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서울 서초, 강남, 송파 등 소위 강남 3구는 야당으로서는 ‘영남보다 힘든 곳’이라고 불릴 정도로 야당에게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 콘크리트 지역, 이른바 여당의 정치적 텃밭이다.
특히 강남 3구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현 야당 출신 대통령 집권 시절에도 굳건하게 특정 당을 지지해 수도권 판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상 야당 정치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에도 17대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당의장 조차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에게 20%p 이상의 큰 표 차로 패했을 정도였다.
이 지역에 치과 의사이자 변호사 출신 정치인인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고 꾸준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그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는 치과의사면서 동시에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리고 18대 국회에서도 별다른 정치 경력 없이 곧바로 원내대변인을 맡아 ‘엄친딸’로 불리기도 했다.
“정치인은 진정성, 책임감 있어야…
새로운 도전으로 변화 만들겠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전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7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 대변인을 지내는 등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왔다.
경남 출신으로서 쉽게 할 수도 있는 정치였지만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 전 의원은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정치가 아니라 저만이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서”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나라 정치가 ‘여기는 여당 밭, 저기는 야당 밭’이라며 너무 양극화 돼 있고 이념 대립의 골이 큰 것은 정치 발전에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강남을 출마 의지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살펴야 할 저소득층이 의외로 많아 제가 할 일이 많은 지역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11월 2일 강남 대치동의 전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CNB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내년 4월13일 20대 총선에서 야당으로는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강남(을) 출마를 선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강남을 출마를 결심하면서 강남 주민들께 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믿어달라 호소 드린 바 있다. 강남 지역이 야권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지만,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길이라 믿고 그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출마를 선언했다.
물론 야당 출신으로서 강남 출마는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일과 같다. 그래서 나를 아는 모든 정치인이 반대하고 말렸다. 정치적 잇속만을 차리려고 했다면 강남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남은 한국 경제발전의 핵심이고 한국 문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제 새롭게 변화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했다.
강남은 내가 15년 동안 가꾼 일터가 있고, 우리 가족의 추억이 함께하는 제2의 고향이다. 자랑스럽고 사랑하는 곳이다. 하지만 강남은 지난 40년 이상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무사안일 탓에 많은 변화가 가로 막힌 것도 사실이다.
변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은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일이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강남 주민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강남 주민들이 스스로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민과 함께하는 야당의 힘이 필요하다는 격려에 힘입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은 강남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은 강남구 관내 어르신 위문 잔치를 열고 있는 전 전 의원. 사진제공 = 전현희 변호사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새로운 도전이 곧 전략이다. 나의 선택과 도전이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을 진보시킨 힘은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시도였다.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 부산의 김영춘 전 의원 같은 분들 역시 저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이다. 새로움에 도전해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 주민에 대해 새누리당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생각에서, 또 새정치연합은 ‘아무리 해도 우리 편이 될 수 없다’는 패배감에서 정치적으로 외면하는 등 정치권에서 아무런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참 외로운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을 만나면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주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이 필요하기에 나는 주민을 만나 무엇이 필요한지, 원하는 건 뭔지를 들으려고 한다. 직접 발로 뛰면서 주민 생각을 모아 정책을 만들어, 강남을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는 신정치 1번지로 만들겠다고 약속드린다.”
-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후 4년을 어떻게 보냈는가.
“정치권을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와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부족한 사람이 국민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아왔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았다. 제가 받은 많은 혜택들을 다시 국민께 돌려드리고 많은 분들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으로 4년을 보냈다.
대치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소외받는 국민과 서민, 약자를 위한 변호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산하 저탄소친환경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는 탄소 감축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러내는 데 힘을 보탰다.
탄소 감축을 위한 탄소 배출권 프로젝트는 아시아 각국에 나무를 심어 배출한 탄소만큼 산소를 만드는 운동이다. 경기에 참가하거나 관람하는 선수단-관중이 발생시키는 탄소를 국가 차원에서 상쇄하는 운동이다. 특히 탄소 배출권이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종의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의 일종이다.
최근에는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한국줄넘기총연맹 총재로도 활동하고 있다. 줄넘기가 저탄소 운동이면서 남녀노소 모두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기특한 운동이라는 점을 알고 산재해 있던 동호회들을 한 데 모아 총연맹을 만들고 줄넘기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전 전 의원은 최근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줄넘기 동호회들을 한 데 묶어 한국줄넘기 총연맹을 만들어 총재로 취임해 줄넘기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제공 = 전현희 변호사실
-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 구청장이 마찰하면서 신 구청장이 ‘강남 특별 자치구’ 설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시장과 신 구청장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다. 마찰이 깊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강남 주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선 서울시는 강남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신 구청장의 ‘강남 특별 자치구’ 설치 주장에 대해 나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앞장서 반대할 것이다.
신 구청장도 무조건 강남을 특별 자치구로 만들겠다는 주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대표하는 구청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강남은 대한민국 발전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도시다. 강남인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강남은 소통과 화합의 도시로서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지역이 돼야 한다.”
- 강남은 어떤 동네라고 평가하는가.
“강남은 대한민국 부와 발전의 상징이자 성공과 자부심의 땅이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 전역을 놓고 보더라도 강남만큼 변하지 않은 지역은 없다. 교통 정체도 심하고 낡고 오래된 아파트가 많다. 그래서 ‘비만과 성인병에 걸린 지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7번째로 많은 지역으로, 화려함 이면에 아픔이 함께하고 있다. 건강한 강남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와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세곡동 보금자리 주택은 난개발로 입주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이 새롭게 발전하느냐 마느냐 하는 시금석이 되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최고의 교육 환경을 자랑하는 강남이지만 세곡동은 인구 5만이 넘어가는데도 열악한 교육 환경 등 주거 여건으로 주민이 고통 받고 있다.
세곡동으로 진입하는 길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도 정체가 심하고 출퇴근 때는 신시가지를 벗어나는 데 40~50분이 걸릴 정도로 교통지옥이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 노선도 많이 없어 세곡동은 강남의 섬이 되고 있다. 국토부, 서울시, 강남구청, LH공사 모두가 손을 놓고 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이 외에도 강남 지역에 특별한 현안이 있다면?
“한전 부지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차가 막히고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공공 기여금이 사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한전부지 기금의 사용에 대해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 원칙을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
또한 강남구의 오랜 숙원사업인 영동대로 개발도 중요하다. 서울시의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현재 상황을 보면 서울시와 강남구청을 매개할 분들이 없는 것 같아 제가 서울시, 중앙당과 함께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전 전 의원은 “강남이 대한민국 부와 발전의 상징이자 자부심의 땅이지만 한편 서울자치구 가운데 기초수급대상자가 7번째로 많은 지역으로 화려함 이면에 아픔이 함께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 전현희 변호사실
- 20대 국회에 등원한다면 또다시 보건복지위를 선택할 것인가. 선택한다면 주로 어떤 분야에 치중할 계획인가.
“18대 국회에서 치과의사 출신으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보건복지위에서 일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더 많은 상임위를 경험해보고 싶다. 산자위에서 경제 분야, 통상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며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해 통상 마찰과 관련된 국가적인 현안 문제들을 해결해보고 싶다.”
- 지난 19대 총선 강남 지역 경선에서 정동영 전 의원에게 패한 뒤 대안으로 중앙당이 송파갑 전략공천을 제의했지만 거절하고 4년 동안 백의종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피눈물이 난다. 전략 공천이 아깝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강남 주민께 드린 약속이 있는데 어떻게 옮길 수가 있겠는가. 강남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당선 가능성 높은 지역으로 공천을 준다고 해서 그간 해왔던 약속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강남 주민과 한 약속을 지키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정치판이 아무리 아수라판이라고 해도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면 조폭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 저도 겪어보니 느닷없는 전략 공천은 지역을 지켜 온 당원과 후보들에게 예의가 아니더라. 4년 동안 송파갑에서 열심히 지역을 닦아 놓은 분이 있지 않겠는가. 그 분들을 무시하고 ‘당에서 공천 받았으니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 그런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 강남 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안철수 전 대표, 그리고 당내 486 의원들의 강남 3구 출마’를 촉구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혁신은 실천으로 행동해야 한다. 부끄럽지만 지금 우리 당은 혁신을 두고 서로 싸우고 있다. 당을 혁신하자면 힘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혁신을 앞세워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싸우고 있다. 좋은 자신들의 지역구를 지키고 자기 계파 사람들을 좋은 곳에 공천하기 위해서다. 혁신은 과정이다. 실천하고 행동할 때 혁신이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강남 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께 강남 출마를 촉구한 것도 실천하는 혁신을 보여달라는 뜻이다. 강남, 송파, 서초에 우리 당을 대표하는 분들이 출마해 싸운다면 국민이 감동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문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남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아성에 누군가는 도전해 벽을 깨야 한다.
그래서 그 벽을 깨는 데 함께 해주십사 요청한 것이다. 문 대표의 별명이 ‘젠틀재인’인데, ‘강남 신사 문재인’이라 생각하면 멋지지 않겠는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당의 지도적 선배들이 함께 동참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당에서 지도적 위치에 계셨던 분들이 강남이든 영남이든 충청도든 강원도든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교체를 주장해왔던 이인영 의원을 비롯한 486 정치인들도 총선에서 세대교체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세대교체가 전당대회용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을 살리고 정권을 되찾아오는 일이 더 중요하다. 혁신은 실천이지 과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