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뉴스 - 미술관 스타 마케팅]스타가 당기니 미술관에 돈 드네
▲그레뱅 뮤지엄을 찾은 스포츠 스타 박찬호가 자신의 밀랍 인형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 그레뱅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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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라마, 영화, 뮤지컬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다. 화제성과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스타 캐스팅 경쟁이 치열하다. 미술관도 예외가 아니다.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반대로 미술관에 다양한 관람객 층을 끌어들였다는 호평도 있었다. 올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주목받은 미술관의 스타 활용 마케팅 사례를 살펴본다.
비틀즈-롤링스톤즈 등 음악계 아이콘 총집합
대림미술관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대림미술관은 2014년 11월~2015년 5월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을 선보였다. 잡지 ‘롤링 스톤’의 커버에 사진을 장식한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 린다의 작품을 모았다.
린다가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와의 결혼 이후 가족과의 일상을 담은 ‘가족의 일상’, 린다가 자신의 모습을 관찰한 ‘자화상 에필로그’,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사회에 대한 시선’, 린다와 친분 있는 아티스트들이 바라본 린다의 모습을 담은 ‘린다의 초상화’, 롤링 스톤즈, 더 도어즈,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크랩튼, 비틀즈 등 1960~70년대 음악계를 주름잡은 아티스트의 모습을 촬영한 ‘1960년대 연대기’ 등으로 구성됐다.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전시장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애초 4월 26일까지 전시가 열릴 계획이었는데, 관람객이 20만 명을 돌파하는 흥행에 힘입어 기간을 5월까지 연장했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했고, 총 관람객 수는 34만 명을 넘었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의 흥행으로 대림미술관은 지난해 4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미술관 측은 “2002년 대림미술관이 문을 연 이래 단일 전시로는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린다의 전시가 국내 최초로 열린다는 점도 이슈가 됐지만, 이 전시가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스타 폴 매카트니를 비롯한 스타의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 전시장 환경은 익숙하지 않지만 비틀즈와 지미 헨드릭스는 친숙하게 느끼고, 또 아티스트의 무대 모습뿐 아니라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던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시장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은 총 34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은 전시장에 마련된 아트숍. 사진 = 왕진오 기자
린다가 남편 폴과의 사이에 낳은 두 딸 메리와 스텔라가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1967년 런던의 한 클럽에서 만나 1969년 결혼한 뒤 30여 년 동안 인생의 동반자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잉꼬부부로 살고 있는 폴과 린다의 일상도 공개됐다. 5월 폴 매카트니가 첫 내한 공연을 가진 점도 전시 홍보에 힘이 됐다.
대중문화 아이콘 지드래곤 참여 전시로 눈길
서울시립미술관 ‘피스 마이너스 원’전
평소 미술 전시 간담회가 조용한 것과 달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6월 열린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전(이하 ‘피스 마이너스 원’전) 간담회 현장엔 많은 취재진이 몰려 시끌벅적한 광경이 연출됐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쏠린 것. 그 중심에는 대중문화 아이콘 지드래곤이 있었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이 스타의 사진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면, ‘피스 마이너스 원’전은 스타의 참여가 추가됐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함께 기획했으며, 지드래곤과 국내외 미술가 14팀이 협업 작품 200여 점을 내놨다. 지드래곤은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컬렉션을 공개했고, 작가들은 지드래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간담회에서 “대중문화와 미술의 접점을 만들고 높게 느껴지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피스 마이너스 원’전은 서울시립미술관과 YG엔터테인먼트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전시의 주역 지드래곤.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측에 따르면 ‘피스 마이너스 원’전은 7월까지 하루 평균 약 580여 명, 총 2만 58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변지혜 큐레이터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다른 전시와 비교해 더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편”이라며 “획기적으로 관람객 수가 늘진 않았지만 메르스 사태와 유료 전시(티켓 값 1만 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반응”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이 많이 늘었다. 변지혜 큐레이터는 “외국인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보통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2%를 넘기기 힘들거나 0%대를 기록하는 전시도 있는데, ‘피스 마이너스 원’전이 시작된 뒤 3.4%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2%와 비교해도 괄목한 만한 성과”라며 “또 ‘피스 마이너스 원’전을 보러 왔다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다른 전시를 방문하는 등 기존 미술관을 찾지 않던 새 관람객 층이 늘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람객뿐 아니라 기존 지드래곤의 국내 팬 충성도도 높아 팬클럽이 전시장을 방문하고, 재관람 비율도 높은 편이다.
전시 관련 상품을 파는 아트숍도 순조롭게 운영 중이다. 변지혜 큐레이터는 “현재까지도 수익이 꾸준히 나는 편”이라며 “중국 관람객의 경우 통이 커 관련 상품을 낱개 단위가 아니라 박스 채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대중문화 아이콘 지드래곤을 전시에 참여시키는 ‘피스 마이너스 원’전을 열었다. 전시엔 지드래곤을 주제로 한 작품 200여 점이 전시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피스 마이너스 원’전의 성과와 관련, 변지혜 큐레이터는 “스타 마케팅이 중요하긴 하지만, 단지 이에 국한하면 일시적 화제성으로 끝난다. 대중문화와 미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콘텐츠 생성이 중요하다”며 “단순 스타 마케팅이 목적이었으면 수많은 스타 중 굳이 지드래곤을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사, 작곡, 뮤직비디오 연출은 물론 패션까지 다양한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지드래곤이 대중문화 아이콘으로서 미술과의 만남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전시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대중과 호흡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앞으로도 서울시립미술관은 대중문화와 미술이 긍정적인 협업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류 스타 밀랍 인형을 전시장에
해외 관광객 유치 노리는 그레뱅 뮤지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그레뱅 뮤지엄엔 스타 밀랍 인형이 가득하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밀랍 인형 박물관 그레뱅 뮤지엄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관을 7월 30일 개관했다. 그레뱅 뮤지엄의 지주회사 CDA(Compagnie des Alpes)의 도미니크 마르셀 회장은 한국에서의 관광객 유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회사에서 박물관 개관 전략 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관광객 유치 가능성이다. 우리는 케이팝 등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 점차 널리 퍼지며 사랑받는 한류 열풍에 주목했고, 서울이 적합한 도시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총 14개 테마(레드카펫, 시네마 천국, 한국의 위인, 세기의 천재들, 평화의 지도자, 대통령 전용기, 위대한 챔피언, 예술가의 방, 디스커버리 아뜰리에, 뷰티살롱, 패션 스튜디오, 명예의 전당, 레코딩 스튜디오, 한류우드)로 구성됐는데, 한류 스타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사랑 받은 배용준의 밀랍 인형 앞에 서서 “욘사마”를 외치는 일본인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레뱅 뮤지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밀랍 인형의 대상이 될 스타 선정에 특별히 신중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뱅 인터내셔널의 베아트리스 드 레이니에즈 대표는 “한국 팀과 협의해 한류 스타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 전시 공간 주제에 맞는 인물을 선정했다. 그리고 여기서 밀랍 인형 본을 뜰 스케줄이 맞는 스타를 최종 선정하고 인형을 제작하기까지, 최소 하나의 인형에 6개월 정도가 소요됐다”고 밝혔다.
▲그레뱅 뮤지엄엔 알 파치노,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와 함께 싸이, 지드래곤 등 케이팝 스타와 김연아, 박찬호 등 스포츠 스타, 신사임당, 이순신 장군 등 한국의 위인까지 총 80여 개의 밀랍 인형이 전시 중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김용관 그레뱅 코리아 대표는 “현재 서울관에 80여 개의 밀랍 인형이 전시됐다.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보여주기 위해 첫 인물 선택이 매우 중요했다. 배용준, 권상우 등 한류 스타와 전 세계적으로 강남 스타일 열풍을 일으킨 싸이 등 연예인은 물론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 등 각 분야의 세계적 스타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익숙하지 않았던 밀랍 인형 박물관이라는 콘텐츠와 인기 있는 스타의 만남은 관람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지혜 그레뱅 코리아 팀장은 “현재 하루 평균 800여 명의 유료 관람객을 유치 중(성인 2만 3000원, 학생 1만 8000원, 어린이 1만 5000원)인데, 이 중 해외 관광객의 비율도 높다”며 “레드카펫 등 한류 스타 섹션은 특히 일본인 관광객의 관심이 높고, 싸이 등 국제적인 스타의 밀랍 인형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다”고 밝혔다.
그레뱅 뮤지엄은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스타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김용관 그레뱅 코리아 대표는 “일차적인 목표로 박물관을 방문하는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비율을 50대 50으로 두고, 해외 관광객의 비율을 점차 높여갈 것이다. 올해 목표치는 60만 명”이라며 “한국을 세계에 알린 아티스트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만남이 관람객 유치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