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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 사진전 4선]자연 찢고, 다름 인정않는 한국인?

‘달빛 사진’ ‘해녀의 숨비소리’ 등 카메라의 새 시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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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6호 김금영 기자⁄ 2015.06.25 08:57:26

▲박형렬, ‘피겨 프로젝트 - 지구(Figure Project - Earth) #21’. 피그먼트 프린트, 120 x 150cm, 201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부드러운 자연을 찢고 들어간 인공의 날카로운 직선과 예각은, 자연을 하대하는 한국인의 시선인가?(박형렬 ‘슬로우 드로잉’전) 온통 흰 꽃 천지인 가운데 가장자리에 홀로 핀 빨간 꽃은 한국에선 불가능한 존재 방식을 은유함인가?(오상철 ‘들꽃 사진전’)

한국의 자연과 사람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네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아름다운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에 위락시설이 들어서면서 사라져가는 해녀의 숨길을 흑백사진으로 담은 권철의 ‘이호테우’전,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달빛 사진을 찍은 김성용의 ‘위로하는 빛’ 등을 소개한다.

자연의 순리 역행하는 인간문명을 포착
‘슬로우 드로잉’전

박형렬 작가의 ‘슬로우 드로잉’전은 문명에 착취당하는 자연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전작 ‘캡쳐드 네이쳐(Captured Nature)’가 인위적으로 포획된 자연물의 형태를 연출해 촬영함으로써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인간문명을 은유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피겨 프로젝트(Figure Project)’ 시리즈는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작가가 상황을 연출하는 행위적인 측면에서 이전 작업과 지속성을 갖는다.

피겨 프로젝트는 평범한 자연을 배경으로 작가 스스로 자연물에 물리적 행위를 가한 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촬영한 작업이다. 작가가 개입한 자연은 자연 그 자체의 상태에서 발견할 수 없는 완벽한 직선과 면의 분할을 가진 조형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개입이 이뤄진 대지의 형태만을 제시한 작업과, 이 조형적 형태에 인물을 등장시키는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한다.

▲박형렬, ‘피겨 프로젝트 - 워터(Figure Project - Water) #3’. 피그먼트 프린트, 144 x 180cm, 2013.

인물이 등장하지 않은 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촬영된 조형물은 절대적 크기가 드러나지 않는 상태로 원근감과 공간감을 상실하고, 이로써 2차원 매체인 사진의 또 다른 특성이 강조돼 마치 평면 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지배 욕망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전작에서 사진의 역할을 행위의 재현에 국한했다면, 피겨 프로젝트에서는 프레임 안의 조형적 요소들을 극대화시키고 새로운 사진적 실험을 시도하는 등 작업을 재구성하는 미학적 장치로 확장시킨다.

작가는 “내 작업은 지속적으로 실제 자연 공간과 다양한 물리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난 그런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피겨 프로젝트는 인간의 시각이 자연을 조형적인 풍경으로 옮겨놓는 것에 관심을 갖고 풍경과 조형성을 사진으로 재구성한다. 이 과정은 우리의 주변 자연 환경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전시는 BMW 포토 스페이스에서 7월 22일까지.

권철 작가의 제주도 100일 르포
‘이호테우’전

‘이호테우’전은 일본에서 고단샤 사진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의 국내 첫 사진전이다. 전시의 주제는 제주시 북서부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해수욕장 이호테우 해변이다. 작가는 2014년 한국으로 귀국 당시 서울로 곧바로 오지 않고 가족과 제주도에서 반년 정도 살며 소록도와 팽목항 사진을 찍었다. 제주도 집에서 멀지 않은 이호테우를 오가며 그는 해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권철, ‘이호테우’. 2014. 11월 초겨울 꽤 매서운 제주 바람을 피해 해녀 할머니들이 불가에 옹기종기 모여 언 몸을 녹이고 있다.

기록사진 전문 눈빛 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제주도 해녀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며 제주도 어촌 생활의 근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 대한 따스한 공감과 연민이 없이는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얼치기 사진가들은 그들의 노동이 그 어느 것보다 고되다는 사실을 잊고 호기심으로 접근하곤 한다. 하지만 권철은 물질하는 해녀들을 따라 스스럼없이 돌고래처럼 물속으로 들어갔고, 이에 해녀들도 점차 카메라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 과정이 사진에 담겼다”고 말했다.

작가는 단순히 제주도 풍경만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 12살부터 물질을 시작해 70여 년을 해녀로 살아온 해녀 할머니 홍순화(85) 씨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제주도가 처한 상황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그는 “예로부터 풍성한 어장을 형성해 명소로 손꼽힌 이호테우에 2002년 대규모 유원지를 만드는 계획이 나오며 첫 개발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매립공사까지 마쳤으나 2009년 예산이 모자라 중국의 한 그룹과 손을 잡았고, 2013년 유원지 사업을 카지노로 변경하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호테우 해수욕장은 이제 중국 카지노가 지배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놓였다”고 말했다.

▲권철, ‘이호테우’. 2014. 이호테우 해변의 용천수.

이어 “이호테우 전체 해녀는 70명 정도인데 2009년 매립 전후로 실질적으로 물질을 하는 분은 1/3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해녀 탈의장 바로 밑이 원래는 바다였지만 대규모 매립이 강행되면서 해녀들은 바다와 양식장까지 한참을 걸어서 다녀야 한다. 매립의 영향으로 천연 어장이 파괴되고 어획량도 급속히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이제 몇 년 후면 이 매립장에 큰 드림랜드가 들어서고,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현장에서 만난 홍순화 할머니는 작가의 작업에 큰 영감을 줬다. 할머니는 이호테우 해녀 중 최연장자로, 오랜 물질로 몸에 무리가 가 이틀에 한 번꼴로 무릎 주사와 물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몸이 버텨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물속에 들어갈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고.

작가는 “해녀의 삶 그 자체는 힘들고 고되지만 그들에게는 바다가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신성한 장소이자, 고달픈 삶을 지탱해주는 정신적인 동반자였다. 제주도 해녀는 극도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제주도의 환경 아래 변모해 가고 있다. 이호테우 해변가에 밀려오는 거대한 자본의 파도 속에서 오늘도 할머니의 숨비소리(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는 거칠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토포하우스에서 7월 8~14일.

달빛 아래 야경이 전하는 위로의 감성
‘김성용 개인전 -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것, 여리고 외로운 것,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것, 그러면서도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풍경에 주목한 사진 작품들을 ‘위로하는 빛’전에서 선보인다. 달빛 아래 빛나는 도시 야경을 촬영했는데, 그는 야경 속에 비춰지는 다양한 빛들을 보며 안도와 위로를 느꼈음을 고백한다.

▲김성용, ‘No.58’. 피그먼트 프린트, 120 x 48cm, 2011.

작품엔 화려한 도시, 으슥한 골목, 공사 현장, 판자촌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각 장소가 내뿜는 분위기는 다르지만 환한 달빛과 그 달빛 아래 조화를 이루는 저마다의 빛이 전해주는 따뜻한 감성은 동일하다.

이 감성은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다툼이 있은 뒤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에 밤공기를 쐬러 동네 골목길을 걸었다. 자꾸 커지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는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걷고 있을 때 담벼락에 비치는 달그림자가 보였다. 푸른 달그림자를 쫓아 고개를 들어 바라본 밤하늘에는 하얀 보름달이 덩그러니 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홀린 듯 달을 바라봤더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달빛처럼 하얗고 깨끗해졌다. 마음속의 괴로움, 슬픔 모두 말끔히 잊혀졌다”고 작가 노트에 적었다.

▲김성용, ‘No.48’. 피그먼트 프린트, 100 x 100cm, 2009.

작가는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문젯거리들이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이해부족, 과도한 기대, 시기나 질투에서 비롯되지만, 그 병을 치유하는 것 또한 타인으로부터 얻는 경우가 많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달빛 아래 반짝이는 사람들의 불빛을 보며 ‘저기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생각하며 공감과 위로를 받은 자신의 경험을 전시장에 풀어낸다.

작가는 “내게 사진을 찍고 작품을 보여주는 일은 공감의 한 방법이다. 처음에는 내가 느꼈던 달밤의 안도와 위로를 나의 것으로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내가 달밤에 느꼈던 느낌을 사진으로 그대로 전달하기도 했다. 나의 사진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예술적 가치나 의미를 지닌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갤러리 토스트에서 7월 7일까지.

야생에서 마주한 들꽃의 아름다움
‘오상철 들꽃 사진전 - 회상, 메모리’

오상철 작가의 들꽃 사진전 ‘회상, 메모리’에선 야생에서 마주한 들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며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피사체와 눈 맞춤을 한 작가에게 유독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즐거움과 아쉬움까지 함께 준 들꽃들 사진이 전시장을 채운다.

작가의 카메라는 물가에 청초하게 핀 채 우아함을 드러낸 들꽃, 바위 틈 사이와 절벽에 활짝 피어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들꽃의 생생한 모습을 포착한다. 김영태 사진문화비평가는 “야생화를 찍은 사진은 예술적 가치보다는 자연과학의 자료로서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진으로 표현했을 때 가장 큰 감동과 시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며 사진 소재로서 야생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성용, ‘No.48’. 피그먼트 프린트, 100 x 100cm, 2009.

이어 “완성도 높은 야생화 사진을 찍으려면 그것에 적합한 장비와 필름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찍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정한 뒤 표현 대상에 접근해야만 생산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형태미나 시각적인 화려함만 보여주기보다 철학적 의미를 드러내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야생화를 표현 대상으로 선택해 시각화한 오상철의 사진은 야생화 사진의 미학적인 의미를 반영한다. 작가는 다양한 인간군상 혹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여러 야생화를 세련되고 능숙한 사진 기술로 재현했다”고 평했다.

▲오상철, ‘하늘나리’. DSLR-피그먼트 프린트, 48 x 32cm, 2010.

오 작가는 “오랜 시간 카메라와 함께 하다 보니 사진 속에 많은 사연들도 함께 담게 되더라”며 “카메라와 사진은 한 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장 오래 남기는 수단인 것 같다. 이번전시에선 촬영 당시 내 가슴을 설레게 한 아름다운 들꽃들을 담았다. 사계절 홀린 듯 달려가 마주했던 그 꽃 사진들을 모아 지난날을 돌아보고자 시작했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전시는 갤러리 나우에서 6월 24~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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