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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 미래칼럼]학생에 대한 폭력 줄었는데 어린이집·군 폭력 느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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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8-419호 구병두 건국대 교수⁄ 2015.02.24 08:52:2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구병두 건국대 교수) 을미년 벽두부터 취학 전 교육기관인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아동학대는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권 문제에 관한한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교육기관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충격은 컸다. 아동학대의 유형과 그 정도도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특수집단에서나 있을 법한 반인륜적인 행태와 유사해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가 불과 반세기 남짓한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에서 잘사는 나라로 탈바꿈하는 데 원동력의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그러므로 국가발전에 대한 교육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힘들고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 선생님으로부터 체벌을 받거나 동료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당해도 부모님을 감쪽같이 속였고, 행여나 부보님에게 들통 나는 날이면 부모들이 원인을 물어보기는커녕 다짜고짜 ‘선생님의 말씀 잘 안 들어 야단맞은 게 당연하다’면서 되레 혼났다. 그러한 행태는 당시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고 우리나라 보편적인 부모들의 교육적 정서였다. 다름 아닌 그러한 부모들의 행태와 교육적 정서가 오늘날 취학 전 교육기관인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폭력사건들이나 아동학대 사건의 단초가 되었던 게 아닌가싶다.

요즈음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교사가 체벌을 가할 때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 왜 체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꼬치꼬치 따지고 든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옛날에 비해 학교체벌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지적 수준이 덜 발달된 어린이집 아동들의 학대 사건과 폭력 사건은 아직도 인권의 사각 지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통해 밝혀진 실제적 장면을 눈으로 확인한 이 나라 국민들은 할 말을 잊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의 CCTV 설치 비율이 20%를 약간 상회하는 것에 비추어본다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날이면 어디 부모들이 자녀를 취학 전 교육기관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는가. 

▲참여연대 등 7개 단체 회원들이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권의 사각지대에 밝은 빛 비춰야

인권의 사각지대가 어디 이뿐인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심지어 군대까지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건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빈도와 정도가 더 심화되고 있다. 1993년 서울대학교에서 일어난 ‘우 조교 성희롱 사건’에 대해 당시 많은 국민들이 “성폭력도 아닌 성희롱을 가지고 너무 심하다”는 의견을 가졌음을 돌이켜 보면 그 당시의 인권침해는 오늘날보다 더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대학가에서 심심찮게 일어난 사제지간의 성폭력 관련 사건들이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성폭력에 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발생빈도는 되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군사기밀을 핑계로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군부대에서도 최근 들어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장군까지도 부하 여군을 성추행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장래를 몹시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성폭력 사건도 폭력사건과 더불어 권력의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특수 관계의 인권 관련 문제여서 이제는 재정립돼야 할 것이다.   

모든 아동학대의 시발은 가정이다. 가정의 자녀학대 사건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녀에 대한 관념이 바뀌지 않는 한 매를 맞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돼 다시 자신의 자녀에게 매질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될 것이다. 인권은 개인의 양심이나 사회적 통념에 의한 윤리적 책임의식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가정과 사회 그리고 모든 교육기관에서 인권침해, 인권유린 등의 예방을 위해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인권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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