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금융시장 전망 ④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초이노믹스 성패가 증시 가늠자
고령화와 소비세극화 감안한 투자전략 필요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올해 한국 주식시장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동안 ‘박스피’라고 불릴 만큼 답답한 흐름이 나타났지만, 2012~2014년까지는 PBR 1배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올해 주식시장은 최근 3년간의 수축 국면을 지나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을 갖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구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반기는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반영돼 상승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난해엔 채권에서 상당히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미국 금리 인상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식도 쉽지 않다. 특히 조선, 화학, 정유가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2012년에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고령화 즉, 인구구조가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역삼각형으로 전환되는 시점은 2015~2016년이다. 따라서 앞으로 1~2년 뒤에 한국발 고령화가 본격화할 것이며, 이는 경제성장률과 내수산업에 중요한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고령화가 무조건 경기침체나 자산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엔 1990년대에 고령화 진입 이후 디플레이션의 용인, 정부정책의 실기가 겹친 복합불황 형태였다. 따라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할 경우 자산가격 하락과 실물경기 침체를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자산가격을 띄워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겠다는 ‘초이노믹스’의 성공 여부가 올해 주식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 자산배분팀장은 “올해 예상되는 지수흐름은 성장률과 정책효과를 감안할 때, ‘상고하저’의 형태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연간 코스피 밴드는 1870~218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고령화라는 큰 흐름에서 고령화 이후의 한국 모습과 소비 세극화, 그리고 극과 극의 자산배분 현상에 주목한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밴드 1870~2180…‘상고하저’ 움직임
한국 증시가 과거 일본과 똑같은 패턴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출구전략 등 대외환경 불안과 고령화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될 경우, 일시적으로 장부가치(book value)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코스피 연간 저점은 PBR 0.9배인 1870으로 설정했다. 또 배당할인모델에 감익된 기업이익 추정치와 Cost of Equity를 적용한 결과, 올해 코스피 최고 지수대는 PER 10.2배인 2180을 제시했다.
강 팀장은 또 올해 추천전략으로 △내수주와 옥석가리기 △역수익률 혁명과 배당가능주 △ 실적 개선주 △Rock-Bottom(진바닥) 주식 등에 주목할 것을 제시했다.
고령화 이후 한국 내수에서도 소비세극화 진행에 따른 실용지향적 소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고밸류 상태인 내수주의 차별화(CJ오쇼핑, 롯데쇼핑, LG생활건강, 녹십자)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고령화 구간에서는 장기적으로 금리보다는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러한 역수익률 혁명과 더불어 정부가 유보금에 과세를 해서라도 투자와 배당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기업(삼성전자, 기아차, KB금융)이 주목된다.
최근 3년간의 어닝쇼크로 인해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됐지만, 실적 괴리율을 감안해 어닝쇼크가 발생해도 올해는 실적개선이 가능한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다음카카오)와 생활용품(LG생활건강) 기업이 주목된다. 그리고 지난해 업종별 차별화 양상이 지속되면서 낙폭 과대로 인한 진바닥 후보주들이 다수 발생했다. 다만, 무조건 PBR 1배를 하회한다고 해서 매수하기보다는, 장부가치를 충분히 감안해 주식에 접근해야 하며, 건설업종(대림산업)이 유망하다.
정책 효과로 저성장 부담 완화될 듯
2015년 글로벌 경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저성장, 저물가 패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 갭으로 전환되기보다는, 아직은 디플레이션 갭을 줄여나가는 과정에 놓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지역은 미국이다. 자국 내 투자와 소비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2.5% 수준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투자에 선행하는 자본재 주문이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에 중요한 임금을 높여주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설비투자는 단순히 셰일가스 혁명의 영향은 아니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가동률이 올라오는 모습이다. 철강과 기계 등 한국의 자본재 업종이 중국 투자둔화로 받는 부담을 미국이 다소 덜어내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성장률이 7%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다. 농촌의 값싼 노동력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저임금에 기반한 고도성장기는 막을 내릴 것이다. 이른바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는 것이다. 이후 경로는 투자와 성장률 둔화다. 대중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원자재(화학, 정유 등)나 자본재(철강, 기계 등) 수출은 확대되기 어렵다. 다만, 임금상승으로 도시 중산층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소비재 수출은 양호해 보인다.
유럽은 양적완화에 나설 전망이다. 단순히 경제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도 투자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가 문제되고 있어 ECB의 양적완화를 끝까지 반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 ECB의 국채매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세율 인상 결정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가속화하기 위해 올해 초에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엔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안기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는 2014년 8월과 10월의 금리인하가 시차를 두고 유동성 확대로 연결되는 가운데, 2014년 말 재정정책 통과가 가세하면서 올해 상반기 경기회복이 예상된다”면서 “가격회복과 공급축소에 초점을 둔 정부정책이 뒷받침되면서 부동산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소비회복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며, 연간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3.4%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 속에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인 강세가 예상된다. 과거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도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연준 출구전략이 원화를 약세로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며,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030원을 전망한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