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조은필] 파랑으로 세상 덮어 공간 낯설게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사람마다 잘 쓰는 언어가 있듯 블루는 조은필(36)에게 가장 오랫동안 그녀를 대신해준 색깔 언어다. 블루의 경직성이 작가의 손을 거쳐 완전히 의미가 다른 새로운 단어가 됐다. 그녀의 블루는 그녀와 함께 움직인다.
작가는 특정 색상에 대한 집착으로 그녀의 주위를 파란 사물들로 둘러쌌다. 기억 속의 개인적인 장소도 모두 블루로 이뤄졌다.
작가가 사용하는 파랑은 희망, 젊음, 신성함, 진실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파랑보다는 훨씬 진하고 강한 울트라 마린 블루다. 색채심리학에서 ‘광기’란 의미를 내포하는 색이다. 하나의 색깔에 오롯이 집중해온 자신의 모습과 색상의 의미를 일맥상통하게 만들었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 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작가는 순수한 블루를 찾기 위해 좀 더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싶어 한다. 다양한 형태에서 가장 원초적인 블루를 보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완전히 순수한 블루를 찾는 여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평소 대형 빌딩과 공간 그리고 바다 위에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렁이는 궁전’에 파란색을 입히던 조은필 작가가 9월 18일∼10월 18일 진행되는 소마 야외 프로젝트 S에서 ‘The Feather(깃털)’를 펼쳐 놓는다. 팝아트 같은 요소와 공공미술 형식을 결합해 미술관의 새로운 장소성과 명소화에 점을 찍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가 유재우(부산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함께 공간을 논의하고 작업했다. 소마미술관이라는 공공장소를 인식하며 환경과 작품과 관객이 한 공간에 있는 것에 집중한 결과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 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조은필 작가는 “건축가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공간의 개념을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환경과 결합할 수 있게 됐고, 작품 설치에 있어서 예전보다 더욱 간결해지고 견고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The Feather(깃털)’은 미국의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희망에는 깃털이 달려있어 우리의 영혼에 사뿐히 내려앉고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다’에서 따왔다.
작가는 깃털이 복되고 길한 미래의 긍정의 징조이자 갈망의 대상이며, 영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깃털은 인간에게 날아보자는 염원과 갈망 그리고 노력을 담은 긍정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 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푸르고 거대한 여러 깃털들이 움직이고 날아다니며 미술관 주위와 벽면으로 퍼져 있는 장면은 미술관에 긍정의 기운을 더해 준다. 뿐만 아니라 2m에서 최대 10m에 달하는 거대한 깃털들은 미술관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돼 자연과 미술관이 하나로 결합된 장면을 구현한다.
거대한 크기의 깃털들이 일상의 공간에 놓여 졌을 때 관객들은 일시적으로 긴장감을 느낀다. 동시에 오감을 통해 판타지를 떠올린다. 공간과 작품과 관객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은밀한 내적 공간에서 자연 공간으로의 확장
기존 작업에서 자아에 대한 독백 형식의 내적 공간을 지향해 온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푸른색으로 빈틈없이 채색하는 것으로도 충족되지 않는 내면심리를 채워줄 대상을 찾는다. 또한 은밀하고 우울했던 내면의 공간을 깃털이라는 유기체에 투영시켜 긍정적인 의미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도 함께 담았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 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형태와 색이 가진 힘만을 극대화한 미니멀 아트를 넘어서 삶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과정을 담아내려는 시도다. “너무 파랗다”는 평도 듣지만, 그녀의 색상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평면과 입체의 새로운 형태가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조은필 작가는 부산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미술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런던대학교 The Slade School of Fine Art 조각 전공 석사 후 경남대학교 겸임교수 및 부산대학교, 경성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롯데갤러리, 센텀시티 신세계 갤러리, 석당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3년 전국조각가협회 최우수 조각가상, 바다 미술제 대상과 2015년 소마미술관 2015 야외 프로젝트 S 최종 당선 등을 수상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