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그림 시장에 불고 있는 단색화 열풍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박서보(84) 화백이 1970년대부터 선보인 '묘법'의 변천과정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부산 조현화랑에서 진행된다.
4월 23일부터 시작되는 박서보의 개인전은 지난 1991년 박 화백의 첫 개인전 이후 7번째 진행되는 개인전이다. 하루에 8시간 작업한다는 노 화백의 열정이 가득 담긴 소품 15점과 100호 이상의 대형 작품 10여점이 공개된다.
박서보의 작업 세계는 57년에서 60년대 중반까지의 원형질 시대, 60년대 중반에서 70년까지의 유전질 시대,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후반으로 이어지는 묘법 시대, 그리고 80년대 후반에서 현재까지의 후기 묘법 시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묘법 (猫法)' 이란 ‘그린 것처럼 긋는 방법’이라고 풀이되며, 프랑스어 Ecriture는 ‘쓰기’ 란 의미를 지닌다. 제목과 같이 ‘묘법(猫法), Ecriture'는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캔버스를 물감으로 뒤덮고 그것이 채 마르기도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또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다시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과정과 결과가 바로 작품이 된다.
박 화백은 "마치 스님이 염불을 끝없이 반복하듯, 묵묵히 반복적으로 계속 긋고 그리는 것입니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한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이전의 무채색 중심의 모노톤 화면에서 화려한 색채의 화면으로 변화한다. 하나의 강렬한 단색으로만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경외감을 전해 준다.
특히 회화의 행위성이 끝나면서 작품도 끝난다는 서구의 방법론을 넘어 시간이 개입되면서 변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완성에 이른다는 동양 회화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후기 묘법'은 엄격한 분석과 치밀한 통어에 의해 진척되는 작업과정을 거친 작품들이다. 물감과 표면 그리고 한지 등에 재료에 대한 애정이 나타난다.
한편, 조현화랑 개인전 이후 박 화백은 5월에 뉴욕 페로탱 갤러리에서의 개인전과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미술 특별전인 '단색화'전을 통해 한국 미술의 저력을 보여주고 강렬하고 우아한 작품으로 외국 컬렉터들의 주목을 끌 예정이다. 전시는 6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