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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최정식 극단 하늘하늘 대표]“시(詩)로 버무린 뮤지컬의 맛에 흠뻑 빠져보세요”

포에틱 뮤지컬 ‘봄날’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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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5.02.23 09:08:48

▲뮤지컬 ‘봄날’ 제작 및 각색을 맡은 최정식 극단 하늘하늘 대표. 사진제공 = 극단 하늘하늘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쇼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 등은 들어봤는데, ‘포에틱 뮤지컬(Poetic Musical)’은 처음이다. 최정식 극단 하늘하늘 대표는 자신이 제작 및 대본 각색을 맡은 뮤지컬 ‘봄날’을 포에틱 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2014년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제작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뮤지컬 ‘봄날’은 2002년 동아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한 연극 ‘봄날은 간다’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원작자와 친분이 있던 최 대표는 대본을 먼저 접했다. 그는 “희곡 자체가 문학적이라 마치 소설, 시집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 서정적인 문구들이 마음에 들어 뮤지컬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뻔한 뮤지컬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포에틱 뮤지컬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원작에 없는 Poet(시인) 캐릭터를 창조했어요.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이 흘러간 빈자리를 시인의 시(詩)적인 내레이션이 채우죠. 보통 뮤지컬은 노래 가사가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정적인 멘트들이 마치 공연과 시를 함께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줄 거예요.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장치로 채워진 기존 뮤지컬 방식에 익숙한 관객은 지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 한 편을 읽고 무한한 감동을 받기도 하잖아요? 그 정서가 주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타 뮤지컬처럼 장면 전환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빠른 흐름에 지친 관객들이 편안하게 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어떤 서정적인 문구가 등장하는지 궁금해 하자 최 대표는 대본을 꺼내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한 구절을 보여줬다.

▲연습 중인 딸 ‘수야’ 역의 조선명(오른쪽)과 아들 ‘은호’ 역의 박상우 배우. 사진제공 = 극단 하늘하늘


‘이별이 슬프지만은 않다. 어릴 적 아픈 기억과의 이별, 미워하는 마음과의 이별, 아린 사랑과의 이별. 이 모든 결별, 비움, 놓아줌은 또 다른 채움으로 충만해진다. 그리고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시집의 한 구절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이 문구는 공연에서 시인 캐릭터의 입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입고 재창조돼 관객을 만난다.

잔잔한 정서를 더욱 배가시키는 데는 뮤지컬 ‘봄날’이 지닌 스토리적 측면 또한 기여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모여 피붙이보다 더 진한 사랑을 만들어 가며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어느 날 훌쩍 떠난 남편과 많이 닮은 은호를 어머니가 아들로 입양하면서 시작된다.

아들 은호와 남편이 두고 간 딸 수야는 배다른 남매가 되는데, 사춘기를 지나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를 안 어머니와 갈등이 시작되자 은호는 떠나고 수야는 어머니를 원망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들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 어머니는 떠난다. 떠나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은 어느 따뜻한 봄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으로 이끈다.

배다른 남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던 설정이다. 이를 자극적으로 풀어 ‘막장 드라마’로 오명을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봄날’은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설정을 배제했다. 그리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극을 전개시키기 위해 감정과잉을 자제했다. 최 대표는 “비유하자면 이 공연은 처음부터 시속 80km로 빠르게 달리는 게 아니라 시속 10km로 천천히 시작해 중간 중간 12km, 15km 등 속도를 조금씩 바꾸는 느낌이다. 이러면 마냥 잔잔한 것 같지만 그 안에도 리듬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경우에도 평범한 두 노부부의 잔잔한 사랑이 감동을 전해줬죠. ‘봄날’도 그와 비슷해요. 억지스럽게 감정과 눈물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극 속에 흐르는 정서에서 자연스러운 동질감을 주고자 하는 게 포인트죠. 이성적으로 보면 남남인 극 속 인물들 속 피어가는 감정적인 사랑은 이 시대의 삭막해진 가족 사이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요.”

▲포에틱 뮤지컬 ‘봄날’은 시(詩)적인 내레이션을 입은 공연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모여 피붙이보다 더 진한 사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사진제공 = 극단 하늘하늘


건반, 바이올린, 기타 등 악기가 어우러진 음악 19곡이 이 이야기들을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 최 대표는 “음악에도 자신 있다”며 “국악 선율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 음악이 배우들의 연기, 시인의 내레이션과 만나 포에틱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극 속 등장인물들의 어린 시절을 손에 끼는 인형으로 표현하는 등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원작 연극 바탕으로 시인 캐릭터 창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잔잔한 감동

이번 작품은 포에틱 뮤지컬을 시도한다는 자체에서도 의미 있지만 최 대표 개인적으로도 뜻 깊다. 2013년 창단한 극단 하늘하늘의 이름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 20대 시절 록 밴드 보컬로 열정을 불태웠던 한 청년은 영화감독을 꿈꾸다 공연의 매력에 빠졌고, 2007년 공연 제작사에 들어가 프로듀서 일을 배우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이젠 한 극단의 대표가 됐다. 그는 “공연계가 어렵고 많이 힘들긴 하다. 하지만 마냥 우울해하거나 어렵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가볍게 날아오르자는 의미로 극단 이름을 ‘하늘하늘’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제 삶의 모토는 ‘재미있게 살자’예요. 이 모토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죠. ‘봄날’ 작업도 굉장히 즐겁게 진행했어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최 대표는 뮤지컬 ‘봄날’ 팀에게 밥을 사야 한다며 일어났다. 팀 사이에서 별명이 ‘엄마’란다. “꼭 극 중 어머니가 나 같다”며 그는 웃었다. 마치 가족 같은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는 이들은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씨 속 뮤지컬 ‘봄날’이 따스한 봄의 기운을 함께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공연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2월 21일~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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