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이은경]“코끼리는 행복과 사랑입니다”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20 x 40cm, 201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최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해외판 극한 알바’ 편은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인도에서 빨래꾼, 중국에서 가마꾼 체험을 하는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 중 박명수와 정준하가 방문한 아프리카 케냐의 코끼리 고아원이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며 주목 받았다. 코끼리의 순진한 눈망울과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 덕분이었다.
이은경 작가는 이 코끼리 이야기를 캔버스에 풀어놓았다. 코끼리는 그의 주요 모티브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코끼리를 중심축으로 삼고 여기에 ‘커피 코끼리’, ‘여인 코끼리’ 등 다양한 테마를 잡아 작업해왔는데, 올해 리서울갤러리에서 갖는 첫 개인전에서는 ‘러브 코끼리’를 주제로 신작들을 선보인다.
“원래는 미술 교육, 기획 일을 하다가 한 그림 기획자 눈에 띄어서 작가로서 활동한 지는 어느덧 2년이 됐네요. 첫 작품부터 코끼리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코끼리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동요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존재예요. 하지만 솔직히 예전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인기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도 잘 보지 않았죠. 코끼리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건 제 꿈에 코끼리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어느 날 작가의 꿈속에 새하얀 코끼리가 등장했다. 새하얀 코끼리 위에 온화한 표정의 어린 왕자가 앉아 있었는데 이게 바로 태몽이었다. 축복 속에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코끼리는 작가에게 행복을 전해준 존재가 됐다. 그림에는 코끼리와 더불어 어린 왕자가 등장하곤 하는데, 이 또한 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치유와 행복을 상징한다.
태몽 꾼 뒤 코끼리에 관심…피해 안 주고 어우르는 모습에 사랑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꿈을 생각하면 다시 용기가 나고 힘을 얻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을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었죠. 그림이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전 작가가 그림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작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코끼리 이야기를 통해 첫 번째로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두 번째는 바로 사랑이에요.”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45.5 x 38cm, 2015.
처음엔 태몽 때문에 코끼리에 관심을 가졌지만, 코끼리에 대해 알아갈수록 점차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작가는 “코끼리들은 무리지어 생활하고, 서로를 신중하게 보살피며 남다른 가족애를 지닌 존재더라”며 “덩치는 크지만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함께 어우를 줄 아는 점에서 큰 사랑을 느꼈다. 알면 알수록 사랑스럽고 동글동글한 코끼리 모습처럼 처음엔 각이 져 있던 내 마음도 둥글둥글해지는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59.5 x 39cm, 2015.
그림 속에서 코끼리와 어린 왕자는 친한 친구처럼 함께 거니는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화합과 평화를 지향하는 작가의 성격이 느껴졌다. 그는 “힘으로 지배하며 대항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힘 있는 것들과 벗하기보다 따뜻한 작은 마음을 받아들이려는 너(코끼리)의 눈에서 어린아이의 천진함을 봤다”고 작가 노트에 메모하기도 했다.
코끼리와 어린 왕자뿐 아니라 여인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엔 작가가 한 여성으로서 바라본 다른 여성에 관한 생각이 들어 있다. 작가는 “여성으로 살아가며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봤는데,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한 게 인도와 아프리카 여성이었다. 척박한 환경 속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림으로 그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여인 코끼리’ 시리즈를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72.7 x 50cm, 2015.
이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푼 것이 코끼리 시리즈의 특징이다. 작가의 신작 ‘러브 코끼리’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귀엽고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전 작업에는 코끼리의 더 현실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도 보이지만 점차 단순화를 거쳤다. 몸집이 크고 거대한 코끼리의 웅장한 이미지보다 무게감을 덜고 사랑과 행복을 주는 코끼리의 이야기에 더 가볍고 발랄하게 접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26 x 50cm, 2015.
작업은 캔버스에 아크릴을 기본 베이스로 다양한 재료를 콜라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술 교육 일을 계속 병행하고 있어 오전엔 강의를 다녀온 뒤 오후에 작업실에서 온 힘을 쏟아 부어 그림을 그린다. 바쁜 작가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그림 그리며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72.7 x 50cm, 2015.
“제가 작업을 한 시간이 길진 않아요.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 저만의 가치관이 뚜렷해 오히려 그림 그릴 때 행복 지수가 높아집니다. 그림을 통해 따뜻함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또 소통하는 게 제 가치관이에요. 전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작가로서는 그림으로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림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고 신나기까지 해요.”
▲이은경, ‘러브 코끼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39 x 39cm, 2015.
작가는 앞으로도 코끼리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첫 개인전을 열며 앞으로의 작업에 열정과 의지를 보인 그는 “코끼리는 내게 제2의 인생을 만들어준 소중한 존재”라며 “내가 코끼리 그림을 그리며 직접 마음의 치유를 받았듯 이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