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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동해 경제 시대(GTI)]‘저개발 동해’에 중국 배 뜰날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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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7호 춘천 = 유경석 기자⁄ 2015.07.02 09:05:45

▲작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GTI 강화 방안’ 회의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 등이 참석했다. 사진 = 양창영 의원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춘천 = 유경석 기자) “한국도 국가 차원의 유라시아 대륙 진출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이 거론될 때면 항상 등장하는 말 중 하나다. 중국과 러시아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두만강 지역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제안 수준을 넘어 요구로까지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두만강 지역은 북한의 청진, 중국 연길(옌지), 러시아 나호드카를 연결하는 황금의 삼각지역이다. 지경학적 우수성과 경제적 보완성, 풍부한 자원 등으로 동북아에서 그 어느 지역보다 발전 잠재력이 크다.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Greater Tumen Initiative)이 동북아 경제 협력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GTI는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4개국이 2005년 설립한 지역 협의체다. 전신은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지역개발계획으로, 내년 국제기구인 가칭 동북아경제협력기구(Post-GTI, Northeast Asia Economic Cooperation Organization, NAECO)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첫 시작은 동해 출로 확보를 모색하던 중국의 필요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지린성의 동해 출로 확보 방안을 모색하면서 두만강 지역 개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중국은 1988년 지린성의 훈춘시를 경제기술 개발구로 지정한 데 이어 1990년 두만강 하구에 무역 특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두만강 지역 개발 사업을 공론화시켰다.

이에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 벗고 나섰다. 두만강 지역은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이 연접한 지역이다. 북한의 광물 자원과 중국의 돈-공업시설, 러시아 연해주의 삼림 자원과 비금속 광석 등 경제 개발에 우수한 기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여태까지는 낙후 지역이었다. 각 국가의 경제협력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20년간 잠자던 두만강 개발계획, ‘중국 자본’ 나서자 일약 활기

유엔개발계획은 1991년 10월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북한, 일본 등 주변국 대표들과 함께 평양 회의를 통해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 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gram) 수립을 결정하고, 이 사업을 동북아 지역 개발의 최우선 추진 과제로 지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년간 300억 달러를 투자해 동북아의 경제-무역 중심으로 건설하려던 당초 계획은 자금 조달에 실패했고, 북-중-러의 여력과 교통·물류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2005년 9월 TRADP는 북한, 중국, 러시아 중심에서 몽골 동부와 한국의 강원도를 비롯한 경상북도,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까지 포섭 지역을 확대했다.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투자, 에너지, 관광, 환경, 기업인 자문회의, 무역 원활화 위원회도 설치했다. 명칭도 광역두만강개발계획으로 변경했다.

현재 GTI는 한국의 강원도와 경북, 부산, 포항을 비롯해 중국의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및 내몽골, 러시아 연해주 일부, 몽골 동부 지역, 북한 나진·선봉특별시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11월 탈퇴했다. 사업은 역내 교통, 무역 투자, 관광, 에너지, 환경 등 주요 분야에서의 다자간 협력을 위한 기초 조사 및 연구, 역내 산-학-민-관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한 위원회 및 세미나 운영 등의 형태로 추진된다.

GTI 지역의 인구는 1억 4896만이다. 면적도 450만 8000㎢에 이른다. 이 중 한국 동해안 인구는 1160만 명, 면적은 38.6㎢다. 북한 나선 지구는 19만 인구에 746㎢ 이고, 중국 동북3성과 내몽골자치구는 인구 1억 3257만에 면적 199만 1400㎢으로 가장 넓다. 러시아 연해주는 200만 인구와 16만 6000㎢ 면적, 몽골은 260만 인구와 156만 6000㎢의 면적이 포함된다.

GTI의 최종 목표는 세계 2대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교역 규모는 세계 전체 교역의 30.1%(2006년 기준)로, 2020년 약 2억 7700만 TEU(컨테이너 물동량의 기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 간 경제 교류-협력을 강화해 한반도종단철도(TKR, Trans-Korean Railway)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way), 중국횡단철도(TCR, Trans china railway), 만주횡단철도(TMR, Trans-Manchuria Railway) 등을 통한 대륙교(Landbridge) 거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GTI의 모델은 북해 지역(North Sea Region)과 발틱해 지역(Baltic Sea Region)이다. 이들 두 지역은 나라 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GTI와 유사점이 많다. 현재 경제의 글로벌화와 FTA 체결이 늘어나 GTI의 지역 간 국제 협력의 전망이 밝은 만큼 국가와 지방이 함께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북아 지역 경제 거점 선점을 위한 지역 내 국가 간 경쟁은 치열하다. 중국은 훈춘, 러시아는 하산을 GTI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려 한다. 이들은 북한의 나진, 선봉을 통해 동해와 유럽으로 가는 교통 물류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러의 현재 GTI 핵심 지역은 훈춘과 블라디보스톡이다. 이들 지역의 투자 규모와 개발 속도는 놀랍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지역의 경제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이들 두 나라 정부는 2020년까지 중장기 개발 계획을 수립했고, 몽골과 북한은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교통 물류망 확충과 물동량 확보를 위한 산업단지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2003년부터 본격적인 동북 진흥 정책을 실시 중이다. 핵심 목표는 동북3성을 △상하이시·강소성·절강성이 포함되는 장강삼각주 △광둥성 주강삼각주 △베이징·톈진·허베이에 이은 4번째 성장 축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동북 진흥 정책의 하나로 두만강개발계획과 연계한 창지투개발개방선도구계획(중국 동북3성의 창춘-지린-투먼을 연결하는 개발계획)을 국가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투자비만 2020억 위안, 약 458조 원 규모다.
핵심은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 훈춘시를 2020년까지 인구 50만의 선진 개방형 변경 도시로 개발하고, 북한과 러시아로 연결되는 도로-항만의 물류 통로를 건설해 동북아 경제 발전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훈춘을 거점으로 연룡도를 전초기지로, 창춘과 지린을 배후 산업단지로 하는 동북아 경제 중심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10월 개통을 목표로 건설 중인 360㎞ 길이의 창춘~훈춘 고속철도를 통해 유럽과 동해를 연결하는 육해상 출구 전략이다.

‘중국 활개’에 긴장한 러시아도 중앙정부가 앞장

러시아 역시 중앙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 중앙정부 입장에선 가장 변경이기도 하지만 또한 최근 세계의 경제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는 동북아에 경제 거점을 마련하는 한편, 이 지역에서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성격도 강하다.

러시아는 극동바이칼 경제사회 발전 국가 프로그램인 신극동 지역 개발 전략 추진에 중앙정부의 예산을 대거 투입하는 등 연해주 지역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극동 개발 전략은 광물 자원과 임산 자원, 어업 복합체의 발전 등과 함께 통과 운송 잠재력의 최대 이용 보장, 대외 경제 활동의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다. 투자비만 5660억 루블(한화 약 171조 2000억 원)에 이른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 투자한 3139억 루블보다 2520억 루블이 더 많다.

이를 통해 2012년 사할린~하바로브스크~블라디보스톡 가스관 1350㎞가 완공됐다. 총사업비 2000억 루블이 투자된 이 사업을 통해 연간 60억㎥의 가스를 운송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시스템 확충을 통해 연간 472억㎥의 가스를 운송할 계획이다. 이중 300억㎥은 사할린 지역 생산 가스로 극동 지역에 공급하고 여분은 동북아 지역 국가들로 수출할 예정이다.

▲강원도청이 펴낸 ‘신동북아 시대의 강원도 대외전략’ 정책 자료집.

몽골의 중요성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몽골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에너지, 교통, 무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몽골 개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몽골은 세계 10위의 자원 부국이다. 세계 각국의 관심은 몽골 개발을 통한 자원 확보에 있다. 몽골은 이러한 세계적인 관심을 활용해 국가 경제 발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몽골은 자원 개발과 교통 인프라 구축을 통한 대외 수출입 통로를 확보하고 외자 유치를 위한 자유 지역 3개소를 건설했다.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 내몽골 아얼산 ~ 지린성 백성 ~ 창춘 ~ 지린시 ~ 훈춘 철도와 초이발산 ~ 울란바타르 ~ 러시아로 이어지는 철도가 이미 개설돼 있어 몽고 내부를 관통하는 아얼산 ~ 초이발산 구간 철도만 개설되면, 몽골 내부를 관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함으로써, 두만강에서 유럽으로 가는 더 빠른 철도 라인이 구축된다.

북한의 경제 개발구는 해안이고 북-중-러 접경 지역에 위치해 GTI와의 지역적 연관성이 매우 크다. 북한은 나선특별시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의 동해 진출 관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국제 화물 중개업, 수출 가공업, 금융 중심 지역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창지투 개발 열기를 북한으로까지 끌어들여 나진-선봉을 경제 중심으로 만들고, 나선특구의 재개방을 중-러의 GTI 구상과 연계해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앞서 2009년 7월 나진 ~ 하산 철도의 복원과 나진항 개선에 합의했다. 2009년 10월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 때 중국은 나진항 1호 부두의 운영권을 확보했다. 북한은 나선을 2010년 1월 나선특별시로 승격시키는 등 대외 개방을 적극 추진 중이다. 동북3성은 동해 쪽으로 나갈 항구가 없어 수출-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 경제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일부 원자재의 부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나진항을 빌려야만 동해로 나갈 수 있다. 중국 동북 진흥 전략의 열쇠를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2013년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후속 조치가 없는 상태다. 

동북아 지역의 활발한 움직임은 강원도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지린성과 러시아 연해주는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를 통한 산업기반 확충에 힘입어 한국 전역을 상대로 경제 교류-협력에 나서고 있다. 부산이나 울산, 경북은 강원도에 비해 산업 여건이 좋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경우 강원도는 밀릴 수밖에 없다. 동해안 항구도시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원도는 속초시를 창구로, 동해시를 전진기지로, 울산과 부산은 배후도시로 하자는 역할 분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또 침체된 강원도 동해안 발전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SOC 인프라 조기 구축 등 신동북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020년까지 강원도에 경제 협력 기반이 구축된다면 강원도는 동북아 경제권의 교통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물동량은 부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강원도 내 물동량마저도 유출돼 지역 경제 침체는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강원도와 속초시 등이 GTI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GTI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달려나가는 중국 훈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상응하는 한국 정부의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관건이다.

중국의 ‘동해 출항’ 노력은 강원도에 위기이자 기회

북, 중, 러 3국이 내륙 교통망 확충에 합의하고, 2020년까지 TKR, TCR, TSR의 연결이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 선제적 내륙 교통망 구축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내고, 유라시아 대륙 철도망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동해안 7번 국도와 동해선 철도 등 기존 교통망을 확충해야 이른바 ‘북방 루트’의 국제개방 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전홍진 강원도 통상지원과장은 “북한이 개방에 나서면 TKR과 TCR, TSR의 연결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2020년 전까지 춘천 ~ 속초 간 92.8㎞, 강릉 ~ 제진 간 110.2㎞ 철도와 원주 ~ 강릉 간 113㎞를 반드시 완공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오는 10월 22~25일 속초 엑스포광장에서 2015 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양창영(비례,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도 GTI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연내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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