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다용도의 수납가구 반닫이는 옷가지는 물론, 서책, 문서, 그릇, 제기, 귀중품 등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선조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가구 중 하나였다.
어디에 놓아도 튀지 않는 수수한 자태에 눈길을 받지 못하고 방 한 켠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투박하면서도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멋스러움 덕분에, 최근에는 도자기 또는 현대미술과 어울리는 아름다움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옛가구와 현대미술 작품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조화미를 보여주는 전시가 4월 8∼28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우리 옛 가구와 현대미술'이란 제목의 전시는 민속품, 목가구, 도자기, 민화 등을 40여 년간 다뤄온 고미술품 전문화랑 예나르와 공동으로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붉은빛 배나무 울거미에 인두로 지진, 검고 부드러운 오동 판재를 쓰고 백동장석으로 담백하게 처리한 조선시대 관복장과 휘가사이층농, 나주반닫이, 양산반닫이, 전주장 등 나무 특유의 결을 최대한 살려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고가구들이 현대미술과 어우러져 있다.
오래된 고목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는 김덕용의 그림은 그 자체로 자연의 따뜻한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오브제이다. 오래된 가옥이나 옛가구의 일부였을 캔버스 틀과 그 위에 수공으로 더해진 오브제들은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 고가구의 멋을 한 층 배가시킨다.
다채로운 색상의 민화 시리즈 작업을 2차원의 평면 작품으로 소개하는 도예작가 신상호의 작업은 거침없는 색상과 형태의 표현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앞면과 뒷면이 각기 다른 패턴과 색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가구와 함께할 때 심미적 재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물방울 작가 김창열, 생성과 소멸을 흑과 백의 오리로 표현하는 이강소, 도예작가 이영재, 자연과의 동화를 보여주는 임동식, 빛의 흐름에 따라 공간의 확장을 탐구하는 정보영,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추상 형태를 표현하는 차동하의 작품도 함께한다.
이화익갤러리는 "우리의 옛 가구를 통해 단아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고전미와 우리가 계승해 나가야 할 전통문화 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한다"며 "한국 전통미학이 현대미술과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