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현실적인 실천방안으로 통일미 120만 톤을 항시 비축하자는 의견이 거론되고 있다. 남한이 북한 동포들의 가난과 배고픔을 좌시하지 않고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북한에 쌀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고 평화적 통일의 당위성을 웅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일미를 비축하고 있다고 해도 유사시에 북한에 즉시 공급할 수 없다. 구호물품을 보내는 절차와 국회 동의를 거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지금부터 남한에서 저소득 영세민에게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복지법을 제정하여 실시하면 된다. 이 법에 따라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 국민이 된 북한주민들에게 자동적으로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식량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복지사회의 기본이다. 남한 전체 인구의 7%에 달하는 저소득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게 필요한 쌀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푸드 스탬프(food stamp) 제도를 도입하여 영세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식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쌀과 그 가공품(즉석밥, 쌀국수, 떡 등)에 한하여 무상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에게 쌀은 식량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중요한 주식이므로 쌀의 무상지원은 곧 식량의 무상지원을 의미한다. 쌀의 무상지원은 복지 차원의 사업인 동시에 쌀의 수요를 늘리고 쌀 시장 개방으로 야기될 쌀값의 폭락을 막아 농민을 살리는 방책이 된다.
남한의 저소득층에게 1인당 월 10kg의 쌀 쿠폰(120kg/인/년)을 지급하여 쌀과 쌀가공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지원규모는 전체 인구의 7%에 달하며 가구수로 190만 가구 340여만 명이 이에 해당된다. 이것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쌀값 반액 지원제도(양곡할인제도)를 수정하여 대폭 확장한 복지제도로 보면 된다. 여기에 소요되는 쌀의 양은 연간 42만 톤이며, 이를 위한 정부 추가예산은 8106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5년도 복지예산 115조 5천억 원의 0.7%에 불과한 금액이다.
필요하면 즉각 북한 주민에게 쌀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남한에서부터 정착시켜 놓아야
모든 복지제도의 시행에 앞서 요구되는 투명성과 효과적인 운영방안이 여기에서도 선결과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쌀 쿠폰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주민센터에서 매월 쿠폰을 지급받아 이 쿠폰으로 슈퍼와 마트 등 소매점에서 쌀과 쌀 가공식품을 구매하도록 한다. 구매 영수증을 주민센터에 제출하여야 다음 달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슈퍼와 마트에서는 받은 쌀 쿠폰을 사용해서 도매상이나 가공공장에서 쌀과 쌀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도매상과 가공공장은 은행에서 쿠폰을 제시하고 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쿠폰의 부정사용은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