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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콘텐츠 여름휴가’ 3선]웃기는 외계 침략 볼까, 무서운 로봇 침략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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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9호 김금영 기자⁄ 2015.07.16 09:05:38

▲인류와 로봇의 싸움을 화려한 액션으로 선보이는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산과 바다가 부르는 여름 휴가철이다. 자연도 좋지만 문화가 가미되면 더 좋다. 휴가철 행락지도 붐비지만, 여름 한철 극장가와 문화가도 손님 맞기에 분주하다. 액션파, 애정파, 코미디파 등 취향별 문화콘텐츠 3종을 묶어봤다.


통쾌함과 짜릿함 전하는 액션-스릴러
영화 ‘터미네이터’, 퍼포먼스 ‘최수진: 더 시크릿’, 연극 ‘데스트랩’

통쾌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액션과 스릴러 그리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퍼포먼스 ‘최수진: 더 시크릿’, 연극 ‘데스트랩’이다.

액션 영화 하면 빠질 수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올 여름 국내 극장가를 찾았다. 새 시리즈 ‘제니시스’가 7월 2일 개봉한 데 이어 ‘터미네이터2: 오리지널’도 7월 16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두 영화 모두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간과 로봇의 대결이다.

‘터미네이터2: 오리지널’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시리즈다. 첫 오프닝 액션 장면부터 큰 스케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LA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가 순간 큰 폭발과 함께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 2029년, 로봇이 해골 더미를 밟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인류와 기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액체 금속형 로봇인 T-1000이 인류 저항군 사령관 존 코너를 없애기 위해 그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찾아 과거로 간다. 이에 사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인류 저항군 또한 T-101을 과거로 급파하고, 이들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된다.

‘제니시스’는 터미네이터의 기본 줄거리를 따르는 가운데, 새로운 구성을 추가했다. 사라 코너를 보호하는 설정은 같은데,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 싸움이 더해지고 새 로봇도 추가됐다. 인류 저항군 멤버 카일 리스는 과거에서 T-800에게 수련을 받으며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해온 사라 코너를 만나고, 시간의 균열로 존 코너 역시 과거로 가게 된다. 여기서 최첨단 나노 입자로 만들어진 새 로봇 T-3000과 마주하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화끈한 액션으로 짜릿함을 준다면 ‘최수진: 더 시크릿’은 비보잉, 발레, 하우스, 현대무용까지 역동적이고 화려한 춤 퍼포먼스로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댄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의 주역들과 함께한 김수로 프로듀서의 첫 춤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은 ‘어론(Alone)’에 이어 이번엔 현대 무용가 최수진을 필두로 선보이는 새 춤 프로젝트다.

▲‘최수진: 더 시크릿’은 기획과 안무를 총괄하는 무용가 최수진을 비롯해 다양한 무용수들이 발레, 하우스, 비보잉, 현대무용 등 역동적인 춤을 무대 위에 펼친다.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기존의 음악 공연장으로 개설된 무대를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 무대를 연상시키는 T자형 무대로 확장시켰다. ‘어론’에 이어 기획과 안무를 총괄하는 무용가 최수진을 비롯해 무용수 이선태와 정혜민이 현대 무용 파트에 참여하고, 국립발레단 출신의 윤전일이 유일한 발레 파트로 무대에 선다.

파워 넘치는 동작으로 유명한 비보이 홍성식과 ‘댄싱9’에서 화려한 춤사위로 우승한 비보이 하휘동이 비보잉 파트에 참여하고, 각종 춤 대회의 하우스 부문에서 우승을 휩쓸며 주목 받은 손병현이 함께 한다. 여기에 ‘댄싱9’에서 댄서들을 이끌고 춤을 평가한 우현영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댄서들과 화끈하고 솔직한 몸짓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7월 16~19일.

▲희곡 ‘데스트랩’을 둘러싼 살인 사건을 긴장감 있게 다루는 연극 ‘데스트랩’의 한 장면.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연극 ‘데스트랩’은 이마의 땀방울이 식는 반전 스릴러를 선사한다. ‘데스트랩’이라는 한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 속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에 의해 탄생된 이 작품은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됐고, 크리스토퍼 리브와 마이클 레인 주연의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에 자리 잡은 저택. 한때 유명한 극작가였지만 등단 이후 계속되는 실패에 실의에 빠진 시드니 브륄과 그의 아내 마이라가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서재로 자신의 극작가 수업을 듣는 학생 클리포트 앤더슨으로부터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이 도착한다. 시드니는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이 희곡에 점차 매료된다.

처음엔 순수하게 작품에 감탄하던 시드니는 ‘데스트랩’을 본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자신이 작품을 차지하고픈 욕망에 휩싸여 위험한 살인 계획을 꾸미게 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드니의 서재에 클리포드가 도착하고, 그를 해치울 계획을 세운 시드니와 마이라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는 풍경 속 저마다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모습이 서늘한 긴장감을 준다. 또한 살인 계획에 클리포드는 죽음을 맞은듯 쓰러지지만, 이후 그가 무대 위에 재등장하며 극은 새로운 반전으로 치닫는다.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8월 30일까지.


한 여름의 심쿵 로맨스
영화 ‘난 그녀와 키스했다’,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연극 ‘춘천 거기’


한 여름 연인과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사랑 이야기로 더위를 이기고 싶다면 영화 ‘난 그녀와 키스했다’,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연극 ‘춘천 거기’를 추천한다.

▲영화 ‘난 그녀와 키스했다’는 동성 애인과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삶을 살던 게이 제레미에게 매력적인 스웨덴 여인 아드나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그린다. 사진 = 엣나잇필름

영화 ‘난 그녀와 키스했다’는 독특한 형식의 로맨스를 다룬다. 보통 로맨스 영화는 남녀 간의 절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도 겉으로 봤을 땐 평범한 두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남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 않다. 이성애자가 아닌 게이다.

잘 나가는 광고 회사의 CEO이자 매력적인 훈남 게이로 34년을 살아온 프랑스 남자 제레미에겐 10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 애인이 있다. 능력, 외모, 매너까지 모두 갖춘 의사 애인을 가족들 또한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그렇게 남부러울 것 없던 완벽했던 그의 인생에 한 여자가 나타나면서 처음으로 빨간 불이 켜진다. 스웨덴에서 온 유쾌하고 아름다운 여인 아드나를 만나 생애 처음 ‘그’가 아닌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

완벽한 삶을 살아왔지만 여자에겐 어설픈 훈남 게이 제레미와 그의 달달한 동성 연인 앙투안, 그리고 매력만점 스웨덴 걸 아드나의 톡톡 튀는 삼각관계가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볼 수 없었던 스토리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난 100% 게이인데, 그녀 없인 못 살겠다”고 외치는 제레미가 어떤 사랑을 택할지도 눈길을 끈다. 7월 23일 개봉.

▲예쁘장한 외모로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나와 그런 유나를 사랑하는 순박한 청년 현우의 모습을 풋풋하게 그리는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의 한 장면. 사진 = 극단 담씨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도 가슴 떨리는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알린다. 예쁘장한 외모로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나와 그런 유나를 사랑하는 순박한 청년 현우의 모습이 풋풋하다. 어여쁜 아가씨 유나는 아버지와 함께 작은 마을로 이사 온다. 부녀가 작은 슈퍼 ‘행복상회’를 운영하면서 마을은 늘 유나 이야기로 들썩인다. 유나의 외모에 반한 남자들이 매일 가게 앞을 기웃거리기 일쑤. 하지만 유나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나 부녀의 행복상회는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그리고 이를 항상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나를 짝사랑하는 순수 청년 현우다. 말주변도 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이 별 볼 일 없는 처지지만 유나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진국인 현우는 계속해서 진실한 마음으로 유나에게 다가가고, 처음엔 굳게 닫혀 있던 유나의 마음도 조금씩 열린다.

이렇게 조금씩 사랑을 시작하려는 유나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다시 이사를 가자고 하고, 정착하고 싶은 유나는 아버지에게 싫다는 의사를 전한다. 그리고 떠나려 하는 아버지와 정착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유나, 유나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현우 사이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로 소리아트홀 2관에서 7월 31일까지.

▲연극 ‘춘천거기’엔 특징이 다른 세 쌍의 연인이 등장해 솜사탕처럼 달달한 사랑부터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아픈 사랑까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은 선영 역의 유지수(왼쪽)와 명수 역의 임학수가 열연 중인 모습. 사진 = 스토리피

연극 ‘춘천거기’엔 솜사탕처럼 달달한 사랑부터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아픈 사랑까지 사랑의 다양한 형태가 등장한다. 유부남 명수과 그의 연인 선영, 그리고 선영의 또 다른 연인 지환과 연애 2년 차의 영민과 세진, 그리고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응덕과 주미까지 세 쌍의 연인이 등장해 각자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영과 명수는 서로 곁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외로움을 느끼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담히 보여준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으로 사랑을 만들고 싶은 이들의 솔직한 심리를 드러낸다. 세진과 영민은 위태롭지만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과거에 집착하는 영민과 그런 세진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청춘의 사랑을 그린다. 앞의 커플들이 사랑으로 불거지는 치열한 감정싸움을 벌였다면 주미와 응덕의 사랑은 풋풋하다. 소개팅에서 만나 서로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얼굴을 붉히는 이들의 사랑은 수줍은 설렘을 전한다.

2009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연극 ‘춘천거기’의 연출을 맡은 김한길 연출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뜨거운 사랑, 차갑게 식어버린 사랑, 정말 소중해서 만질 수 없는 사랑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상 모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겪어보지 않아 모르는 사랑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8월 30일까지.


웃다보면 더위 달아나는 코미디의 향연
영화 ‘픽셀’, 뮤직쇼 ‘웨딩’,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무더위를 식히는 강력한 웃음이 영화 ‘픽셀’, 뮤직쇼 ‘웨딩’,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 모였다.

영화 ‘픽셀’엔 살벌하고 우락부락한 악당 대신 매우 귀여운 악당이 등장해 웃음꽃을 피운다. 바로 80년대 추억의 비디오 캐릭터였던 팩맨으로, ‘지구침공 시작 ㅋㅋㅋ’라는 귀여운 문구가 담긴 영화 포스터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팩맨이 도시를 삼키는 모습을 보며 “팩맨이 악당이었어?”라고 말하는 아담 샌들러의 어이없다는 표정과, 팩맨 개발자인 이와타니 교수가 반갑게 팩맨에게 다가섰다가 이내 “저 놈 좀 어떻게 해보라”며 도망가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끈다.

▲영화 ‘픽셀’은 외계인이 80년대 추억의 비디오 캐릭터들을 앞세워 지구 침략을 선포하자, 이를 막기 위해 어린 시절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의 초고수로 이름을 날렸던 3인방이 그들과의 전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82년 나사(NASA)는 외계와의 접촉을 희망하며 지구의 문화를 담은 타임 캡슐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아케이드 게임을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오해한 외계인들은 팩맨, 갤러그, 동키콩, 지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모습으로 나타나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한다. 이에 30년 전 동전 몇 개로 수천 번이나 세상을 구했던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의 고수 3인방이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친다.

귀여운 악당들과 맞서 싸울 때 지나치게 비장한 모습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오히려 웃음을 유발한다. ‘픽셀’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게임과 현실의 조화가 돋보이는 매우 독창적이고 특별한 작품”이라며 “수년간 만들어온 요소들을 모두 사용해 아주 신선한 여름 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7월 16일 개봉.

▲코믹 넌버벌 퍼포먼스 ‘웨딩’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신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신부의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사진 = PMC 프러덕션

뮤직쇼 ‘웨딩’은 음악과 춤이 함께 하는 코믹 넌버벌 퍼포먼스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신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신부의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모두가 행복한 결혼식 날, 신부 아버지의 표정만 밝지 않다. 딸을 보내기 싫은 아버지는 결혼식 내내 틈만 생기면 결혼식을 망치려고 눈을 부릅뜬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풀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부케를 던지는 순간 공교롭게도 부케는 신부 아버지의 손에 들려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신부 들러리와 아버지의 뜻밖의 로맨스가 전개된다.

공연은 시종일관 웃음으로 가득하다.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보다는 밝은 춤과 기타, 드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물잔 연주까지 23가지가 넘는 악기 연주, 그리고 화려한 춤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딸을 사이에 둔 사위와 아버지의 신경전이 어떤 결말을 이룰지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를 더한다. 홍대 뮤직쇼웨딩전용극장에서 공연 중.

▲시사 코미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그 분’의 미술관에 잠입했다가 잡히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사진 = 이다엔터테인먼트

영화 ‘픽셀’과 뮤직쇼 ‘웨딩’이 밝고 가벼운 느낌의 웃음을 전한다면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시사 코미디로 뼈있는 웃음을 전한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은 노후 대책을 위해 마지막 한 탕을 하기로 결심하고 야심한 밤 어떤 미술관에 잠입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장소가 ‘그 분’의 미술관이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 분’의 미술관엔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소장돼 있지만 작품의 가치를 모르는 두 늙은 도둑은 금고만을 노린다.

그러다 금고 앞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옥신각신 끊임없이 다투고, 그 소란으로 결국 두 도둑은 금고를 털긴커녕 경비견에 붙잡혀 조사실로 끌려간다. 그런데 여기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수사관은 두 도둑들로부터 있지도 않은 범행 배후와 있을 수도 없는 사상적 배경을 밝히려고 홀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어수룩한 두 늙은 도둑은 한심한 변명만을 늘어놓고, 이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수사관의 대화가 웃음을 준다.

시대의 답답한 정치와 경제 현안들을 다루며 관객들의 가려운 데를 박박 긁는 웃음을 전하는 것이 이 공연의 특징이다. 날카로운 시사 풍자와 더불어, 더 늙은 도둑의 인간적인 모습에도 집중해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도 전한다. 코엑스 아트홀에서 공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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