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말 전망치 2130…변동폭은 1870~2200 사이
▲코스피가 유가 하락과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등 대내외 악재에 1,900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 6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지난해 코스피는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 정책 기대감으로 2100선 가까이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테이퍼링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자, 신흥국 시장 자금 이탈과 함께 12월 중순께는 연중 최저점을 찍을 정도로 큰 폭 하락했다. 얼핏 보면 코스피가 글로벌 유동성과 외국인 순매수 추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1년 4월 고점 이후 지난 4년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이익과 지수와의 관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확연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밸류에이션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가 계속 상승하는 배경에는 기업이익의 꾸준한 증가세가 있다. 2013년 이후 국가별 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각국 기업들의 이익증가율과 대부분 일치하는 방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주식시장의 키워드로 ‘이익(Earnings)’과 ‘배당(Dividends)’을 제시했다. 이익이 주가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을 설명한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 전망과 관련해 “국내 기업이익 증가율을 8%로 가정하고 14배의 실질 PER을 적용한 연말 코스피 전망치는 2130이며, 올해 코스피 밴드는 1870~2200선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기업의 이익이 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악화된 수치다.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배당과 관련된 주식이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한 수출이 크게 늘거나 내수가 크게 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을미년 새해엔 배당 관련주 주목하라!
올해도 미국 경제는 호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제한적인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여 지역 간 온도차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하겠으나 내수의 상대적 기여 확대로 성장을 주도하는 부분은 달라질 것이다.
또한 정부가 가계 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 수립과 집행, 경제 주체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 등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민간 주도형 내수 활성화는 중반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이다. 우리는 이 시점을 올해 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상당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주식시장에 미칠 리스크는 금리 인상 자체라기보다는,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과 그 과정에서 전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 역시 주요 관심사다.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증시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상승 국면에서 달러화 강세는 러시아, 브라질 등과 같이 상품 수출의 비중이 높고, 경상수지 적자가 심한 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적극적인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살리고, 이를 통해 내수에 훈풍을 불어넣으려는 전략을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수출 물량 증가를 유발하는 데 실패했고, 경제가 오히려 역성장하는 등 성과가 미미해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럴 경우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국가나 기업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올해 주식시장의 키워드는 이익과 배당이다. 올해에는 국내 기업의 이익이 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악화된 수치다. 이처럼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배당과 관련된 주식이 주식시장의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기업 이익 증가에 따라 방향 정해져
특히 올해 주식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이슈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익구조가 어떻게 될 것인지다. 이들의 현재 주가에는 앞으로도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돼 있다. 이에 두 기업이 이익 개선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는가에 따라 코스피가 요동칠 수 있을 것이다. 대형주 등락 폭이 하루에 10% 안팎으로 움직인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노근환 연구원은 “지난 4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 기업 이익의 정체가 꼽히고 있다. 이익이 주가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면서 “결국 코스피와 각 업종 지수 그리고 기업별 주가는 각 기업들의 이익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배당이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고, 배당지표의 개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이자, 종목별 차별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반기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그 자체로 나쁜 시그널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달러화 강세 지속으로 신흥국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항시 모니터링 해야 할 주요 요소다.
노 연구원은 올해 추천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1)배당 관련주(KT&G, SK텔레콤), 2)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시장 대표주(삼성전자, 기아차), 3)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턴어라운드 기업(고려아연, KB금융, 삼성증권, LG디스플레이, 한국전력), 4)과도하게 할인된 distressed stock(롯데케미칼, 포스코), 5)지배구조 개편 관련주(삼성생명, 현대모비스), 6)고성장-고PER 주 중에서는 비전과 실적이 계속 뒷받침되는 기업(Naver, 아모레퍼시픽), 7)실적이 돋보이는 유망 중소형주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은 기존의 고성장 주에서 배당 관련 주로 이동하고 있으며, 시장 대표 주로 이어지고, 이후엔 실적 개선 주(턴어라운드)로 주도주의 이동이 순차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옳은 방향이지만 험난한 길 예상돼
지난해 경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꼽으라면 2기 경제팀의 출범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내수 부양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서 핵심 중의 하나가 기업의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하기 위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진단이 정확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외 여건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도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올해 경제는 정부에 의해 설정된 ‘옳은 방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여건이 불안하기 때문에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일본은 엔저를 기본 수단으로 삼아 수출 회복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각국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 보니 일본 제품의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 이전까지 제조업에 관심이 없었던 미국은 이제 제조업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나라로 변신했다. 이에 아시아 신흥국들은 가장 중요한 고객을 잃는 것은 물론 경쟁자로 부상할 미국이 향후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유럽은 일부 국가에서 치솟은 실업률로 민간의 수요 능력이 저하됐으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정부마저도 긴축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걱정되지 않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IT 관련 소비재들을 주력 수출 품목으로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을 것이며, 소비 중심 경제로 이행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도 수출에 목을 매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올해도 또 다시 강력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3대 선진 지역이 모두 수출 확대, 수입 억제의 기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불리한 상황이 내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과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여전히 한국에게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다.
소비 성장이 구조적으로 부진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는, 비록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 부양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날 것이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임금 상승률을 1%p 높이면 소비 증가율은 0.3~0.4%p 정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급격한 엔화 약세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 여력이 떨어질 수 있어, 내수 부양의 앞길이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변화는 좀 더 긍정적이다. 중국 경제의 일인당 소득 수준이 올해 7000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이 7000달러를 돌파했던 1991년 전후로 보면 소비 비중 확대, 부동산 구입 욕구 증가, 정부의 복지 정책 확대, 금융시장의 각종 자유화 조치, 국민 생활과 관련된 규제 완화, 가계의 고가 내구재 수요 증가, 교양·오락·문화 관련 서비스 수요 증가 등이 특징적인 현상이었다.
지난 1980년대 말에 시작된 이런 변화는 최소한 10년에서 20년 정도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움직임이 됐었다. 중국도 이미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기업이 아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출을 늘릴 기회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