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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영 탐방 - IBK기업은행]“3년간 7500억 원 투입…올해는 공연 집중지원”

‘명량’ ‘수상한 그녀’ 등 투자로 대박성공 거둔 바탕엔 문화전문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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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6호 이진우 기자⁄ 2015.04.16 09:19:04

▲영화 '명량' 스틸컷.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올리는 수익)으로 수익 내기에는 벅찬 환경이다. 금융서비스도 새롭게 진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가운데 은행 중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대출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IBK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금융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조준희 직전 행장이 문화콘텐츠 지원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전담조직을 신설해 2011~2013 3년간 5400억 원을 공급한 데 이어 권선주 은행장 취임 뒤 2014~2016년 기간엔 7500억 원 규모로 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은행들은, ‘안정적으로’ 돈 버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반면 위험은 극도로 회피한다. 돈을 내줄 때도 까다롭게 규정된 심사 과정을 통과한 고객 또는 기업에게만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면에서 부침이 심한 문화콘텐츠에 대량 자금을 투여하겠다는 기업은행의 결정은 놀랍기도 하다.

물론 문화콘텐츠 산업은 규모가 큰 고부가가치 창출 분야다. 파급효과도 커, 해외시장 진출 시 훌륭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3년 말 기준으로 91조 5000억 원이다. 5년 전인 2008년 63조 6000억 원에 비하면 43.8% 성장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바탕에는 한류가 있다.

문화콘텐츠 상품은 타 산업에 비해 리스크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수적인 은행이 뛰어들 만한 아이템은 애초부터 아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문화콘텐츠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은행이 수익 올리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다각적인 수익 모델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쉽지 않다”면서 “기업은행이 부럽다. 우리도 진작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에 나섰어야 했다. 결국 은행장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마인드 여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선도적으로 문화콘텐츠 산업 투자에 나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업은행은 이미 은행계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여러 시중은행들이 기업은행 측에 문의하고 스터디하지만,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사고 탓인지 본격 추진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영화 등 문화콘텐츠 투자의 대박 비결은?

영화 ‘명량’ ‘국제시장’ ‘군도’ ‘관상’ ‘수상한 그녀’ 등 소위 대박난 작품들에 기업은행은 투자했다. 특히 ‘수상한 그녀’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800만 넘게 관객을 동원하며 투자대비 203%의 최고 수익률을 기업은행에 안겨줬다.

드라마에서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인 ‘왔다 장보리’와, 중국에서 초대형 히트를 친 ‘별에서 온 그대’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기업은행에선 문화콘텐츠 투자로 얻는 수익률이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률을 훨씬 상회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문화콘텐츠 투자에서 이처럼 좋은 성과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에서, 작품의 성공 가능성과 리스크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능력이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투자 성공엔 12인 정예 멤버로 구성된 문화콘텐츠금융부가 있다. 국내 은행가에선 유일무이한 조직이다. 연예기획사, 방송 콘텐츠 업체, 영화 배급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출신 등 쟁쟁한 전문가들이 영입돼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있다.

정성희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우리 부서는 문화콘텐츠 분야를 두루 경험한 직원들을 영입했고 공부도 많이 했다. 또한 유관기관을 비롯해 학계, 산업계 전문가 50인으로 구성된 외부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투자 가능성을 진단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공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투자 보고서를 작성하고 실무협의회를 거쳐 심사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투자는 수익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대출만 아니라 투자를 통해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문화콘텐츠 사업자들은 극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들이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이 공연 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것 역시 기업은행이 최초다. 이미 공연 투자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다각화된 금융지원 및 산업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기업은행이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 투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IBK의 문화 투자·대출을 받으려면?
“협찬 아닌 투자이므로 재무제표 등 철저히 해야”

문화콘텐츠 사업에 자금이 필요하다면 기업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은행이나 대기업이 지원하는 협찬, 즉 수익을 바라지 않고 돈을 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회봉사와,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가 하는 일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은행 고유의 시스템에 따른 심사 과정을 거쳐 대출이나 직접 투자를 한다. 투자원금을 날릴 리스크를 안으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진행하는 투자 또는 대출 사업이다. 따라서 이 금융 지원을 받고자 한다면, 은행직원들의 ‘선의’에 호소하려 들기보다는, 재무제표를, 즉 은행 측의 투자판단을 도울 경제 데이터를 우선 제대로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이는 해당 업체의 자금 흐름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투자는 기획 단계에서가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경우엔 최소한 배급사와의 계약 및 상영관 확보 등이 이뤄져 있어야 하며, TV 드라마의 경우는 방송사와 편성 협의가 이뤄져 있어야 한다. 공연이나 음악도 대관 계약이 돼 있어야 한다. 순수한 아이디어로는 투자-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자체적으로 상당한 단계까지 진척된 이후라야 기업은행 측에 투자 또는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문의는 전화 02-729-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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