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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라이프 -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끊어진 뱃길 잇는 나룻배 역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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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6호 부산 = 강우권 기자⁄ 2015.11.12 08:48:34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이 당진시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 개소식 직후 워킹맘-워킹대디들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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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부산 강우권 기자)

- 장관 취임 이후 1년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장관과 국회의원 직을 겸임하며 동분서주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다. 장관이 되고 보니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오래 몸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업무 내용이 있을 정도로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주무부처로서 광범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유용한 정책과 제도를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자주 강조하시는 말씀도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현장에 정책을 더 잘 알려 더 많은 분들께서 여성가족부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취임 이래 여성가족부와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조하고 있는데? 

“‘찾아가는 장관실’을 운영하며 전국 방방곡곡 정책 전문가들과 정책 수혜자들을 만나며 지자체별로 업무 협약을 맺어 정책이 곳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올해 새로 시작한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는 전국 시-도 건강가정지원센터 6개소(충남 당진, 경북 구미, 경기도 시흥, 성남, 경남 울산, 부산 연제)에서 시범운영 중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에 지자체가 나섰다는 의미가 크다. 

지난해 출범한 민관협의체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는 17개 정부 부처와 100여개 민간기업 외에도 경상남도를 포함한 15개 지자체가 함께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 체계는 실질적인 양성평등과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는 아직 많은 국민에게 생소한 것 같다.

“센터는 주중 심야 시간과 주말까지 운영한다. 노무사나 법무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찾아올 여건이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한다. 일·가정양립과 관련된 고충을 상담하고 활용가능한 정부 정책과 제도 등을 소개하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한 마디로 맞벌이 가정을 위한 ‘고충 해결소’다. 

지난 9월에는 한국공인노무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노무사 123명을 ‘워킹맘·워킹대디 고충상담위원’으로 위촉했다. 이 분들께서 맞벌이 가정과 기업을 위한 노무 상담과 노무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해주셔 큰 힘이 되고 있다. 시범 운영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 센터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 올해 새로 시작한 ‘양육비 이행관리원’에도 관심과 호응이 아주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이혼·미혼 한부모 가족은 47만 가구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한 번이라도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비율은 10가구 중 2가구도 안 된다.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양육비 이행관리원은 양육비 문제로 고통 받는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을 덜어드려 어떠한 환경에서든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다. 

양육과 생업의 이중고 탓에 소송을 할 경제적·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한부모를 대신해 비양육 부 또는 모의 소재지와 재산상태 파악부터, 양육비 청구소송, 채권추심, 양육비 이행상황 모니터링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당장 양육비가 절실한 경우에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을 통해 도움을 드리고 나중에 전 배우자에게 대신 받아내는 일도 한다.  

지난 3월 25일부터 8월말까지 약 5개월 간 양육비 이행 지원 신청은 4672건으로 하루 평균 43건이나 된다. 강제집행 등 법적인 조치 없이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 121건의 양육비 이행 확약을 받아냈다. 중요한 것은 자녀 양육책임은 부모 양쪽이 나누는 것이란 인식을 단단히 뿌리내리는 것이다.” 

- 여성가족부가 여성 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 출산율과 GDP 증가율도 함께 증가하는 정(正)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이 여러 선진국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여성의 전 생애에 걸친 경제 활동은 4개의 고리(4R)로 이뤄져 있다. ‘사회진출(Recruit)’과 ‘경력유지(Retention)’,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Restart)’, ‘여성 대표성(Representation)’이다. 우리 사회는 진입 단계에서의 성별 격차 해소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실제 20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2012년부터 남성을 앞질렀다. 

하지만 여성이 출산·육아를 경험하는 30대 이후 급감하는(2014년: 남 93.7%, 여 58.4%) 경력단절 현상이 심각하다. 여성가족부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고리, 즉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일·가정 양립을 통해 직장을 잘 유지하고, 경력이 단절됐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개의 고리가 단단해지면 여성 대표성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왼쪽)이 9월 22일 저녁 CJ백설요리원에서 열린 ‘양성평등한 추석보내기- 추석N 가족사랑 요리교실’에서 자녀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과 함께 추석 음식을 만들고 있다.

- 일·가정 양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며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장 큰 문제는 일·가정 양립을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관행, 그리고 기업의 장시간 근무 문화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기업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직장어린이집 운영 등을 통해 일·가정 양립을 모범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증하고 총 104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2008년 14개 사로 시작한 것이 현재 956개 사로 확대됐다.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기업도 많아 올해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 여성뿐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일·가정 양립’을 강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남성들도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 전반에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다.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육아와 가사 등 가정 유지의 역할과 책임은 부부 양쪽이 함께 나눈다는 인식이 확산된 긍정적 조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자 비율은 5.1%(2015년 상반기)에 불과하다.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아빠의 달’ 제도를 지난해 10월 도입했다. 부부 중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해 첫 1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내년에는 이를 3개월로 확대한다. 

또한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중소기업 월 60만, 대기업 월 30만 원), 육아기 단축근무 기간도 늘리고(종전 12개월→24개월) 세 번에 걸쳐 나눠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육아가 어느 한 쪽이 아닌 부부 공동의 책임임을 강조하기 위해 ‘육아휴직제’라는 법정 명칭도 ‘부모 육아휴직제’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 17대에서 고향인 부산 연제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결혼과 출산, 육아 등 워킹맘으로서의 과정을 밟고 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며, 여가부 장관으로서 개인적 경험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어느 여성학자의 ‘세상에 슈퍼우먼, 알파걸은 없다. 피곤해하는 엄마만 있을 뿐’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맞벌이가정에는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나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제 경우 청와대 대변인 시절 회의 시작 시간이 어린이집 문 여는 시간보다 일러 애를 먹었다.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둘째를 낳은 뒤 나 역시 1년간 이용한 경험이 있다. 이때 느낀 점을 토대로 영아종일제 지원 대상을 만1세에서 2세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어린이집 같은 대기 시스템도 도입했다. 

현재 많은 가정이 이용하고자 하는 시간대가 아침 등원이나 등교 시간, 오후 하원·하교 시간대에 몰리고 있다. 따라서 그 시간대에 일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많이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도 제 경험에 비추어 만든 것이다.”

-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일하려고 할 때 어떤 정책적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집 근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찾아 상담부터 받아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이 센터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기존 경력과 전공을 살려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상담, 훈련, 인턴 및 취업 연계, 사후관리를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전국 147곳에서 운영 중이다. 작년에는 25만여 여성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13만여 명이 취업했다. 기업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실질적 취업 연계를 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예컨대 컴퓨터그래픽 과정 수료생들을 국내 영화 ‘타워’, ‘평양성’ 등의 특수효과 분야에 투입된 이후 계속해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 7월부터 여성가족부 기본법인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었다.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그동안 여성가족부의 영문명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인데 왜 국문명은 ‘여성가족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남성도 함께 챙겨달라는 요구도 종종 들었다. 이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국가정책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확대 실시한다. 가령 남성인 배우자는 경제능력이 있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60세 이상에 한해서만 ‘산재유족보상연금’이 지급돼 왔는데,  남녀 모두 연령 구분 없이 수급자격이 부여되도록 개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또한 과거에는 화재사고로 외모에 흉터가 남은 경우 그동안 남성들은 여성보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액이 적었다. 외모에 관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녀가 동일한 액수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선을 했다.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이 아닌 양성 모두의 행복과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이 서울 연희중학교에서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보조교재를 활용한 시범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새로 열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진 계기는?

“길에서 만나는 청소년을 흔히 ‘학생’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학생이 아닌 청소년이 36만 명이나 된다. 그동안 지원과 보살핌이 학교 울타리 안에 집중돼 학교 밖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각종 범죄와 질병에 쉽게 노출됐다. 이 아이들이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느냐, 사회의 부담이 되느냐는 어른들의 책임이다. 

제가 의원시절 대표 발의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올해 5월 29일 본격 시행된 것을 계기로, 관계부처가 협력해 학교 밖 청소년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지원의 중심에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 있다. 연말까지 200여개소로 확대될 예정이고, 1대1 전문상담을 통해 학습·취업·자립지원을 비롯해 건강관리,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청소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종합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어쩔 수 없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이 편견 없이 당당하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 부산에 앞으로 ‘을숙도 국립청소년 생태체험센터’ 건립을 본격화하신다던데.

“건립 예정인 수련시설은 생태안전 체험분야 특성화 시설로, 총 사업비 491억 원, 수용인원 450명 규모로 오는 2018년 준공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에 설계비 10억 원이 반영돼 있고, 올해 안에 재정당국과 협의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정하고 내년에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안전체험, 카누 및 보트호수 체험, 에코 교육, 철새·습지 수생동식물 관찰, 낙동강 뱃길 탐사, 김해·가야 문화 탐사 등 특성화·전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체험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 지난 9월 청소년들을 위한 일본군 ‘위안부’ 교재를 만들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시범교육을 시작했는데 그 배경은?  

“청소년들은 언론에서 통상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을 할머니로 지칭하다보니, 자신들과 같은 10대 시절 끌려갔다는 사실조차 놓칠 수 있다. 이번 교재 발간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로 삼길 바란다. 

여성가족부는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내년 3월까지 유네스코 본부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2017년 상반기 중에 등재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14년 초 프랑스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 참가해 위안부 주제의 특별전을 연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제가 정부 대표로서 처음으로 UN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국제 청소년 학생작품 공모전’을 개최하고,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함께 청소년들을 ‘글로벌 여성인권 대사’로 임명해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장관님을 롤모델로 삼는 워킹맘이나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다.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혼자만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함께 간다’는 생각이야말로 더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흔히 자기만 능력 있으면 언제든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과 관계를 잘 쌓고 무슨 일에서든 협력해 나가야 갑작스런 상황이 닥쳐도 이겨내기 쉽고,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 끝으로 전국의 여성·가족·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성·가족·청소년 가운데 승진에 계속 누락되는 여성, 재취업이 안 되는 경력단절 여성, 학교 밖을 방황하는 청소년, 학업·육아·생업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미혼모·부자가정 등 새로운 기회가 절실한 분들이 많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좌절을 맛봤던 사람이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과연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19대 총선에 출마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하며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약속드렸다. 여성가족부는 국민들께 ‘절도봉주(絶渡逢舟)’, 즉 ‘끊어진 나룻길에서 만난 배’가 되어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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