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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목욕탕, 친근하다? 은밀하다?

시선 다른 두 전시 ‘수상한 목욕탕’ vs ‘배스 하우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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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0-451호 김금영 기자⁄ 2015.10.05 10:59:48

▲목욕탕 ‘영화장’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수상한 목욕탕’전을 여는 이당 미술관.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똑같은 공간을 전혀 다른 두 시선으로 보는 전시가 각각 열린다. 공간은 똑같은 목욕탕이지만 한 전시는 서로 눈을 맞추며 정서를 교류하는 만남의 장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전시에선 서로를 감시하며 경계를 멈추지 않는, 일종의 관음 욕망이 투영되는 은밀한 장소로 바라본다.

국내 작가의 시선: 만남과 소통의 장
‘수상한 목욕탕’전

국내 작가들이 바라보는 목욕탕은 만남과 소통의 장이자 지역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미술관 안에서 열리는 ‘수상한 목욕탕’전에서 레지던시 입주 작가 6인(강제욱, 권혁상, 박종호, 정경화, 주랑, 진나래)과 초대 작가 5인(고나영, 고보연, 유기종, 이주원, 정태균)이 목욕탕에 대한 이야기와 추억을 풀어 놓는다.

우선 이 전시는 미술관이 되기 이전에 많은 사람이 피로를 풀던 목욕탕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2008년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끊어져 비둘기의 놀이터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군산시 영화동의 동네 목욕탕 ‘영화장’은 40년 넘게 주민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겨주는 장소였다. 목욕탕 위의 2, 3층 객실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온 손님들이 여독을 풀었다. 지역 토박이부터 영화동을 찾아온 방문객까지, 각자 다른 이유로 몸을 담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만남이 겹겹이 쌓인 곳이 영화장이었다.

▲진나래, ‘영화장 타일’. 타일 가변 설치, 2015.

개인주의로 삭막해진 사회지만, 왠지 목욕탕 안에서는 처음 본 사이라도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번갈아가며 정겹게 등을 밀어주고, 목욕하다가 시원한 우유를 마시기도 하고, 온탕에 몸을 함께 담그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목욕탕에 들어가기 이전엔 모르는 사이였다가 목욕을 끝나고 나올 땐 어느새 친구가 되는 모습도 흔했다. 그러다 다음번에 목욕탕에서 만나면 반갑게 말을 건네곤 했다. “또 만났네요!”

정태균은 이런 추억을 간직한 영화장 건물과 거리의 풍경을 관찰하고 그림에 옮기면서 영화동에 인사를 건넨다. 소박한 그의 필치에서 영화장의 정겨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회화와 설치를 주요 매체로 하는 고나영은 영화장의 특정 순간을 피라미드 안에 담아 미술관 안에 설치해 놓았다. 작품을 통해 영화장의 추억이 되새겨지며, 관람자가 목욕탕에서 이뤄진 반가운 만남을 상상하게 한다.

이당 미술관 측은 “영화장은 무수한 개인의 역사와 이야기가 교차하는, 친근한 만남과 소통의 장이었다”며 “이번 전시는 그 장소를 중심으로, 이제 막 선착장에 내린 미술관 및 레지던시 작가들과, 군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온 작가들, 그리고 영화동 주민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 혼탕 속에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자리”라고 밝혔다. 전시는 이당 미술관에서 10월 11일까지.

외국 작가의 시선: 은밀한 비밀 공간
‘배스 하우스’전

‘수상한 목욕탕’전이 따끈한 목욕탕을 표현했다면, ‘배스 하우스’전은 은밀한 비밀을 감춘, 개인주의적 성격이 강한 공간으로 목욕탕을 바라본다. 국내 첫 전시를 갖는 영국 작가 캐롤라인 워커는 개인전 ‘배스 하우스’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체류하며 접한 다양한 스타일의 목욕탕을 모티브로 제작한 신작 13점을 선보인다.

부다페스트는 천연 온천이 유명해 시내 곳곳에서 목욕탕을 찾아볼 수 있다. 소박한 곳부터 화려한 곳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16세기 터키 스타일의 어두컴컴한 공간부터 웅장한 20세기 초 아르누보(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및 미국에서 유행한 장식 양식), 네오바로크(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및 미국에서 부활한 바로크 양식) 스타일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목욕탕을 접했다”고 밝혔다.

▲정태균, ‘수상한 목욕탕’. 수묵담채, 72 x 52cm, 2015.

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서도 일관되게 느낀 정서를 그녀는 전달한다. 작가는 “목욕탕엔 뭔가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공공시설이라는 점부터 역설적”이라며 “몇 세기에 걸쳐 똑같은 행위를 해 온, 증기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서는 것은,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환상의 공간에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워커, ‘애프터 더 터키시 배스(After the Turkish Bath)’. 리넨에 오일, 190 x 240cm, 2015.

이 환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감춘다. 작가는 감추기와 은폐, 감시를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이번 ‘배스 하우스’전에서는 목욕탕을 그 배경으로 내건 것.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를 주시하면서 경계하고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또는 자신을 몰래 훔쳐보지 말라는 듯 관람객의 눈을 빤히 응시하기도 한다. 경계를 풀지 않는 이들 사이엔 대화 없이 차가운 시선이 오고간다.

이와 관련, 평론가 토마스 마크스(Thomas Marks)는 “작가는 자신의 욕탕 시리즈에서 주로 여성 위주로, 목욕하는 사람들을 담은 회화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공중 목욕이라는 의식과, 그것이 벌어지는 공간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서양 사람들이 여전히 느끼는 낯설음을 함께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워커, ‘테라피 룸즈(Therapy Rooms)’. 리넨에 오일, 165 x 240cm, 2015.

▲캐롤라인 워커, ‘사우나(Sauna)’. 보드(패널 3개)에 오일, 각각 37 x 30 x 2cm, 2014.

낯설음과 불안감은 ‘애프터 더 터키시 배스(After the Turkish Bath)’과 ‘사우나(Sauna)’, ‘테라피 룸즈(Therapy Rooms)’ 등에서 극대화된다. ‘애프터 더 터키시 배스’에서는 목욕탕을 이용자들의 땀과 때가 섞여 살결을 더럽히는 음침한 곳으로 그리고, ‘사우나’는 폐쇄된 공간 탓에 서로 엉겨 붙은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빨간 배경을 바탕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테라피 룸즈’는 음침하게 커튼이 드리워진 치료실 옆으로 벗어던진 핏빛 수영복이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한 인상을 준다. 전시는 스페이스K에서 11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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