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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안광식]시각화된 자연 너머 기억의 풍경, 신작 통해 세상과 새롭게 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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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4호 이수경 큐레이터⁄ 2015.01.22 09:01:33

▲안광식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글·이수경 큐레이터) 서양화가 안광식(43)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시각화된 자연 너머의 ‘감각과 기억을 통한 풍경’을 화면에 담고 있다. 시각적 이미지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지만, 감각화된 이미지는 감정과 중첩되어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기억화된 감각적 이미지의 색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제한되고 압축된 모노톤의 화면을 구성한다. 시각을 통해 얻은 자연의 색들은 점차 사라지고 아련하게 기억에만 존재하는 무채색의 자연만 화면에 남는다.

이전의 코발트 빛 녹색조의 자연풍경은 목가적인 자연의 심상을 나타내며 청초한 청자 빛의 기억의 색을 담았다면 최근 회색조의 작업은 겨울강가의 달빛처럼 아득하고 조용하다.

▲Nature-Memory, 80x80, oil on canvas.


이러한 느낌은 녹색조의 자연 풍경과는 달리 좀 더 절제된 색을 통해 빛과 색을 중첩하고 대상과 심상을 압축시켜 놓는다. 자연에 대한 더 깊은 관조와 사색이 담긴 풍경이 된다.

자연의 풍광은 실제와 기억의 경계선을 사라지게 하고, 관람자에게 감각을 통해 보는 시점을 제공한다. 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사색적인 공간을 줌으로써 편안함과 고요함을 느끼게 해준다.

삶과 기억의 흔적들을 희미하게 떠올리고 정화시켜 다시금 새로운 기억의 풍광 속으로 밀어 넣는다. 시간과 공간의 것들이 소멸되고 고정된 이미지는 흔들리듯 지워지고 자취를 남긴다. 사물의 형상에만 머물러 있던 시각적 산수에서 벗어나 본질과 존재성을 더욱 깊이 만나게 하려는 비시각적 사고, 절제된 색채, 여백의 이미지는 동양적 산수화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Nature-Memory, 60x60, oil on canvas.


흔들림과 정지된 기억

의미 없이 흘러가는 기억과 일상들을 잠시 정지시켜 본다. 찰나의 순간처럼 각인되고 이미지화된 것들이 흔들리는 풍경 사이로 스쳐간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 속을 산책하듯 그려낸 배경 위에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들이 자리한다.

작가는 이러한 흔들리듯 스쳐가는 기억의 풍경 위에 정물화된 듯 명료한 이미지를 꽃과 나비, 돌 등의 대상물을 사진처럼 그려 넣는다. 추억과 연관되어진 기억의 체험 속에 얽힌 이미지들은 명료화된 이미지 위에서 시각적인 혼란을 겪는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연상하다가 순간 정지된 느낌이다.

▲Nature-Memory, 60x60, oil on canvas.


강가 위에서 흘러가듯 떠돌아다니던 기억들이 한순간 응집되고 다시 강가의 빛으로 사라진다. 이는 명료한 기억과 흔들리는 기억을 한 공간 안에 자리해 놓고 시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지시켜 놓는 이중적인 중첩의 효과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떠올릴 때는 단서로 시작해 기억을 통해 확산되는 과정을 겪는다. 확장 되어지는 과정을 통해 기억과 의식을 끊임없이 연상하고 실체적이지 않았던 기억의 감각들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Nature-Memory, 100x72.7, oil on canvas.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를 귀결시키거나 단정짓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계속 떠올리고 연상하게 한다. 세월을 반복하는 기억과 추억은 다시금 반복되고 새로워진다는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연·기억·그리움을 그리다

자연은 그대로의 현상이기보다 개인의 추억, 삶의 기억들과 함께 한다. ‘그리움’이 ‘그림’의 어원이 되었듯 유년의 기억과 삶의 상처와 기쁨들이 꿈꾸듯 스쳐가고 문득 그리워지고 기억하고 싶어진다.

그는 이러한 감성들을 캔버스 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번지게 한다. 관람자는 잔잔하게 떠오른 그림 사이로 눈을 감고 명상하듯 작품과 개인의 기억 사이를 오간다. 적조한 달빛과 강 빛 사이로 햇살이 머물다 눈을 감는다.

▲Nature-Memory, 727x50.0, oil on canvas.


기억의 편린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삶과 추억의 경계 위에 머물다 또다시 강물 위로 사라진다. 눈에 보였던 것들이 사라지고 이내 마음 안에 정착되어진 풍경과 기억이 혼합되어 다시금 그리움과 자연이 된다. 

올 봄 그의 작업은 이렇듯 공간과 시간, 기억과 현재, 자연과 삶을 뒤돌아보는 사색적 풍경에서 마치 실내에서 바라본 정물화의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려는 나들이를 준비하고 있다.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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