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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구병두 건국대 교수) 지난해 연말부터 을미년 벽두까지 끊이지 않고 ‘갑질’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갑을관계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인 ‘갑질‘은 권력의 우위에 놓여 있는 갑이 권력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갑질의 뿌리는 농경사회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갑질은 불평등한 사회를 규정짓는 영향력 있는 준거이자 변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에까지 이러한 갑질이 만연하다는 점에서 지금 이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일명 ‘땅콩회항’으로 잘 알려진 슈퍼 갑질 사건은 국제적으로 화제를 일으키며 이목을 끌었다. 이 사건이 아날로그 시대에 일어났다면 큰 문제없이 덮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국가답게 SNS의 가공할 위력에 힘입어 사건의 전말이 삽시간에 퍼져나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톡톡히 사고 있다. 특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반성은커녕 조직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갑의 횡포, 즉 갑질에 대해 온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그것도 주식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임이 당연할진데 창업자의 직계가족이라는 핑계로 오너의 권위를 부여받고 그에 따른 온갖 횡포를 부린 점에서 더 그러하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국민의 녹을 먹고 사는 국토교통부 공직자들이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오히려 윽박지르기까지 했다는 뉴스를 접한 이 나라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공명정대해야 할 공직자의 행태는 그냥 덮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갑질의 횡포를 정당화하는 데 공권력까지 남용하였으니 힘없는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당하고도 화제조차 되지 않고 아예 묻혀버린 사건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라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 전근대 사회의 미개국에서나 있을 법한 갑질의 횡포가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도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갑질의 적폐가 존재하는 한 이 나라 국민들은 계층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어 결국 국가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