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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 판화展 3선]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판화의 멋

‘인쇄문화의 꽃, 고판화’ ‘황규백 회고전’ ‘판화다, 그러나 새롭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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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김금영 기자⁄ 2015.06.18 09:03:00

▲중국 청나라 초기 화가 왕개-왕시-왕얼 3형제가 편찬한 화보 ‘개자원화전’. 물감과 채색법, 산수를 그리는 방법, 이전 화가들의 필법, 벌레와 짐승-화초를 그리는 방법 등이 설명돼 있다. 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판화는 인쇄 문화의 초기에 쓰였던 낡은 수단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예스럽고 고풍이 스며 있다. 또한 판화에는 특유의 투박한 맛도 있다. 이런 맛을 살리려 일부러 판화풍을 동원하는 화가도 있다. 또한 반대로 ‘메조틴트’라 하여, 아주 부드러운 판화도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발전하는 판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옛 판화의 역사와 쓰임을 살피다
‘인쇄 문화의 꽃, 고판화’전

국립민속박물관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함께 선보이는 ‘인쇄 문화의 꽃, 고판화’전은 인쇄와 회화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판화 작품을 보여준다. 1부 ‘세상을 밝히다 - 지식’, 2부 ‘소망을 담다 - 염원’, 3부 ‘멋을 더하다 - 꾸밈’까지 세 파트로 구성됐다.

1부는 지식과 정보를 세상에 널리 전파하는 인쇄매체로서 판화의 특징을 살펴본다. 유교 덕목의 실천과 보급을 위해 간행돼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오륜행실도 목판’, 아미타불의 자비를 찬양하고 염불을 외워 정토왕생을 권하는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강원유형문화재 152호)’, 효도 경전으로 널리 읽혀졌던 ‘흥복사판 목련경’, ‘정희대왕대비 발원 변상도’ 등 어려운 내용을 그림으로 풀어 대중에게 전달한 목판과 판화를 소개한다.

▲금강산 4대 사찰을 중심으로 일만이천봉을 목판에 새겨 찍어낸 판화 ‘금강산사대찰전도’.

2부에는 인간의 소망을 담아낸 판화들이 있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을 표현한 ‘선암사 오도자 관음보살’, ‘천수천안관음도’처럼 우리나라 대중 불교 확장에 영향을 준 판화를 볼 수 있다. 또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오는 ‘삼재 부적’, ‘호작도’ 등 선조의 소망과 정성이 담긴 판화들도 전시된다.

3부에서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널리 이용된 문양 판화와 대중 예술로서의 회화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책 표지를 장식하는 데 사용된 능화 판화, 꽃과 새-길상문자 등의 문양을 찍은 이불보, 시전지 같이 생활에 멋을 더한 판화, 사군자를 소재로 한 화훼도의 유행을 보여주는 ‘묵죽도’, 다색 판화로 제작된 ‘십장생도’를 볼 수 있다.

한-중-일 삼국의 판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나라 회화에 영향을 준 중국의 화보(畵譜)인 ‘개자원화전’ 초간본, 일본 히로시게(1797~1858)의 우키요에(일본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 시대 말기에 서민 생활 기조의 회화 양식) ‘야마나시의 사루하시 풍경’이 함께 전시되고, 7월 5일에는 ‘한국과 일본 판화의 비교’ 주제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Ⅱ에서 7월 20일까지.

판화 대가 황규백의 60년 작업 세계 조망
‘황규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전

1970년 이후 미국에 정착해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판화가 황규백(1932~)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1932년 부산 출생의 황규백은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갔고, 1970년 뉴욕 정착 이후 동판화 중에서도 특히 노동집약적이며 세밀한 장인 정신을 요하는 전통적 판화 기법인 유럽의 메조틴트(mezzotint)를 자신만의 독자적 기법으로 마스터했다. 그는 서정적이며 정제된 판화 작품들을 통해 전통의 매체 메조틴트를 현대적으로 승화시켜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황규백, ‘쓰리 문즈(Three Moons)’. 메조틴트, 34 x 27.5cm, 1993.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해외에서 독보적인 판화가 위치를 확보한 황규백은 루브리아나 판화 비엔날레(1979, 1981), 브래드포드 판화 비엔날레(1974), 피렌체 판화 비엔날레(1974) 등의 국제 판화제에서 수상했고, 그의 작품들은 뉴욕현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지에 소장됐다. 특히 그는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포스터 작품을 제작하면서 국제적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적 판화 작품뿐 아니라 2000년 귀국 후 최근까지 작업해온 회화 작품까지 60년간의 작품 세계를 포괄적으로 조망한다. 전시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간 뒤 파리에서 제작한 초기 판화와 제작 과정들 △작가가 뉴욕에 정착해 1970~1990년대 집중적으로 제작한 메조틴트 작품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최근까지 작업한 회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황규백, ‘루프(Roof)’. 메조틴트, 27.5 x 33.5cm, 1990.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황규백의 작품에는 최소의 단어와 운율로 쓰인 시 한 편처럼 일상의 사물과 풍경이 화면 안에 은유적으로 병치되고 새롭게 재구성된다. 메조틴트 기법이 지닌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디테일의 작품 속에 시적인 함의와 내밀한 환상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속에서 삶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소소한 생물과 무생물의 은밀한 대화, 무심코 놓아 뒀던 기억과 현재의 만남이 이뤄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국제적인 활약을 되짚어 보고 오늘날 한국 현대 판화의 흐름과 지형을 읽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7월 5일까지.


다양한 장르의 융합-해체에 영향 끼친 판화
‘판화다, 그러나 새롭다’전

‘판화다, 그러나 새롭다’전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해체 및 융합 과정에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며, 그 기저에는 판화의 영향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전통 판화의 발달부터 현재까지 판화 기술이 어떻게 예술에 접목됐는지 볼 수 있다.

▲판화 장르를 설치미술 영역으로 확장시킨 정진경의 작품. 사진 =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1950년대에 시작돼 60년대 비약적인 발전을 거치고 70~80년대에 저변을 넓힌 판화 작품을 보여주며, 기술을 뿌리로 한 예술의 본질을 살펴본다. 이어 더 나아가 현대의 발전된 기술이 예술 장르에서 어떠한 결합과 변형을 겪는지 시각화한다.

곽남식, 이주은, 김홍식, 남천우, 정명국, 윤세희, 정진경, 임지혜 등 작가 8명이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을 세대별로 나뉘어 전시함으로써 한국 판화의 현 주소와 동시대성을 부각시킨다. 판화의 매력이 더 돋보일 수 있도록 설치미술로 확장한 점이 눈길을 끈다.

▲‘판화다, 그러나 새롭다’전에 전시된 정명국의 작품. 사진 =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전시를 기획한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이은주 디렉터는 “판화가 현재는 사장 장르로 인식되지만, 매체 예술의 시초에 판화가 있었다”며 “최근 조각이나 사진, 회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사진과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처럼, 판화 작가들도 동, 철, 나무, 함석판 등을 이용해 그라피티, 페인팅, 설치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아트스페이스 정미소에서 6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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