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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잔해, 용광로 슬러지로 빚어낸 성동훈의 '가짜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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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5.06.15 11:43:07

▲사비나미술관에 설치된 '코뿔소의 가짜왕국' 작품과 함께한 성동훈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CNB저널=왕진오 기자) 몸통은 추락한 전투기 잔해, 머리는 구름 형상을 한 반짝이는 구슬, 타고 앉은 코뿔소의 몸통은 용광로에서 버려지는 슬러지 덩어리로 만들어진 상상의 동물 모양 조각상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작품은 '돈키호테'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성동훈(48) 작가가 6년 만에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갖는 'Fake of the Kingdom(가짜 왕국)'전에 공개한 '코뿔소의 가짜왕국'이다.

6월 12일부터 진행되는 전시에는 25년 동안 공업용 특수시멘트와 금속의 고유한 성질을 이용해 물성을 드러낸 대형 조각을 만들고 있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자료, 작품모형, 작품집, 오브제 등의 아카이브가 함께한다.

전시 타이틀 'Fake of the Kingdom'은 개개인이 추구하는 독창성(originality), 혹은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시작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성동훈 작가의 'Fake of the Kingdom(가짜 왕국)'전이 열리고 있는 사비나미술관 전시장 모습.(사진=사비나미술관)


"번듯한 철강 제품이 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슬러지, 추락한 전투기와 헬기의 잔해 등 관심을 받지 못하고 폐기된 잔해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재료로서 다가왔다. 물질을 다루는 조각가로서, 각기 다른 상황에서 발견한 물질이 하나의 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독창성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작가에게 ‘가짜 왕국’은 그만의 작업을 펼칠 또 다른 공간이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 진정성을 잃어버린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 표피적인 사유에만 그쳐버리는 오늘의 모순에 대해 진지하고 깊게 고민한 흔적이다.

▲사비나미술관 1층에 전시된 '백색 왕국' 작품과 관람객.(사진=왕진오 기자)

"가짜에 대한 역설이 아닙니다. 지금 처한 상황들이 아이러니하고, 위장인지 모조인지 그리고 진정한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세상에 던지고 싶었죠. 재료 자체만 가지고도 생명력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전시장에는 철 슬러지 외에도 청화백자가 주요 오브제로 등장한다. 작품 '백색 왕국'과 '코뿔소의 가짜 왕국'에 부착된 청화백자는 단단하고 거친 물성의 철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음과 양, 현실과 비현실, 자연과 문명의 간극과 조화를 표현한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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