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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라이프 ⑨ 시 쓰는 정치인 우상호]“시 같은 정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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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2호 심원섭 기자⁄ 2015.05.27 09:12:44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 사진 = 우상호 의원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스마트폰 요금제의 기준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로 바뀌었다. 지난 5월 8일 KT를 시작으로 SK, LG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이 같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데이터 요금제 시대가 열렸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측 간사를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우 의원은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부의장을 지내며 1987년 6월항쟁을 주도했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바 있는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의원이다.

소위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국민들의 직접적 삶에 도움이 되는 ‘민생 입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것이라는 시각은 우 의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2만 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 출시 주장을 미래부와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줄곧 해 왔다. 지난해 19대 국회 후반기 미방위 야당 측 간사를 맡으면서 이동통신 관련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외 여러 자료를 취합하던 과정에서 일본의 2700엔(한화 약 2만 4000원)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국내에 소개했고, 이러한 ‘2만 원대 음성무제한’을 기본으로 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제안했다. 그 결과 지난 5월8일 KT를 시작으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2만 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 해 추석 때 문석진 서대문 구청장(왼쪽 여섯 번째)과 함께 송편을 빚고 있는 우상호 의원(오른쪽 네 번째). 사진 = 우상호 의원실

KT는 이날 통신업계 최초로 요금제와 상관없이 음성 통화와 문자는 무한 제공하고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요금제는 모든 요금 구간에서 음성을 무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 제공량만 선택하면 된다. 최저 요금인 299 요금제(2만 9900원)부터 499 요금제(4만 9900원)까지는 통신사 관계없이 무선간 통화가 무한으로 제공되며, 549(5만 4900원) 이상의 요금제에는 유무선 간 통화가 무한으로 제공된다. 기존 요금제의 경우,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요금제가 복잡했고 특히 음성통화가 많아 높은 정액 요금제를 쓰는 고객은 데이터가 남는 경우가 많았다. 새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음성·문자가 무한으로 제공돼 데이터 이용량 기준으로 보다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이 가능해졌다. 

“데이터 요금제, 개선됐지만 아직 부족”

이에 대해 우 의원은 “2만 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기존 요금제의 불합리한 점을 일부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국민의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새 요금제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 의원은 “국민 숫자보다 많은 5600만 이동통신 가입자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80%를 넘는 상황에서 기본 제공 데이터가 300MB에 국한됐다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현재 KT는 월정액 기준으로 299 요금제 선택 시 300MB의 데이터를, 349 요금제부터 1GB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단, ‘밀당’(밀어 쓰고 당겨 쓰기)이란 방식을 통해 다음 달 데이터를 당겨쓰고 남은 데이터를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우 의원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그동안 우리나라는 69 요금제 등이 정액제로 책정돼 있다 보니 음성통화를 많이 쓰는 분은 데이터를 안 쓰는데도 데이터요금을 내야 했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쓰시는 분들은 음성통화를 안 쓰는데도 음성요금을 내야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지금까지는 음성 매출의 하락을 염려한 통신사의 우려로 데이터중심 요금제 도입이 늦어졌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요금제 분야에서는 음성보다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요금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지역에서 ‘사랑의 맛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해 지역민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는 우상호 의원(왼쪽 두 번째). 사진 = 우상호 의원실

그러면서 그는 “통신사들은 파격적인 요금인하라고 주장하지만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소비자 실 부담액은 3만 3000원에 달한다”며 “또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가 300MB뿐이어서 국민 후생에 도움이 되는 요금제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데이터를 추가로 구매할 때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비용 등은 여전히 불합리한 국민 부담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법안과 관련해 “기본료는 이동통신 초기에 망 구축 비용을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생겨났지만 현재는 망 구축이 완료돼 대규모 망 구축의 여지가 줄어든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전기통신서비스 요금에 전기통신 설비를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기본료를 포함할 수 없도록 하는 인가 기준을 신설함으로써 전기통신 서비스 관련 요금 인하와 공공복리의 증진을 도모하려 지난 4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에는 우리나라보다 굉장히 저렴한 요금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요금 경쟁이 굉장히 드세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일본 경우에도 처음에는 ‘NTT 도코모’라는 우리나라의 SK텔레콤 같은 회사가 굉장히 비싼 요금제를 운영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만 7000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고 일본의 예를 들면서 당위성을 설명했다.

우 의원은 통신사들의 반발에 대해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인하가 기업이 망할 정도의 가혹한 제도는 아니다. 기업들은 엄살을 떨고 있지만 엄청난 통신비와 단말기 비용 때문에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는 편이고 기업 또한 충분한 인하 여력이 있다”며 “시장원리가 작동하면 회사끼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요금 인하 경쟁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단말기 시장에는 삼성전자와 LG밖에 없고, 통신사도 세 군데밖에 없다. 여기서 담합해 버리면 요금을 내리지 않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여러 번 적발해 조치를 했음에도 말을 듣질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응답하라. 착한 기숙사’ 세움단 멤버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우상호 의원(왼쪽 네 번째). 사진 = 우상호 의원실

우 의원은 가계 지출 중 통신 요금이 많이 지출되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2~3개 사로 독과점을 형성하면서 사실상 가격 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높은 통신비는 구조적으로 일부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서 불법적인 보조금도 전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조금 경쟁만 하려는 통신사의 비정상적인 태도를 바로잡고 가격 경쟁 촉진 정책으로 나아가야 마땅하다. 서비스와 요금제 인하를 통해 소비자를 유치하도록 대기업들을 더욱 압박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단계는 단말기 값 인하 유도”

우 의원은 향후 변화에 대해 “요금제는 부분적으로 변화했지만 단말기 가격은 여전히 낮춰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분리공시라는 제도를 통해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내는 보조금의 내역을 투명하게 만듦으로서 단말기 인하를 좀 유도하려고 한다”며 “그 다음에 기본료 폐지 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처리해 지금보다 훨씬 더 요금을 낮춰보자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아직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법안을 제출하신 분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가지고 여야 간에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6월 국회에서 본격적인 후속 제도 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1년 첫사랑 이현주 씨와 결혼한 우상호 의원 피로연에서 신혼셋방에서 함께 살 정도로 절친했던 영화배우 안내상(왼쪽)으로 부터 발바닥을 맞고 있는 우상호 의원. 사진 = 우상호 의원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그리고 기본요금 폐지와 더불어 타사 가입자에게도 자사의 와이파이 망을 여는 와이파이 상호접속 허용과 공공 와이파이 확대, 중저가 단말기 보급 확대 등을 빠른 시일 내에 시행토록 해 기업의 이윤 보장보다는 국민 후생이 우선인 이동통신 요금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관련해 “2014년 10월 15일 20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모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범을 정식 선언했다”며 “논란이 된 단통법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궁극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기본요금 폐지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참여연대, 통신공공성포럼, 통신소비자협동조합 등과 지속적으로 연대활동을 펼치면서 대국민 캠페인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상호의 시와 정치
“의원 시 모임에 참석하며 마음다져”

대표적 운동권 출신인 우 의원이 생활정치에 집중하는 것은 그의 대학시절 경험과 연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우 의원이 말하는 그의 인생과 정치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특별활동을 문예반에서 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시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대학도 연세대 국문과를 선택했다. 부모님은 집안이 가난하기에 돈을 벌어야 하니 바로 취직할 수 있는 상대로 가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고민 끝에 내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국문과에 갔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세문학회에 가입해 대학 1~2학년 시절 학과 공부보다는 연세문학회가 먼저였다고 할 정도로 등교하면 무조건 동아리 방으로 직행했다. 동기 중에는 작가 공지영 씨도 있고 선배 중에는 작고하신 고 기영도 시인이나 성석제 작가 등이 있다. 인생을 문학에 걸겠다는 20대 초반의 청년들과 대학 1~2학년을 보냈던 것이 내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거기서 교육받고 경험한 여러 일들이 1986년 5월 문학상과 윤동주 문학상을 받는 계기가 됐다. 물론 문학상을 받는다고 해서 전부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세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시 전통에 훨씬 강했다.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강은교, 신대철 선배 등 70~80년대를 풍미했던 주요 시인들의 절반은 연세대 출신이었다. 80년대 시의 시대에 젊은 대학생들에게 읽힌 시인 중에 연세대 출신들이 많았다. 시 전통에 강했던 곳이라 거기서 제대로 수업 받고 교육받으며 선배들의 격려와 함께 시인을 꿈꿨다.

그러나 5공 독재정권에 대항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문학의 길을 포기했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같이 병행했어도 되는데 왜 포기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문학이냐 학생운동이냐를 놓고 그냥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독재 정권 치하니 개인적인 일을 접자’는 결론을 내리고 학생회장에 출마했다. 그러면서 학생운동에 깊숙이 빠져 들어갔다. 물론 문학 자질을 아쉽게 생각한 선배들은 ‘거기는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지만 여기는 너만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며 말렸다. 그러나 학생운동, 시민운동을 거쳐 정치권에 들어오니 시 쓰는 일과 멀어졌다.

“시 읽는 사람 마음에는 순수함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시를 쓰지 않았으면 학생운동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인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시대를 보내면서 민주주의를 고뇌하고 ‘이것이 옳은 길이냐, 틀린 길이냐’는 가치를 고민하다보니 학생운동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은 도종환, 유은혜 의원이 결성한 ‘시 읽는 의원들의 모임, 4월 방’에 참여해 활동한다. 80여 명이 회원이고 20여 명이 항상 참석하는 이 모임에 가능하면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시에는 정화 기능이 있다. 자기를 돌아보게 만들고 성찰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시를 많이 읽는 사람은 자기청소를 많이 한다. 요즘 시절은 ‘시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든다. 남을 원망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은 시를 많이 읽어 시를 통해 치유됐으면 한다. 분노의 원인을 생각하면 자기 내면에 담겨 있다.

시는 유형들이 다르다. 자기한테 맞는 시 유형이 있다. 자기한테 맞는 시 유형을 반복해 읽어보면 자기 안의 불순물을 찾게 된다. 시를 읽다보면 일시적일지라도 이 불순물이 전부 씻기는 느낌이다. 국회의원 시 모임에서 시를 낭송하고 읽다보면 의정단상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나타나기에 그 모임에 의미가 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항상 순수함이 숨겨져 있다.

시인인 도종환 의원은 시를 읽어주고 해설하면서 ‘이건 시가 아니야, 삶의 얘기지’라는 말할 때가 많다. 시를 쓰고 즐기지 못할 정도로 국민을 괴롭히는 세상에서, 이런 설명을 듣고 있자면 고개를 들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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