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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그림값 산정 라이벌]“한국판 그림값 지수 만들어갑니다”

[인터뷰]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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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3호 왕진오 기자⁄ 2015.06.04 09:11:58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김영석 이사장.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가는 보호를 안 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 가격 산정이 필요하다. 호가는 있지만 거래가 안 되는 이유는 1차와 2차 시장의 구분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랑 주인이 경매 회사의 대주주인 국내 실정에서 그 화랑에 소속되지 않으면 경매 시장에 발을 붙이기는커녕 시장에서 생존조차 어렵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하, 감정협회)의 김영석(58) 이사장은 한국 미술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1. 올바른 작품 가격 산정 기능의 부재 2. 경매 회사가 취급하는 작가층의 한정 두 가지를 꼽았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감정협회는 경매장에서 나오는 거래 결과를 정량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바로 ‘가격지수’다. 이 데이터로 통계를 내고, 이를 환산해 작품 가격을 평가한다면, 하나의 잣대 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미술품 가격지수가 해외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거래에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실거래가와 평가가 제각각이다. 시가 감정에 따라 50억 원으로 평가된 작품을 은행에 가져가 “담보로 맡고 돈을 달라”면 5000만 원도 평가해주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 ‘신뢰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는 현상이다.

미술 작품의 위작 사건으로 감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사례가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던 감정 업무를, 독립 사단법인체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떠맡기 위해 김 이사장이 나선 이유다.

그는 2003년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를 출범시키고 아트프라이스를 만들어, 거래 작품의 실제 가격을 세상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믿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한국판 미술품 가격지수를 만드는 어려움에 대해 그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호당 가격 기준으로 정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미술 시장에서 일률적인 호당 가격이 인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대체 누가 호당 가격을 정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미술품 가치를 평가할 국제적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호당 가격은 누가 정하는가?”

한 작가에 대해서도 주제별, 시대별 구분에 따라 호당 가격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공산품처럼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다. “강남의 인기 아파트와 지방의 아파트는 가격 차이가 크다. 같은 단지의 아파트라도 로열층처럼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품 가격이 경매사에 의해 주도되는 현상에 대해 그는 “1차적으로 경매 가격을 정량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협의해서 모든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평균 가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매 낙찰 가격이 곧 시장 가격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유사한 작품이라도 국내 양대 경매업체인 서울옥션과 K옥션에서 실거래 낙찰가가 다르게 나온다. 환경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낙찰가를 작품의 현재 시장가격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이유다.

그는 거래량을 토대로 최근까지 거래된 미술품을 1차(화랑)와 2차 시장(경매)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매회사의 독주 때문에 1차 화랑 시장이 죽는다는 화랑 주인들의 푸념에 대해 그는 “1차 책임은 화랑들에 있다. 화랑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논리적이지 못하니 평론가나 경매업체 등 외부의 입김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며 “화랑과 평론가 그리고 경매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공정 가격 산정을 위한 잣대 마련이 우선”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미술 작품의 가격 산정을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이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경매 가격과 화랑 판매 가격을 모두 포함해 정리해야 정확한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뽑아낸 가격을 제시하고 작가로부터 동의를 얻는 과정도 필수”라고 말한다.

누구나 가격 알게 하는 가격지수를 추구

그가 이끄는 시가감정협회는 2003년부터 작품 가격 데이터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시가 감정은 정답도 오답도 아니다. 현장에서 팔리는 작품 가격을 모아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는 작업에는 매년 1억 원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은 계간 ‘아트프라이스’를 통해 공표하고 있다. 이 책자에는 10년 이상의 국내 미술품 거래가 데이터가 온전히 쌓여 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가격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3∼4년 전 가격지수를 그래프로 만들어 보여달라는 외부의 요청에 공감한 그는, 경매 낙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지수를 산출하는 메이 모제스에 의해 정립돼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두들겨봤다. 하지만 메이 모제스를 만난 뒤 김 이사장은 “1년 사용료로 1억 5000만 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의 지수는 경매장에서 팔고 사는 데이터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국 실정과는 안 맞기도 했지요. 그래서 독자적으로 지수를 개발하려고 국내 경제학자와 경영학과 교수에게 용역을 줬지만, 결국 설득력을 가진 지수를 내놓지 못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3년 전부터 ‘KYS 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것은 10호 크기의 작품, 즉 동일한 재료로 동일한 주제를 그린 경우를 기준으로 10년간의 가격 변동을 그래프로 표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지수 작성을 위해 그는 특정 작가의 작품 거래 실적, 시장 가격을 취합한다. 국내 7대 경매회사(꼬모옥션, 마이아트옥션, 에이옥션, 옥션단, 서울옥션, AT옥션, K옥션)의 거래 가격과 KIAF, MANIF 등 주요 아트페어의 거래가도 포함시킨다.

“KYS 가격지수는 장삿속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미술 시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이 가격지수를 무료로 공개할 생각도 있습니다. 현재 팔리는 그림의 가치를 일반대중도 알아야 하지 않나요?”

김 이사장은 화랑을 운영하며 시가감정협회를 운영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20년 간 운영하던 청담동 아미화랑을 접었다. 2008년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로 출발한 그는 2011년 국내 미술품 감정협회로서는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미술시장에서 ‘마니프 대표’로 유명한 김 이사장은 1995년 국내 처음으로 ‘작품 가격 정찰제’를 선보인 ‘마니프 아트페어’를 열어 주목받았다. 해마다 작품 2000~3000점을 쏟아내는 마니프 아트페어는 ‘김 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2003년부터는 미술경제 월간지 ‘아트프라이스’를 발행하고, 2008년부터 매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그림 값을 수록한 ‘작품가격’ 책을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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