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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며칠 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한민국 농업혁신 포럼이 열렸다. 기술혁신에 의한 농업의 성장 동력화라는 주제발표 이후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고위 공무원과 학계, 언론계의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선 흥미 있는 토론회였다.
기조발표를 맡은 경북대 손재근 교수는 현재 22% 수준으로 떨어진 곡물자급률을 거국적으로 높이기 위해 식량자급률 향상 목표치를 법으로 정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의 농업인력 육성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토론 내용에서 기술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문제점이 거론되지 않아 다소 허탈한 감이 들었다. 우리나라 식량 농업 문제를 토론할 때마다 경험하는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농업혁신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투입재를 줄이고 소출을 늘려 소득을 올리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의 이용은 우리 국민의 유전자변형(GMO) 농산물에 대한 불안감과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벽에 부딪쳐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들이 생명공학기술의 수용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사면초가의 입장에 처해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수용하면 외국의 값싼 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입이 증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식량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 옥수수의 87%, 수입 콩의 72%가 유전자변형 품종이다. 우리 농업에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더 잃을 게 별로 없다. 오히려 첨단기술을 외면한 채 농업기술 후진국으로 밀려날 때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어지고 국가적 재난을 겪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우리 국민들이 좋게 보는 친환경 바이오농업 정책이 생명공학을 배척함으로서 창조농업혁신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강조하면서 농업생산에서 반드시 필요한 비료와 농약, 다수확 생명공학 신품종을 환경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호도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미국산 유전자변형 식품을 장기간 먹으면서
우리 스스로는 개발 못하게 하는 답답한 현실
친환경 농업은 환경보존과 식품의 안전성 제고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생산비용이 높아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농약 사용을 중지하면 작물의 종류에 따라 첫해에는 24~37%, 3년째에는 45~67%의 감수가 예상된다는 조사 보고가 있다. 친환경 유기농법은 전체 국민의 5%의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국가 식량안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농법이 아니다.
그동안 생명공학 작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거세었으나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공인된 생명공학 신품종은 계속 늘고 있으며, 전 세계 콩 재배면적의 79%가 GM 콩으로 대체되었고 옥수수 재배 면적의 32%가 GM 품종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의 90% 이상이 GM 품종이다. 지난 18년 동안 미국인들은 GM 식품을 아무런 표시 없이 먹고 있다.
미국의 곡물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도 지금 GM 옥수수와 콩으로 만든 식용유와 물엿, 간장 등을 먹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GMO의 안전성에 대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식량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생명공학기술에 대해 대단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벽을 허물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농업혁신을 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첨단 생명공학기술의 식량안보적 기능과 친환경 농업의 서로 상충하는 기능을 어떻게 조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 농업 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이며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GMO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해 국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계와 과학자 단체들도 GMO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교육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전자변형 기술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첨단 친환경 농업을 수용하도록 해야만 우리 농업이 창조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