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200년 전 조선시대의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꽃마다 다 다르니 잘 모른다고 그냥 붉은 꽃이라 부르지 말라"고 당부한 사상이 21세기 한국 화가의 그림에 접목돼 관심을 모은다.
인물에 대한 고민을 화폭에 그려내던 강희정 작가는 5년여 만에 사생과 관찰을 통해 만나게 된 수수하면서도 정감 있는 자연을 정갈한 수묵채색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3월 11일부터 서울 가회동 갤러리 한옥에서 선보인다.
강 작가는 박제가가 자연 속에 핀 꽃들을 그냥 무심히 보지 말고 저마다의 존재를 알아봐 주고, 고유한 아름다움을 즐기고 사랑하기를 당부하는 '위인부영화(爲人賦嶺花)'를 현대에 충실하게 적용한 작품들로 전시장을 꾸민다.
위인영화부는 '그대를 위해 고갯마루의 꽃을 읊다'라는 의미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전통을 회복하거나, 잇는다는 개념이 아닌 오랜 세월 동안 인정받아 온 고전 작품을 통해 지나간 시대의 예술언어를 획득하고, 이를 체득해 현대의 언어로 새롭게 발견한 결과물이다.
한편, 작가는 일련의 과정이 담긴 남송 시대 가로길이 16m 75.5cm에 달하는 백화도 작품의 모사 연구과정,그리고 조선시대 전통 초상 기법으로 제작된 '이채초상'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