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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J-큐브 뮤지엄 개관기념전 ‘자연 : 공감’

공감’자연을 닮은 일상의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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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9호 김윤섭 미술평론가⁄ 2015.05.06 09:08:52

▲강원도 영월 J-큐브 뮤지엄 전경.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윤섭 미술평론가) 천상병 시인은 시(詩)에서 “자연의 은혜는 너무도 넓고 기쁘다. 시골에 가서 그 자연의 은혜를 맛보아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고향인 이해인 수녀님은 ‘자연을 닮아’라는 시(詩)에서 “내 마음은 달을 닮아, 차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해 / 그리고 해를 닮아, 떠오르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 / 내 마음은 파도를 닮아, 밀려오기도 하고 밀려가기도 해 / 그리고 밭을 닮아, 씨앗을 키워서 열매를 맺기도 하지”라고 했다. 그만큼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자연을 닮아가고, 그 자연의 품에서 한없는 은혜를 입는 것이 아닐까.

강원도는 한국의 자연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고장이다. 특히 영월은 강과 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면서도, 역사의 아픔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단종의 넋이 잠들어 있는 청령포와 장릉, 한반도 지형을 닮은 자연의 기이한 절경, 대자연의 품에서 즐기는 래프팅, 밤하늘의 총명한 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별마로천문대 등까지 스토리텔링이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여기에 26개의 미술관ㆍ박물관이 몰려 있어 ‘박물관 고을’로도 유명하고, 지경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특화발전 우수특구’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런 영월 지역에 새롭게 J-큐브 뮤지엄(J-Cube Museum)이 5월 16일 개관한다.

▲강원도 영월 J-큐브 뮤지엄 전경.

J-큐브 뮤지엄의 개관기념 첫 기획초대전의 테마를 ‘자연’으로 삼은 것 역시 영월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자연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 장르에서 자연은 절대적인 표현 욕구의 목적이며 수단이 되어 왔다. J-큐브 뮤지엄의 개관전 ‘자연:공감’전에 초대된 17인의 작가들도 자연과 주변 일상에서 얻은 감흥을 회화ㆍ사진ㆍ조각 등으로 옮겨온 대표적인 중진 작가들이다.

▲이영박, ‘가을축제-제주도’, 116.8x91cm, 캔버스에 오일, 2014.

우선 자연이란 큰 주제를 풍경 중심으로 풀어낸 작가는 구자승, 김보연, 박용인, 송용, 이영박 5인이다. 이 중에 구자승과 박용인, 송용 화백은 원경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볼수록 시원함을 더하는 겨울 풍경이다. 한겨울임에도 따뜻한 감성을 자아내는 풍경이 정겹고 매력적이다. 반면 김보연과 이영박 화백은 좀 더 풍경을 클로즈업했다. 김보연 화백은 물가에 여유롭게 비스듬히 누운 자작나무를, 이영박 화백은 농익은 가을날의 갈대숲으로 눈길을 끈다.

오랜 세월 자연을 자연답게 유지해준 주인공은 역시 나무일 수밖에 없다. 이번 초대 작가 중의 4명이 나무를 소재로 삼았다. 먼저 회화 작가 2명이다. 주태석과 지상섭 초대 작가는 숲속의 한가운데서 만난 나무다. 주태석 작가는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 지상섭 작가는 오색단풍으로 물든 늦가을의 숲속을 소개한다. 같은 나무를 비슷한 구성으로 표현해도 전혀 다른 감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진섭, ‘고양의 외출’, 67×29×50cm 화강석, 대리석, 2007.


▲김보연, ‘회상의 단편’, 90x90x9cm, 캔버스에 오일, 2015.

다른 2명의 작가는 사진 장르다.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유명한 유별남 작가는 여명(黎明)을 배경으로 선 나무 한 그루를 포착했다. 마치 초생달을 바라보며 새벽을 맞는 인간의 고독을 연상시키는 듯하다. 역시 생동감 넘치는 현장 사진을 선보이는 지영철 작가는 강원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멀리 얼어붙은 강물을 배경으로 펼쳐진 나목(裸木)들은 얼핏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주로 그 이면엔 38선 분단의 민족적 아픔을 품고 있어 남다른 인상을 전한다.

역시 자연은 꽃이 있어 아름답다. 꽃은 자연이 다양한 표정을 짓게 하는 미소와 같다. 이번 초대 작가 중에 4명이 꽃을 테마로 삼았다. 김일해 작가는 붉은 정열의 맨드라미 꽃밭, 김재학 작가는 토담을 배경으로 핀 홍매의 서정을 옮겼고, 이강화 작가는 엉겅퀴와 개망초(계란꽃)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아련한 추억을 자극한다. 이에 비하면 박동인 작가는 주홍 빛깔 바탕색과 흰색 여백으로 남긴 여러 꽃들을 대비시켜 재해석했다.

▲구자승, ‘한적’, 140x70cm, 캔버스에 오일, 2014.


▲지영철, ‘38.00.00’, 24x24inch, 젤라틴 실버 프린트, 2013.

자연의 은덕을 현덕(玄德)이라 얘기한 노자(老子)의 시(詩)처럼, 최예태·박지오·박찬갑·한진섭 초대 작가는 인간에 관한 일상을 얘기한다. 특히 최예태ㆍ박지오 화백이 가장 평화로운 삶의 모습을 음악적 요소와 결부시켰다면, 박찬갑ㆍ한진섭 작가는 조각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정서를 전해준다. 그 중에 박찬갑 작가의 조각은 가슴 속의 깊은 감정들의 외침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듯하고, 한진섭 작가의 조각은 시소를 탄 어린 호랑이에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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