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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동해 경제 시대(GTI)]대륙철도가 한반도로 오고, 동해가 ‘지중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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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7호 최영태 기자⁄ 2015.07.02 09:06:01

▲해운과 철도를 통해 동해와 대륙이 연결되는 상황을 나타낸 그림. 자료 = 강원도청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최영태 기자) 동해는 맑고 깨끗해 사랑받는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개발이 안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동해안에 인천, 부산 같은 국제교역항이 들어선다면? 그렇게 되면, 현재의 서해가 중국과 한국 사이의 ‘경제 지중해’가 됐듯, 동해 역시 남북한-중-일-러에 둘러싸인 ‘제2의 경제 지중해’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G2로 떠오른 중국이다. 자본과 기술-인력을 쥔 중국은 낙후된 중국 동북3성의 ‘동해로 나가는 꿈(東海 出港)’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간 중국의 경제 발전은 중국 동해안의 연안에서 1차적으로 이뤄졌고, 이제 시안(西安) 등 서부대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만주국 시절 일본이 건설한 대규모 중화학 공업 시설을 가지고 있는 동북3성으로도 개발 손길이 이동하고 있다. 동북3성은 동해로 나가는 출구가 러시아와 일본에 의해 봉쇄됐다. 중국의 가장 동쪽 끝 땅인 팡취안(防川)에서는 동해를 바라볼 수만 있을 뿐, 가느다란 러시아 땅이 동해로 나가는 진로를 막고 있다. 만주국 시절 일본이 러시아와 합작해 중국의 동해 접근을 봉쇄한 결과다.  

이런 한을 풀기 위해 중국은 두만강 하구의 북한 땅인 나진-선봉 특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동해로의 출구 확보에 애쓰고 있다.

‘청정 동해’는 5개국(남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이 다섯 나라의 동해 연안은 모두 저개발 상태다. 한국의 강원도, 북한의 함경도가 그렇고, 일본의 서해안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요 항구는 모두 태평양 쪽에 있다. 중앙에서 가장 먼 변경의 땅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해 연안도 마찬가지다.

▲중국 전역을 고속철도로 촘촘히 연결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상. 이러한 중국 고속철도는 압록강·두만강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랬던 상황은 중국이 ‘동해로 나가는 출구’를 뚫는 순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중국 동북3성의 수출 물량은 다렌항을 통해 나간다. 그러나 상하이 등 중국 동해안의 항구들은 이미 포화 상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 동북3성의 수출 물량을 다롄항을 통해 상하이로 보내는 것보다, 나진항을 통해 상하이로 보내면 1톤당 10달러 이상의 물류비가 절감된다고 한다. 중국 안에서 물건을 수송하는 내-내(內-內) 수송보다 동해를 통한 내-외-내(內-外-內) 수송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소리다.

청정한 만큼 저개발 상태인 동해 연안들

이런 구상 아래 중국 중앙정부는 베이징에서 뻗어나와 동해 쪽으로 달려가는 고속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북방 루트 리포트’(강태호 외 지음)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징과 선양(심양)을 2시간 30분에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2019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선양에서 철도로 1시간을 더 달리면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에 닿는다. 여기에 신의주와 경기도 행신을 잇는 경의선이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베이징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단 5시간만에 서울 근교 행신역에 닿는다. 고속철도 타고 대륙으로 가는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20세기의 NLL에 정신나간 한국,
21세기의 대륙철도와 환동해 경제엔 무관심?

이 책의 마지막 결론 부분은 머리카락을 삐쭉 서게 만든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륙 연결의 꿈은 남한의 꿈일 뿐이다. 철도 연결은 북이 남으로 오는 길이 아니라, 남이 북으로 가는 길이다. 북에서 내려온 기차가 갈 수 있는 끝은 부산일 따름이고, 그래서 철도 연결에 대한 북한의 냉담한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서해의 NLL은 그 반대 개념이다. 북이 남으로 내려오는 바다 루트에 대해 남쪽이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414쪽)

미국-일본 해양세력이 세계를 쥐고 흔들 때,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구를 가져야 했다. 한국의 인천-부산항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항구가 없는 북한은 봉쇄 당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이라는 대륙 세력이 세상을 쥐고 흔드는 세상이 되면,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도 연결의 꿈을 꿔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현재 이쪽으로는 말만 무성할 뿐 주요한 정책 진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륙과 북한이 고속철도로 연결되기 일보직전인데, 남한의 지배세력들은 철지난 NLL을 신주단지처럼 붙들고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륙으로 철도가 연결되는 시대, 그리고 중국 배가 ‘중국 국내 화물’을 동해를 가로질러 나르는 시대에 NLL이 과연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경제적으로 버려졌던 동해가 새로운 경제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강원도는 현재 열심히 환동해 경제권 구상을 그리고 있다. 철도로 연결되는 대륙의 꿈을 위해 최근 코레일 최연혜 사장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 등을 그리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노력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시대에 뒤처지는 한국인의 오래된 버릇’이 또 한 번 발휘되는 현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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