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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모딜리아니가 ‘눈동자 없는 초상’ 그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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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왕진오 기자⁄ 2015.06.15 13:28:54

▲모딜리아니, ‘앉아 있는 잔느 에뷔테른느’, 캔버스에 유화, 55 × 38cm, 1918. 사진 = 이스라엘박물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나 허구가 아닌 무의식이다.”

10대 소녀 잔느(Jeanne)와의 격정적 러브스토리, 남자가 세상을 뜨자 뒤따라 투신자살한 그녀 등 비운의 화가다운 드라마틱한 삶으로 재조명된 화가가 있다. 바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였다.

2010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품 ‘소파에 앉은 누드’가 6900만 달러에 팔려 화제를 모은 그의 작품은 2012년 프랑스의 축구 구단 AS 모나코의 구단주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푸른 쿠션에 기댄 누드’를 1억 1800만 달러에 구입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모딜리아니, ‘마누엘 윔베르의 초상’, 캔버스에 유화, 100.2 × 65.5cm, 1916. 사진 = 빅토리아국립미술관

20세기 미술사에서 독창적 화풍으로 이름을 떨친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의 대표 화가 모딜리아니의 진품 70여 점이 한국을 찾는다. 모딜리아니는 삶의 고뇌와 예술적 번민에 찌든 채 붓을 든 14년 동안 400여 점의 유화 작품을 남기고 35살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영화처럼 짧은 인생이었지만 예술가로서 그는 삶의 고통과 남녀 간 사랑의 감정을 열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의 심오한 내면세계를 독특한 양식으로 화폭에 담으려 했던, 무한한 애정을 지닌 휴머니스트였다.

짧은 생애의 그가 유독 초상화에 집중한 이유는?

그가 예술을 통해 추구했던 인류애와,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6월 26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 마련된다. 국내 최초의 회고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몽파르나스(1890년대 모딜리아니가 머물던 파리의 한 구역.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모였던 창작과 교류의 장소)의 전설이 된 비운의 화가 모딜리아니의 예술과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해본다.

▲모딜리아니, ‘머리를 푼 채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 캔버스에 유화, 60 × 92.2cm, 1917. 사진 = 오사카 시립근대박물관

파리 시립미술관, 피카소미술관, 오랑주리미술관, 그르노블미술관, 헬싱키 아테네움미술관, 미국 톨레도미술관, 이스라엘미술관,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오사카 시립근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20여 공공미술관 소장 작품과 개인 25명의 소장품 등 전 세계 45개 소장처에서 보험 평가액만 6천억 원에 달하는 모딜리아니 원화가 한국으로 공수됐다.

이번 전시는 파리 활동 시기에 그가 몰두했던 초상화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그의 작품 중 대다수가 초상화인 이유는, 병마와 싸우며 버텨온 그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생존에 의미를 더하려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딜리아니, ‘앉아 있는 갈색 머리의 어린 소녀’, 캔버스에 유화, 92 × 60cm, 1918. 사진 = 피카소미술관

이번 전시회는 또한 1916∼1917년에 제작된 대형 누드화 연작 중 ‘셀린 하워드의 초상’과 ‘머리를 푼 채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를 통해 모딜리아니 후기 작품 세계의 성숙미와 관능미를 조명한다.

그는 1910∼1913년 몽파르나스에서 브랑쿠시를 통해 조각가로서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후 그는 더욱 확고해진 독특한 유화 화풍으로 아프리카 원시 부족의 조각품에서 영향을 받은 이국적 색채를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커미셔너는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시대의 대표 작가인 그의 그림에는 배경이 거의 없다. 원근법도 없애고, 절제된 단순미를 통해 인체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표현한 작가로 평가할 수 있다”며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개인 소장가들이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45곳 소장처로부터 모딜리아니 진품을 공수

모딜리아니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인물’이다. 긴 얼굴에 긴 목, 길게 변형된 코 등이 먼저 눈에 띄는 그의 초상화는 단순히 인물에 대한 묘사나 재현이 아니다. 그는 가까운 친구나 지인을 화폭에 담으면서 다양한 양식을 시도했다. 1913년부터는 인물의 얼굴과 세부 요소를 길게 변형시키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확립해 나갔다. 더 나아가 후기 초상화 작품에서는 눈동자 없는 눈을 그리면서 아몬드 모양의 눈을 강조했다.

▲모딜리아니, ‘여인의 초상’, 캔버스에 유화, 68 × 64cm, 1918. 사진 = 맨체스터 시립갤러리

그의 초상화에는 20세기 초 폭발적으로 발전한 파리의 문화와 그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상화에 등장하는 폴 알렉상드르, 폴 기욤 같은 개인 소장가 및 젊은 화상(畵商)들, 모이즈 키슬링, 샤임 수틴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 모습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그의 작업실을 자주 드나들던 여인들 중 루냐 체코프스카, 러시아의 여류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와 더불어 그의 마지막 여인 잔느 에뷔테른느를 담은 초상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모델의 신체 자체에 집중했을 뿐, 특징적인 몸짓이나 장식적인 부속물 혹은 설명적인 요소나 실제 공간을 짐작케 하는 어떤 것도 그림에 담지 않았다. 그의 누드화는 가장 서양전통에 충실하며, 인체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딜리아니, ‘여인의 얼굴’, 종이에 잉크, 31.5 × 23.5cm, 1916. 사진 = 개인소장, 이탈리아

이번 회고전은 모딜리아니의 예술 세계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1906∼1920년 간의 유화,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됐다. 짧은 생애만큼 간결하고 응축된 그 특유의 표현양식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는 ‘남자의 초상’, ‘여인상 기둥’, ‘여인의 초상’, ‘누드’, ‘종이 작품’, ‘모딜리아니와 모이즈 키슬링’ 총 여섯 개 테마로 구성됐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모딜리아니 예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와 함께 작품에 담긴 인물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게 한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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