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고급미술에 도전하는 웹툰·프린트
▲서울 삼청동에 개관한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외경.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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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데이트 코스이자 카페 거리로, 또는 북촌한옥마을과 여러 문화-전시 공간으로 인기있는 서울 삼청동 길 입구에 새 명소가 생겼다. 유명 화가의 작품과 웹툰 주인공들이 쇼윈도를 장식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림 빵집’이다.
이 공간은 매일 빵집에서 구워져 나오는 따끈한 빵을 고르듯, 미술품 컬렉션을 부담 없이 고르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서울옥션이 만든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의 직영 플래그 숍(flag shop, 대표 가게) 1호점이다.
선컨템포러리가 사용했던 건물 전체를 새롭게 꾸민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은 1, 2층에 세계 유명 작가들이 만든 회화 및 사진의 한정판 디지털 복제 작품들, 렌티큘러 입체 작품들, 그리고 아트 상품들을 판매한다.
지하 1층 웹툰 하우스는 웹툰 관련 전시 공간이다. 웹툰 작가들의 원화가 전시되고 아트 상품들이 판매된다. 300여 명의 다음카카오 웹툰 작가 중 매월 2∼3명의 전시가 지속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웹툰 작가들의 국내 첫 오프라인 전시 공간인 셈이다.
“그림으로 대중과 호흡하는 문화 플래그숍”
첫 전시로는 △다음 웹툰의 대표 인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훈(Hun) 작가 △산악 구조대 이야기로 화제가 된 ‘peak’의 임강혁 작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눈길을 끌고 있는 ‘묘진전’의 젤리빈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형식으로 원화와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프린트베이커리 1층의 에디션 작품을 살펴보는 관객. 사진 = 왕진오 기자
다음카카오의 박정서 웹툰 서비스 총괄은 “웹툰 작가들이 온라인을 넘어 더 넓은 무대에서 작품 세계를 펼치고 독자와 소통할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3층에는 요리사 장진우(28)의 퓨전 음식점이 있다. 이곳에는 장진우 셰프의 요리와 함께 공간 콘셉트에 맞는 문화 콘텐츠가 시즌별로 교체 전시된다.
▲프린트베이커리 지하에는 웹툰 상설 전시장이 마련됐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서울옥션의 이옥경 대표는 “프린트베이커리의 플래그 숍이 순수예술 작가의 작품부터 웹툰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시각예술 문화를 전하는 통로가 되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프린트베이커리가 판매하는 한정판 복제 미술작품에는 세계 유명 작가들도 참여했다. 압축아크릴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한정 수량에 작가의 친필 사인과 에디션 넘버가 부여돼 소장과 수집의 가치를 일정하게 지닌다. 매달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진재형 프린트베이커리 사업총괄본부장
“매출목표 크게 늘리고 해외출점 준비 중”“대중과 호흡하는 문화 확장 공간의 시작입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 안테나 숍(antenna shop: 신제품이나 새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수요·광고효과 측정을 목표로 운영하는 점포)으로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프린트베이커리의 첫 번째 플래그 숍 개관을 주도한 진재형 사업총괄본부장이 내놓은 첫마디다. 그간 서울 서촌 일대와 강남 코엑스 주변을 물색하기도 했지만, 화랑 밀집 지역에 공간을 마련해 정면승부를 펼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플래그숍 1호 출점 위치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진재형 총괄은 “8월초에 판교 현대백화점에 기프트 숍 형식으로 지역점을 오픈했다. 이어 코엑스와 잠실 롯데월드몰에 대형 점포 개설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아시아권으로 프린트베이커리 사업을 확장하다는 궁극적 목표의 첫 걸음이 삼청점”이라고 말했다.
▲진재형 프린트베이커리 사업총괄본부장. 사진 = 왕진오 기자
프린트베이커리가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데는, 아트 프린트나 사진 같은 상품에 외국인들의 반응도가 더 높다는 현실이 반영됐다. 또한 외국 작가의 한정판 에디션에 대한 수요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크다는 시장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서울옥션은 그간 홍콩 경매를 진행하며 현지 관계자들과 연관을 맺어왔다. 프린트베이커리 측은 올해 매출 목표를 18억 원으로 잡았지만, 고객의 반응이 좋아 22∼25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고 밝혔다.
진재형 총괄은 “원화 작품을 소장하려는 층과, 프린트 작품을 소비하려는 층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프린트베이커리의 에디션 작품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선물용 또는 공간 장식용으로 활용되는 것이 1차 목적이기 때문이다.
▲프린트베이커리 2층에 전시된 사진 에디션 작품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사정이 이렇기에 작가 선정 역시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맡겨진다. 프린트베이커리는 초기에 전속 작가들과 우호 작가들의 에디션 작품을 출시했지만 이제는 대중적 지명도와 함께 실제 작품의 판매 가능성이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의 오리지널 원화와 한정판 작품을 동시에 만나보고 구매도 가능
프린트베이커리는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인 뒤 백화점과 대형마트 그리고 미스터피자 안에 ‘숍 인 숍’(shop in shop, 매장 안의 또 다른 매장)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도 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그림뿐 아니라 조각 같은 입체 작품도 출시를 계획 중이다.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1층에 전시된 에디션 작품들. 사진 = 왕진오 기자
미술 작품의 복제품뿐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공간 꾸미기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그 첫 시도는 디자인 아티스트나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픽 아티스트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술 작품의 대중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프린트베이커 삼청점의 등장에 따라 국제갤러리, 학고재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이어지는 삼청동의 문화벨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