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전망 ③] LG경제연구원 “성장활력 저하…구조개혁으로 체질개선 해야”
LG경제연구원 2015년 경제전망
▲600년 전통의 오랜 역사와 하루 유동인구 40만명의 서울을 대표하는 남대문시장.사진 = CNB포토뱅크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지난해 말의 급격한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부진이 지속됐던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엔 다소 호전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성장 활력이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LG경제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지난 4월 14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 달러화 강세와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미국 성장의 과실이 일본과 유럽으로 일부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세계경기를 이끌어가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세계경제 전체적으로도 수요 확대의 힘이 아직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요약이다.
향후 저유가에 따른 선진국 등 자원수입국의 소비증가 및 기업생산비 하락 효과는 점차 확대될 여지가 있다. 과거 유가급변 시기의 세계경기 변화를 살펴보면 약 2분기 이후에 성장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저유가 리스크로 지적되던 불안요인들이 완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선진국 가계 및 기업들이 저유가 효과를 점차 수요에 반영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 3% 초반 성장에 머물 듯
유로존 경제가 호전기미를 보이면서 디플레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것도 긍정적이다.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산유국 부도위험이 줄어드는 등 금융시장도 안정돼 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2분기에는 소폭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을 둘러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재개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개도국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세계경기 활력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재정적자를 통해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산유국들의 마이너스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다. 하반기 소비부문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도 성장 활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올해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여전히 세계경기를 선도할 것이다. 수요부문 중에서 소비가 경제를 이끌어 갈 전망이다. 특히 석유소비 비중이 높은 미국은 저유가에 따른 가계구매력 개선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지난해 말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계부문의 부채조정이 마무리돼 소비확대 여력이 높은 가운데, 재정적자를 크게 줄인 정부도 순지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에서의 근로소득 및 사회보장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가계소득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3%대 성장에는 다소 못 미치는 2%대 후반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기의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에도 제조업 투자가 둔화되고 생산 활동이 위축돼 경제성장세가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이후엔 성장률 저하 추세가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 인프라투자 확대 등 다양한 부양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양효과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 경제성장세는 7%가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돌려놓기보다는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4%에서 올해 7%로 완만하게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경제의 장기적 성장 활력은 떨어져
저유가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올해 들어서도 경기 활력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생산이나 경기동행 및 선행지수들은 지난해 말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이는 지난해 말 세수부족으로 재정집행이 이뤄지지 못하다가 연초 정부지출을 다시 앞당기는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수출이 여전히 부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소비부진도 이어지는 등 민간 수요 활력이 높지 않다.
2분기 이후 경기는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유가가 급변한 시기에 민간 소비는 약 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가 변화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소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금리 효과는 가계의 직접적인 소비 증가보다는 자산시장 경로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와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가격이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의 주택건설이 늘면서 관련 소비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저금리·저유가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교역이 여전히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중국을 통한 가공무역도 줄어들면서 수출은 경기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
노후대비 부족으로 소비를 줄이고 자산규모를 늘리는 소비조정 과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소비성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부문의 고용흡수력이 떨어지면서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가계소득 확대가 제약될 것이다.
또한 상반기에 재정집행이 집중되면서 하반기에는 다시 정부부문이 성장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평균 1% 미만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저물가 속에 낮은 성장 활력이 이어질 전망이고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3%보다 더 낮아져 3%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이후 완만하게나마 높아지던 성장세가 3% 초반에서 다시 낮아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활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해 2만 8180달러를 기록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8100달러 수준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세가 낮아지고 0%대의 저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늦춰지고 여타 주요국 통화완화가 이어져 금리인하 부담도 줄어든 상황이다. 저유가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핵심물가 하락기조가 지속되고 성장속도도 떨어지면서 잠재적인 디플레 위험이 커지는 만큼 보다 신축적인 금리정책이 요구된다. 통화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앙은행의 예상경로와 정책방향을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규제 등 미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대책이다. 부채의 총량을 줄이기보다는 리스크가 큰 부문의 부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해 가계부채 위험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상환리스크가 큰 저소득층의 부채가 빠르게 늘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물론 취약계층 지원과 저소득층 소득 증대 방안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미진한 성장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활력 저하에 따른 것인 만큼,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이 더욱 가속되어야 한다. 수출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 약해진 만큼 수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내수 서비스 부문을 확대하는 데에 현재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