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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셀피 원조 그女 vs 거리사진 원조 그男

비비안 마이어 & 게리 위노그랜드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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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6호 왕진오 기자⁄ 2015.06.25 08:57:03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동시대에 활동했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산 두 사진가의 사진과 필름으로 구성된 특별한 전시 비비안 마이어의 ‘내니의 비밀’전과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전이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7월 2일 막을 올린다.

이 전시는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 사람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보모’로, 또 다른 사람은 당대의 유명한 남성 사진작가로 그 대비가 확연히 드러나는 두 사진 작업을 소개한다.

두 사진가의 개성 있는 시선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스트레이트 사진’과 ‘스트리트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진의 두 주도적 경향과 사조에 대한 미학과 시각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다.

▲비비안 마이어, ‘자화상’.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내니의 비밀’전은 1950∼1970년간 보모로 생활하며 아무도 모르게 사진을 찍은 수수께끼 인생의 비비안 마이어(1926∼2009년)가 찍은 흑백 사진 78점, 컬러 사진 20점, 밀착 흑백 사진 7점, 필름 9점으로 꾸려졌다.

그녀는 전문적인 사진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추어로서 틈틈이 찍은 그녀의 사진에서 삶에 대한 긍정과 여성 특유의 따뜻한 손길이 묻어난다.

한 번도 자신의 사진을 소개한 적이 없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타인의 인생을 엿보듯 은밀하게 촬영한 사진이 무려 15만 롤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동시대 속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 두 사진가의 인생 기록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그녀의 삶은 알려질 방법이 없었다. 2007년 한 벼룩시장에 나온 가치 없는 필름 상자들을 기획자 존 말루프는 단 돈 몇백 달러에 사들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려 12만여 점에 이르는 마이어의 사진이 있었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이후 존 말루프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영화를 제작하며 의문에 쌓인 그녀의 일생과 그녀의 사진들을 하나씩 발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지 자체보다 사진을 찍는 행위, 무언가를 만든다는 성취감에 도취하듯 촬영이라는 몸짓에 집착했다. 거리는 그녀의 극장이었고, 사진은 그녀의 수단이었다.

셀피(Selfie, Self-Photography: 자신의 사진을 찍는 행위 또는 그 사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사진 속의 그림자로, 또는 거울놀이를 하듯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진 곳곳에 드러냈다. 그녀의 모습은 반사된 얼굴, 땅에 뻗은 그림자, 바디 실루엣으로 이미지의 언저리에 나타난다. 일생 동안 촬영한 수많은 자화상에서 자아를 찾고자 하는 끈질긴 노력이 엿보인다.

▲비비안 마이어, ‘1976년 5월’.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이번 전시에는 사진과 함께 마이어의 시선과 그 움직임을 보여주는 슈퍼8 영상이 함께 상영된다. 그녀의 영상에는 내러티브도 없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없다. 조용히 관찰하다 대상을 발견하면 직관적으로 따라간다. 가까이 다가가는 대신 줌 기능을 이용해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고, 군중 속 인물의 손이나 다리 같은 세밀한 부분이나 자세에 초점을 맞춘다. 수줍게 다가가지만 끈질기게 관찰하는 태도다.

마이어처럼 거리 사진의 대가 위노그랜드(1928∼1986년)도 자신을 드러내고 무차별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내 사진들은 그 어떤 메시지도 감추지 않는다. 나는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그녀들을 찍어왔다. 내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속 그녀들은 확실히 아름답다고 얘기할 수 있다.”

빈티지 흑백사진에 담은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

1986년 암으로 사망한 게리 위노그랜드는 자신의 카메라가 마치 기관총이라도 되는 듯 무려 2만 6천 통의 필름으로 거리 사진을 찍었다. 작품 선정, 인화, 작품집, 전시회 등과 관련된 일은 관심 밖이었고 오로지 찍는 데 그는 집중했다.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Straight Photography)’의 거장이며, ‘거리 사진가’의 대부인 위노그랜드의 사진은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당시 여성들의 일상 모습을 담았다. 계산되지 않는 본능적 샷으로 담아낸 ‘여성을 아름답다’는 그래서 세기의 사진 시리즈가 됐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1970년대 초 뉴욕 현대 미술관 사진부 큐레이터였던 존 자르코브스키는 위노그랜드의 사진 85점을 선정해 사진집을 냈다. 사진집은 거리와 공원에서 몰래 찍은 여성들의 사진으로 채워졌다. 자동차를 타거나, 축제에 참석한 여성들의 사진이다.

1950년대 미국 스트레이트와 스트리트 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인 워커 에반스와 로버트 프랭크의 영향을 받은 위노그랜드는 뉴욕의 거리를 은밀히 배회하며 쉬지 않고 남몰래 셔터를 눌렀다. 그는 기록적이고 미학적인 사진적 접근을 시도하며, 두 선배 사진가의 이중적 개념을 공유했다. 에반스는 시간성 속에 새겨진 한 시대의 증거물과 기록들을 생산하는 자이고, 프랭크는 그 내적인 질로 평가받는 비시간적 대상의 창조자였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오래전부터 그림, 사진의 대상이었고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위노그랜드의 ‘여성들은 아름답다’ 사진 작품들은 전례가 없던 새로운 개념으로 여성을 포착한다. 일상 속에서 꾸미지 않은 채 포착된 여성들이다.

의상 밖으로 드러난 몸의 곡선들, 구불구불한 긴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순진한 얼굴, 헐렁한 조끼 속 가슴, 가슴이 드러나게 터진 옷, 호수 속 나신, 미소, 시선 등 위노그랜드의 사진은 새로운 시선으로 여성들을 보도록 제안한다.

부르주아 여성, 히피 여성, 미국 여성, 외국인 여성, 여성운동가, 여성 운동선수 등 길에서, 해변에서, 파티에서, 바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이다. 자세를 취한 누드, 또는 스튜디오에서 최적 상태를 이룬 환상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아름답게 나타나는 여성들이다. 그의 사진에서 여성은 더 이상 이상화되지 않는다.

일상 속 모습은 각 여성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욱 배가시킨다. 60년대 후반 미국 여성들의 태도를 증언하는 위노그랜드의 사진전은 9월 2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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