1월에도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북경 어언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고, 중국 언론들과도 인터뷰를 하면서 이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에서 열린 500만 선플 결과보고대회 시상식. 사진 = 선플운동본부


- 중국에서의 활동 계획은?

“지난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인터넷정보판공실 차관을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100만 명 선플자원봉사단 발대식을 한다고 하니까 숫자가 작다고 웃더라.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5천만 명 발대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원래 중국에서 1천만 명 모집을 목표로 했었는데, 5천만 명으로 규모를 키워서 선플자원봉사단 발대식을 열 계획이다. 중국 자금성에서 케이팝 스타를 초청해 발대식을 할 것이다. 내년 2월에는 중국 소주항주의 초청을 받는데, 그곳에서 120만 명 선플 자원봉사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나라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건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것이다.”


민 이사장은 선플달기 운동이 새로운 한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플에 한국 고유의 가치가 담겨 있다는 철학이다. 일반적으로 한류 콘텐츠의 개념이 대중문화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색다른 발상이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힘을 얻기 위해서도 선플 운동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한류=선플’ 개념을 설명해 달라.

“선플은 한류 3.0이다. 선플 문화는 긍정 에너지를 알리고, 상대방에게 격려와 배려를 하는 것이다. 배려는 남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배려의 힘이 있다. 지난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에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 당시 나도 장롱에 있는 금붙이를 방송사에 전달했다. 자신이 가진 귀금속을 기꺼이 내놓는 국민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한국만 그런 정신이 있다. 또 하나가 격려 또는 응원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많은 사람들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시청 앞 광장에 나와 국가대표팀을 응원했다. 격려와 배려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전 세계에 심어야 한다. 이것이 한류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류 확산에 따른 역한류, 반한류 감정을 없앨 수 있다. 한국인의 DNA인 격려와 배려가 선플 운동을 통해 드러나야 할 것이다. 정신문화 운동으로서 격려와 배려를 근간으로 하는 것이 선플 운동이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선플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

▲민 사장은 배려와 응원 문화가 한국 고유의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신상호 기자


-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면?

“대전 우송중학교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다가 버스가 전복된 사고가 있었다. 학생들 가운데 1명은 의식불명이 돼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었다. 우송중 학생 전체가 빨리 일어나라고 격려했다. 그 학생은 지금도 무의식 상태지만, 현재는 호흡기를 뗐다. 또 친구들이 오면 눈을 깜빡여서 친구들을 반길 정도로 차도가 있다. 그러면서 우송중학교에서 악플이 모두 사라졌다.

또 하나는 울산교육청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선플 운동을 한 지 6개월만에 학교폭력이 63%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선플 운동을 하면서 나한테 좋은 일도 많이 생긴다. 영어 교육만 해서는 만날 수 없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다.”


- 선플이 확산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갈등 비용이 30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 비용을 줄이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초연결 사회로 가고 있다. 스마트폰 등으로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 나쁜 글도 빠르게 퍼진다. 가장 빨리 망하는 방법은 가장 남을 저주하는 것이다. 중국 웨이보에서 한 소년이 자살 생중계를 한 적이 있다. 댓글의 절반은 이 소년이 장난하는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었고 ‘네가 죽으면 아이폰을 달라’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결국 그 소년은 자살했다. 만약 댓글들이 ‘너는 죽지 않아야 해, 너는 살 가치가 있어’라는 것이었다면 절대 자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좋지 않은 것 대신 좋은 것을 많이 퍼트려야 한다. 좋은 것을 빨리 퍼트리는 방법이 바로 선플 운동이 아닐까 싶다.”


- 선플 운동에 보완될 점이 있다면?

“우선 연예인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연예인이 부모보다 더 강력한 의사 전달자다. 그런 영향력을 갖춘 사람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 현재 서경석과 유동근, 사유리, 알리 등이 홍보 대사인데, 앞으로 더 많은 연예인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좋은 말을 쓰는 기업인에게 좋은 기업인상을 줘서 격려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선플달기 운동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다.”

민병철 이사장이 그리는 인생의 그림은 두 가지다. 영어교육과 선플이다. 그가 영어교육으로 그린 그림은 대한민국 영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제 선플이라는 그림이 남았다. 그 그림은 배려와 응원이 넘치는 세계가 될 것이다. 민병철의 선플 그림이 완성되는 날을 꼭 보고 싶다.

(CNB저널 = 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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