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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섬에서 즐기는 골프의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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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8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5.09.17 08:49:0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한려수도 한가운데에 떠 있는 섬, 그 안에 골프 코스가 있다. 그린 뒤, 페어웨이 가장자리에 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팅그라운드에 서서 눈을 들면, 시선은 전력 질주해 올망졸망한 섬들이 드문드문 떠 있는 수평선 끝에 머문다. 바다는 어미처럼 골프 코스를 품에 안았다.

나는 항구도시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어린 날에 옆집 소년과 월명산에 올라가 메뚜기도 잡았다. 소년은 포탄으로 파인 물 고인 웅덩이에서 개구리도 잡아줬다. 나뭇가지에 꿰어온 메뚜기는 구워 먹었고, 그물망에 넣어온 개구리는 마당에 놓아기르던 닭들에게 던져줬다.

이따금 소년과 나는 산기슭에 앉아 낙조에 물들어 붉게 젖어가는 신비한 섬들을 바라봤다. 해가 지면 항구에 떠 있는 외항선들은 환하게 불을 밝혔다. 배는 ‘푸우’ 뱃고동 소리로 소년을 바다로 유혹했다. 장항제련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앞서가는 구름이 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소년은 내게 말했다. “난 저 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거야.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될 거야. 부자가 되면 저 앞바다에 있는 섬을 살 거야.”

견우성 범하는 신선처럼
청량감 주는 섬에서 시 한수가 절로

소년은 군산여고 운동장 가의 가장 큰 벚나무에 사랑의 맹세를 새겼다. 나는 광대뼈 안에 담긴 꿈꾸는 소년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맹세를 굳게 믿었다. 소년은 떠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세월은 우리를 꿈과 환상을 분리하는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섬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비릿하지만 청량한 해풍이 폐부에 스민다. 페어웨이로 내려서면 푸른 너울이 가슴으로 쏴아 밀려든다. 한국의 남해안은 다도해로 불린다. 기복이 있는 산지 지반이 침강 작용으로 낮은 부분은 내려앉아 물속에 잠기고, 높은 부분은 해면 위에 섬으로 남은 해역이다. 본래 산봉우리였던 섬들이 호수처럼 잔잔한 물속에 제 그림자를 담그며 떠 있다.

27홀을 한 홀 한 홀 짚어가는 동안 남해 절경이 나를 따라 돈다. 녹음이 짙은 해송 숲에서는 잠깐 숨을 돌린다. 골프장이 있는 섬 주변은 대부분 100m 이내의 대륙붕으로 이뤄졌고, 연중 난류가 흘러 수온과 수질이 어족 양식에 최적이라고 한다. 섬에서는 골프를, 갯벌과 바다에서는 먹을거리와 낚시를 즐길 수 있다니. 학처럼 거북처럼 소나무처럼 건강하고 오래 살 것 같다. 나와 소년의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일까.

항상 지평선 끝까지 시선을 띄우는 몽고인 중에는 시력이 8.0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시력이 약한 나는 늘 청량감을 주는 푸른색과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아다닌다. 시야가 탁 트이면 절로 시 한 수가 떠오른다. 골프 코스에서는 공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지 않는다. 수평선에 떠 있는 또 다른 섬을 본다. 마스트에 만선의 깃발을 달고 떠오르는 해처럼 수평선을 뚫고 나타날 소년의 배를 본다. 절로 시 한 수가 떠오른다. 

“아득한 마음 그지없는데 작은 배 일렁이며 배회하네. 비가 오니 구름이 섬을 가리고 바람이 이니 물이 하늘에 뜨는구나. 안개와 더불어 사는 신선이 못 됨을 부끄러워했더니 이제 내가 견우성을 범하는 신선이 되었나니 저기는 무슨 나라 어느 고을인고. 섬 밖에 파란 연기 피어오르네(고려 명종 때 문신 김신윤이 한려수도를 돌며 지은 시).”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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