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 - ‘서울 1945’전]해방 직후의 아름다운 흑백 사진들
▲해방 직후 서울의 일본인 여성, 1945년. 사진 = 서울시립대박물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일제가 패망한 이후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경성은 서울로 이름을 바꾼다. 하지만 서울의 경관은 일본인과 미군이 서로 섞여 분주히 오고가면서 혼돈의 격동기를 맞는다.
1945년은 일제의 식민 통치가 종지부를 찍은 해이기도 하지만 분단이 시작된 해이다. 해방 직후 남산에서 본 서울의 경관은 경성이었을 때나 변한 것이 없지만, 그 속은 새로운 국가 건립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남산에는 여전히 일제의 잔재인 신사가 그대로 남아 식민 지배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으며, 찾는 사람 없는 황량한 경성신사는 새로운 이방인들의 기념촬영 장소가 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의 이곳저곳에서 포착된 모습에는 군복을 입은 이방인들과 전차와 군용 트럭, 분주한 우마차의 움직임과 인력거들 그리고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서울 중앙우체국 앞 거리, 1945년. 사진 = 서울시립대박물관
이 시기를 담은 사진들은 미군정 시기 이후 서울에 머물고 있던 미군 정보국 소속 병사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은 관광 목적이 아닌 보고를 위한 용도로 대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적하고 정갈한 서울 거리와 사람들
당시 촬영된 화면은 광화문, 세종로 같은 주요 명소뿐만 아니라 소달구지에 항아리를 잔득 싣고 가는 사람과 노점에서 생필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 머리에 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들의 풍경처럼 시내 곳곳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시민들의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서울시립대박물관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1945년 해방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시대를 서울의 풍경을 통해 보는 전시 ‘서울, 1945’를 6월 3일부터 진행한다.
▲인력거를 탄 미군, 1945년. 사진 = 서울시립대박물관
이 전시는 당시 서울에 주둔했던 미군이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해방 직후 서울의 경관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히 전한다. 또한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6.25전쟁 이후의 서울 모습도 함께 소개된다.
특히 서울시립대박물관이 2014년 수집해 최초로 공개하는 1890년대 말에 촬영된 경희궁과 돈의문 일대의 주변 풍경, 그리고 한양 도성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수채화풍의 사진들도 함께한다.
1945년 해방 이후 서울은 6.25전쟁이라는 시련을 맞는다. 서울을 빼앗겼다가 다시 찾기를 반복한 이후 전쟁은 점점 끝이 났으며, 사람들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또 다시 새로운 삶을 준비해나갔다.
▲경성신사의 텐만궁(天滿宮) 앞에 있었던 어신우(御神牛), 1945년. 사진 = 서울시립대박물관
서울시립대가 소장하고 있는 1950년대 사진들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단편을 보여준다. 사진 속 서울 거리는 새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컬러 사진은 수채화처럼 서울 풍경을 담아
한편 전시장에는 1890년대 말 전통적인 성곽 도시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1890년대 구한말 서울’의 모습도 함께 공개된다.
이 사진들에는 전차의 개설로 인해 도성과 일부 성문이 점점 허물어져 갔지만 여전히 그 모습을 지키며 천천히 근대 도시로 변화해 가는 당시 서울의 모습이 담겼다.
▲돈의문 밖 경기감영과 주변 일대, 1890년대 후반. 사진 = 서울시립대박물관
특히 경희궁 부근을 담은 전경에는 당시 대한제국 시기 무관학교(옛 훈국신영 자리)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경희궁에서 열린 군사훈련 장면과 돈의문 밖 경기감영, 한양 도성 인근 마을, 환구단, 덕수궁 인화문 등의 사진은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번 전시는 1945년 해방된 서울과 전쟁 이후 다시 일어서는 서울의 풍경 그리고 구한말 도성의 경관이 담긴 자료까지 서울의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