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김경민]행복 찾는 경쾌한 조각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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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윤섭 (미술평론가·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누구나 행복(幸福)을 꿈꾼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흔히 사전적 의미로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김경민의 조각이 지닌 중심 키워드 역시 ‘행복을 찾는 여정’이다. 이 행복에 대한 갈망은 인류의 가장 오랜 염원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행복에 대한 열쇠를 찾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선인(先人)들도 제각각 행복에 대한 의미를 남겼다.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자만이 또한 행복을 얻는다”(플라톤).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남의 장점을 존중해주고 남의 기쁨을 자기의 것인 양 기뻐하는 자다”(괴테).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링컨). “행복에서 불행의 거리는 고작 한 발짝밖에 안되지만 불행에서 행복의 거리는 매우 먼 거리다”(유태인 격언)….
▲김경민, ‘Dream’, 청동에 아크릴릭, 15 × 30 × 42cm, 2015.
김경민의 조각이 남다른 점은 바로 인류의 숙원 과제인 행복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그녀가 말하는 행복은 참으로 단순하고 경쾌하며 재밌다. 난해하거나 멀리 있지 않다. 어둠 속에서 등잔불을 들었을 때에 가장 먼저 보이는 발등만큼이나, 평소 잊고 있던 아주 가까운 곳에서 ‘행복의 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어쩌면 건강의 비결이 무심결에 습관적으로 먹는 ‘밥심’에서 나온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왜냐면 그녀가 선보인 주인공들은 대개 우리의 모습이거나 주변인이기 때문이다.
▲김경민, ‘집으로Ⅱ’, 청동에 아크릴릭, 20 × 75 × 55cm, 2015.
몇 해 전 흥미로운 책이 화제였다. 무려 42년간이나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의 총책임자를 지낸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가 쓴 ‘행복의 조건’이란 책이다. 이 책은 장장 75년간 하버드를 졸업한 814명의 성장 과정을 관찰해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는 짐작했듯 놀랍도록 ‘정말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책에서 강조한 것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삶을 즐기는 놀이와 창조성을 발휘하고, 사랑의 친밀한 정서와 유머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심코 바라보면 좋다”는 작가의 변
“나의 작품들은 최대한 무심코 바라보면 좋습니다. 보이는 대로 직관적인 느낌이 중요하죠. 작품은 사회적 변화를 강요하거나 의도하는 무거운 주제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으로 인해 어떤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그것은 단지 어떤 편견들이나 왜곡된 시선들을 벗어버리는 것으로도 가능합니다.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의 기쁨을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김경민, ‘첫 만남’, 청동에 아크릴릭, 600 × 100 × 130cm, 2015.
김경민의 말처럼, 그녀의 작품엔 우연성과 지속성 그리고 친밀감이 넘쳐난다. 의도되지 않고 꾸밈없는 일상의 반복적인 모습, 누구나 꿈꾸고 싶은 행복한 미소 가득한 모습들이다. 서로 다른 이가 만나 부부의 연으로 오래 살다보면 닮아 간다고 한다. 같이 울고 웃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흔히 한 가족이 취미가 같거나 여가생활을 공유할 때 더 큰 행복의 공감대가 생긴다고 한다.
작품 ‘야구 가족’은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난다. 주말을 맞아 온가족이 야구복장으로 갈아입고 주말 야구장 나들이에 나섰다. 앞서가는 엄마의 배낭엔 야구 배트가 담겨 있고, 아빠는 어깨에 방망이를, 목에는 막내를 태웠다. 뒤따르는 두 아이들도 질세라 야구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하버드의 조지 베일런트 박사가 강조한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 가족상이다.
▲김경민, ‘Love’, 청동에 우레탄 도장, 100 × 20 × 60cm
이처럼 김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녀의 가족 이야기는 전혀 특별하거나 진지한 것이 아니다. 그저 주변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목격할 수도 있거나, 너무 흔해서 스쳐 지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장면이다. 그런데도 왜 그토록 실감나고 정겨울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직접 체감하고, 실천하고,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솔직한 독백이다. 꾸밈이 없기 때문에 더욱 진한 진정성이 묻어나오는 것이다.
행복을 몸으로 말하는 조각들
마치 작품 ‘집으로Ⅱ’처럼, 작가에게 가족은 선물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아무리 힘겨웠던 하루였다 해도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어찌 발걸음이 무거울까.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남편과 그 허리를 감싸 안은 아내 사이엔 무한한 신뢰와 사랑으로 가득하다. 만세를 부르고 있는 아이나, 안장에 높게 쌓인 선물 더미에서도 이 가족에게 행복의 의미가 무엇일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김경민, ‘Welcome’, 청동에 아크릴릭, 20 × 20 × 38cm, 2015.
경쾌한 조각으로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김경민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의 조소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20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 이상의 기획 단체전에 참가했다.
▲김경민, ‘굿모닝’, 청동에 아크릴릭, 30 × 90 × 133cm, 2014.
또한 MBC 구상조각대전 대상, 2013 홍콩 국제 자전거경륜장 국제 공모 1등, 2013 포항 스틸아트 페스티벌 시민 인기상, 2013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시민이 뽑은 최고의 작품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김경민의 스물한 번째 개인전은 종로구 원서동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서 7월 8∼30일 진행된다.
(정리 = 왕진오 기자)
김윤섭 미술평론가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