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회장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베이징·도쿄에 미술관”
▲프랑스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사진 = Iwan Baan, 루이 비통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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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밀폐된 공간에 365일 똑같은 인공조명으로 작품을 비춰주는 미술관 A가 있다. 그 옆의 미술관 B는 자연광을 은은하게 받아들이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밝은 날 가면 밝은 분위기, 비 오는 날 가면 물기 머금은 빛이 공간을 채운다. 사시사철 외부의 변화에 맞춰 내부의 빛이 달라지는 미술관이다. 당신은 밀폐된 A와 빛이 개방된 B 중 어디를 먼저 가보고 싶은가?
B 미술관에 대한 설명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하나로 꼽히는 루이스 칸이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남겨 놓은 미국 포트워스의 킴벨 미술관을 묘사하는 말들이다. ‘자연 빛과 함께 하는 미술관’이다.
미술 작품은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다. ‘모나리자’는 어디서 보건 명작이다. 그러나 산만하지 않고 몰두시키는 공간, 따뜻하고 부드럽고 우아한 공간에서 보는 모나리자는, 자취방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보는 모나리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 같다. 이를 서울대 건축학과 김광규 교수는 저서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공간서간 간)에서 “그 자체가 예술인 건축물과 소장 작품이 일치하는 미술관”(84쪽)이라고 표현했다. 꼭 빛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술을 고려하는 미술관 건축물’이 돼야 한다는 소리다.
세상에는 미술관도 많지만, 특별한 건축가에 의뢰해 특별한 미술관을 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루이 비통 그룹(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의뢰해 파리에서 시작해 베이징, 도쿄로 이어지는 ‘루이 비통 미술관’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건축가가 지은 미술관’들을 모아봤다.
꿈이 실현되는 공간 -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2014년 ‘자유로운 대화를 기반으로 감성(emotion)과 사색(contemplation)이 필요한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개관한 루이 비통 재단(Foundation Louis Vuitton) 미술관은 파리 문화예술계에 흥미로운 신호탄을 올렸다.
▲2014년 10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개관식에 함께한 (왼쪽부터) 건축가 프랭크 게리,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 플뢰르 페를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 아르노 회장의 부인 엘렌 메르시에. 사진 = 루이 비통 재단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회장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건축가로, 나는 그가 21세기 건축의 놀라운 기념비가 될 건축물을 설계하리라는 기대에 부응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게리는 루이 비통을 항상 정의해왔듯 탁월함의 가치와 양보 없는 프로 정신을 그대로 흡수해 탁월한 시각을 보여줬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진정한 걸작이며 그 자체로 훌륭한 전시 대상이다”고 건축가에 대해 설명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은, 재단이 예술적 창조력을 대중과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표명하는 첫 번째 선언이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무엇보다도 예술 전반과 현대 미술의 진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20세기 근현대 미술 등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지난 세기 동안 파리 시민의 안식처로 잘 알려진 불로뉴 숲 내 아클리마티시옹 공원에 자리 잡았다. 19세기 풍 공원은 장 샤를 알팡(Jean-Charles Alphand)과 장 피에르 바리에 데샹(Jean-Pierre Barillet Deschamps)이 설계해 지금까지 많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건축 디자인 테마전에 전시된 프랭크 게리의 설계 조감도. 사진 = 루이 비통 재단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주변 조경은 이 지역의 바로 이런 초기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공원의 역사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해 미술관의 조경은 아클리마티시옹 공원의 전체적인 풍경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산책로는 새롭게 단장됐고, 건축적 요소가 생기를 입었으며 다양한 나무와 식물이 더해져 공원의 원예 및 역사적 유산에 새로운 활기가 더해졌다. 관람객은 먼저 수 백 년을 품은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잎사귀 사이로 웅장하게 솟아오른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거대한 돛과 조우하게 된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아클리마티시옹 공원을 거닐며 주변 자연 그리고 19세기 말의 나무, 유리 그리고 철강 건축물로 세워진 공원의 역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프랭크 게리는 강인함과 독창성을 지닌 건물을 창조해 냄으로써 루이 비통 재단의 첫 번째 예술적 행보를 장식했다. 아클리마티시옹 공원 내 마하트마 간디 거리 위에 세워진 이 12개의 대형 유리 돛으로 싸인 초대형 선박 모양의 건물은 워터 가든 위에 떠 있는 형상으로 숲과 가든에 휩싸여 빛과 거울 효과로 주변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있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시공 현장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왼쪽)과 건축가 프랭크 게리. 사진 = 루이 비통 재단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총 면적 3300평 부지에 세워졌으며 이 중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면적은 2100평 정도이다. 컬렉션, 특별전, 상설전을 위한 총 11개의 전시 공간과 350석 규모의 모듈러 타입 공연장을 가진 총 1200여 평의 박물관이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LA에 살고 있으며 지난 40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획기적인 건축물을 설계해왔다. 건축가로 그를 전 세계에 알린 그의 산타 모니카 자택에서부터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베를린의 DZ 은행 건물,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IAC 빌딩과 뉴욕 타워가 대표적이다. 최근 예일대에서 강의를 시작하기도 한 프랭크 게리는 혁신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프로젝트마다 전통적인 건축의 경계를 넘어서는 강인하면서도 시적인 건물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내용도 공간도 한국최고 지향 - 리움미술관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삼성문화재단은 2004년 10월 서울 한남동에 삼성미술관 Leeum을 개관했다. Leeum은 세계 건축계를 대표하는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장 누벨(Jean Nouvel), 그리고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개성이 빚어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종합예술로서의 건축을 체험하는 장을 표방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Leeum은 설립자 가족의 성(Lee)과 미술관(Museum)을 의미하는 어미(-um)를 조합해 만든 명칭으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공익을 추구하는 삼성 그룹의 사회공헌 이념과 소장품과 사재(私財)를 기증, 국내 최대의 사립 미술관을 일군 설립자 가족의 정신을 기려 만들었다.
▲리움미술관 뮤지엄 1 외경. 사진 = 리움미술관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한국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바탕으로 출발한 리움은 창업자의 뜻을 이어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이 한국미술사를 기록할 수 있는 중요 유물을 수집, 보강하고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 주는 세계적인 작품을 수집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미술관 Leeum은 스위스 출신의 마리오 보타(Mario Botta, 72)가 디자인한 뮤지엄 1과 프랑스 장 누벨(Jean Nouvel, 72)이 디자인한 뮤지엄 2의 두 개 동으로 구성된 대지 1200평, 연건평 4500평 규모의 미술관이다. 미술관 입구에 자리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네덜란드 출신 렘 콜하스(Rem Koolhaas, 71)가 디자인한 대지 1200평, 연건평 3900평에 지상 2층, 지하 3층 건물로, 어린이 교육 및 복지 관련 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는 그 디자인의 독특함과 도시 문화를 해석하는 참신한 시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건축가들이다. 하나의 미술관을 위해 각기 개성이 다른 세 건축가가 모인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로, 이 만남은 세계적 건축가들에게도 도전적인 과제이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
각 건축물은 건축가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재료와 혁신적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마리오 보타는 흙과 불을 상징하는 테라코타 타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도자기를 은유하여 고미술관의 견고함을 형상화했다.
장 누벨은 세계 최초로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를 사용해 현대미술의 첨단성을 표현하는 한편,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배치된 새로운 전시 공간을 체험하도록 했다.
렘 콜하스 역시 최초로 시도된 재료인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해 공중에 떠 있는 듯 한 미래적인 건축 공간을 구현했다. 특히 드러나지 않는 건축을 통해 전체 건축 단지를 내부 순환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조화로운 도시의 모델로 승화시켰다.
미술관 건축이 과거에 종교 건축이 했던 역할, 즉 경건함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역설한 마리오 보타는 리움 뮤지엄 1에서 자신의 건축 철학을 유감없이 형상화했다.
단순한 직육면체와 역원추형 형태는 마리오 보타 건축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다. 남산을 호위하는 모습의 직육면체 매스와, 남쪽 도로와 만나는 땅에 박힌 형상의 역원추형 매스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단순한 볼륨의 조화를 이룬다.
▲리움미술관 뮤지엄 2의 2층 전시장. 사진 = ⓟYong-Kwan Kim
성곽과 도시라는 서울의 지리적 전통에 맞닿아 있는 요철 형태의 스카이라인으로 은둔자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뮤지엄 2는 스틸과 유리로 지어졌다. 이 공간은 첨단 테크놀로지로 구현되는 기술 미학과 현대예술이 교차하는 접점에서 건축을 디자인하는 장 누벨이 한국에서 최초로 발표한 작품이다.
움푹 팬 대지 속에서 육중하게 자리 잡은 바위처럼 형상화된 공간은 대지 위로 솟아오른 나무들과 함께 계속 생성되고 있는 현대 예술을 상징한다.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이 주는 덩어리감과 스틸 사이의 유리가 주는 부재감(不在感)은 자유롭게 배치된 전시 박스들과 함께 독특한 건축물, 새로운 모습의 미술관,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건축물을 추구하는 장 누벨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렘 콜하스가 설계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내의 블랙 박스는 건물 내에서도 완전한 독립 공간을 이루고 있다. 블랙 박스를 품고 있는 높이 17m의 유연한 공간은 동선과 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감각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블랙 박스는 이름 그대로 빛이 들어가지 않고 인공적 조작과 통제가 가능한 공간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전시 공간과 관통되면서 회화, 조각뿐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블랙 콘크리트 마감이 건축물로서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Leeum은 미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한국 고유의 미를 담고 있는 전통 미술과 생동하는 한국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나타내는 현대미술,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세계적인 현대미술을 깊이 연구하고 이를 새롭게 해석한다.
건축의 여제, 현대 건축의 혁신 이끌어내다 - ‘DDP’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일반 축구장(90 × 120m)의 3.1배, 미국의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78 × 330m)의 1.3배나 되는 크기에 건축비 4800여 억 원을 들여 2014년 완공했다.
이 건축물은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은 이라크 태생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 의해 완성됐다.
DDP는 메가 트러스(초대형 지붕 트러스), 스페이스 프레임(3차원 배열) 구조가 적용되어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에 기둥이 최소화된 거대한 우주 공간을 옮겨 놓은 듯 한 모습을 한다.
전시관, 도서관, 컨벤션홀 등 각각의 공간은 유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면의 벽체, 천정과 조명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연결되는 동선까지도 부드럽고 때론 격한 변화로 극적인 곡선의 느낌을 준다.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을 구현하기 위해 BIM 공법(빌딩 정보 모델화 기술)이 도입된 DDP는 일반적인 건축이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 곡선과 좌표를 중심으로 설계·시공됐다.
DDP의 독특한 외관은 직선과 직각이 아닌 곡선과 곡면, 사선과 사면, 예각과 둔각, 그리고 비대칭과 비정형의 건축미로 함축된다. 뿐만 아니라 평판 1만 4천여 장, 곡면판 3만 1000여 장의 각기 다른 크기와 곡률이 적용된 알루미늄 패널이, 처음 시도되는 특수 공법과 첨단 설비와 만나 웅장함을 더한다.
하디드는 DDP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을 만든 또 하나의 프로필을 쌓았다. DDP는 피부 같은 금속 재질과 우주선 같은 외관으로 서울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곡선을 그리는 열린 디자인으로 경계 없는 공간이자 장소와 맥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혁신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자하 하디드는 DDP에 대해 “최근 서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앞으로 ‘어버니즘’(urbanism)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서울이 집중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버니즘’에 대해 “새 건물을 짓는 데만 열중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변화라는 특성을 살리고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건축의 개념을 설명했다.
자연과 소통하는 힐링 공간 - ‘리틀 나오시마’ 뮤지엄 산
한솔그룹(회장 조동길)이 2013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 세운 뮤지엄 산(구 한솔뮤지엄)은 대지 22만평, 해발 275m, 전체 길이 700m, 관람거리 2.3km로 총 관람시간이 2시간 소요된다.
이 미술관은 일본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 물의 사원 등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건축가인 일본인 안도 다다오(Ando Tadao, 74)의 건축 성향을 그대로 오크밸리에 옮겨 왔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안도 다다오는 자연을 해치지 않고 미술관을 건축하도록 계획했다. 특히 워터 가든에는 800톤의 물이 매일 순환한다. 외관은 파주석과 원주산 귀래석을 사용해 자연친화적인 면을 강조했다.
▲뮤지엄 산의 워터 가든에 설치된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이곳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맏딸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87)이 40여 년간 수집한 300여 작품이 함께한다.
종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담은 국보 제277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주본 권제36’을 비롯한 보물급 유물들의 전시와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뮤지엄 본관을 지나면.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 그리고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의 작품보다 우수하다고 자평하고 있는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관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곳곳의 휴식 공간, 정원에는 1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수베로, 자코메티, 헨리 무어와 알렉산더 리버만 등 대형 조각 컬렉션이 산의 풍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미래를 조망하는 예술 공간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대지 1400평에 연면적 1100평으로, 지상 3층(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빛으로 순백의 담백함을 표현하는 알바루 시자의 콘크리트 건축 조형 미학의 집결체이다.
전시 공간은 가급적 인조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로 인해 전시장에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광선의 세기에 의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외경. 사진 = Fernando Guerra ⓒ Openbooks
이 공간은 2009년 20세기 모더니즘의 마지막 거장으로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82)가 설계를 맡았다. 시자는 포르투갈 현대 건축가로, 포르투 근교의 마투지 뉴스에서 태어났다. 시자는 자신의 시적인 모더니즘을 통해 보편적 상황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았고, 1988년 미스 반 데어 로에 유럽 현대 건축상, 2001년 울프 예술상, 2002년, 2012년 두 번에 걸쳐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전시 프로그램은 역사적 의의가 있는 한국 현대 미술을 연구해 새롭게 해석함과 동시에,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세계의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미국의 세계적 호텔 체인 하얏트의 산하 재단(Hyatt Foundation)이 건축 예술을 통해 인류와 환경에 중요한 공헌을 한 뛰어난 건축가를 표창하기 위해 1979년 제정한 상이다. 이 상은 건축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프리츠커 건축상의 수상자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표창장, 청동 메달을 받는다. 수상자는 국제 배심원들에 의해 비밀 투표로 선정된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