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천경자(91) 화백의 '미인도'가 가족 측 요구에 의해 소장품 목록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일정 예산을 들여 구입한 소장품 7504건(2015년 10월 16일 현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품 이미지를 공개한다. 하지만 2014년 4월 이후부터 미술관 홈페이지 소장품 목록에 등재됐던 '미인도'가 사라졌다. 현재까지 목록 삭제에 대한 설명 없이 운영되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장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2실장은 "‘미인도’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다. 가족 측이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가족들은 미술관의 목록 게재 자체가 '미인도'를 진품으로 주장하는 행위라며 '소장품 목록 공개 자체가 공격적인 느낌이 든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가 측이 한사코 반대하는데, 미술관이 공개하고 전시하는 것은 싸움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작가 보호 차원에서 소장품 목록에서 내린 것이다. 작품은 과천관 수장고에 확실히 보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은 2014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진행한 대한민국예술원 60주년 기념전에 천경자의 '미인도'를 출품하고자 미국에 거주 중인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 앞으로 동의서를 보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측은 "어머니의 가짜 그림을 1991년 진짜로 판정한 미술관이 여는 전시에는 그림을 걸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79년 10.26 사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집에서 나온 이후 압류되어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게 됐다. 이후 1991년 4월 2일 ‘미인도’ 위작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 출품된 작품이 위작이라는 주장을 천 화백이 제기하면서 1991년 희대의 '미인도' 위작 사건이 불거졌다.
당시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붓을 놓겠다는 선언과 함께 딸이 거주하는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 뒤의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