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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변강쇠가 외설? 아픈 사연 가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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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9호 김금영 기자⁄ 2015.12.03 08:55:25

▲성두경, ‘화신 앞 교차로’. 1950~60년대. 사진 = 갤러리 룩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금 숨을 쉬는 일분일초의 시간이 모두 역사의 일부분이다. 과거가 흘러왔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의 새 역사가 만들어진다. 달려가기에 바쁜 현 시점에서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과거의 역사들이 있다. 현대까지 한국의 흐름을 읽는 데 주목하는 두 전시가 있다.


역사적 장소 서울 중심으로 살피는
전쟁 전후의 ‘잃어버린 도시, 서울 1950s-60s’전

‘잃어버린 도시, 서울 1950s-60s’전은 1392년 조선의 수도가 된 이래 6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역사의 중심에 있어온 서울을 토대로 한국 역사의 흐름을 살펴본다. 특히 한국전쟁 전후에 주목한다. 전쟁이 한국을 어떻게 파괴했고, 또 그 파괴를 극복하려 어떤 노력을 거쳐 왔는지, 또 그 시기에 국민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이 전시는 한국 기록 사진의 개척자인 성두경(1915~1986) 탄생 100주년을 맞는 의미도 있다. 성두경은 1951년 한국전쟁에 종군해 파괴된 서울을 조형적 시각으로 포착해 기록성과 예술성을 모두 획득한 사진가다. 대한사진예술가협회 회장과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사진의 기록적 가치와 예술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독특한 시각의 종군사진가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사진 자료들을 보면 범위가 다양하다.

▲성두경, ‘눈 오는 날 거리 풍경’. 1950년대 후반. 사진 = 갤러리 룩스

전후 복구와 재건 그리고 근대화를 추진하던 시기에 기록한 도시 경관 사진과 건축 사진, 1950~60년대 일상사와 생활사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 무용가 김백봉을 비롯한 공연 예술가들의 초상 사진, 대한사진예술가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한 시기의 예술사진 등을 망라한다.

갤러리 룩스 측은 “성두경이 시대의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의 삶에 충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그는 한국전쟁 이후 사진 저널리스트이자 전업 사진가로서 수많은 사진을 남겼으며, 그가 남긴 사진들은 근현대사를 재구성하고 도시사와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기록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역사적인 현장에 있던 성두경의 시각으로 관람객은 그 시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빈티지 프린트 7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필름에서 새로 발굴한 20여 예술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다. 

▲성두경, ‘남산 과학관의 잔’. 1951. 사진 = 갤러리 룩스

전시는 ‘잃어버린 도시’라는 큰 주제 아래 ‘모더니티의 서울’(갤러리 룩스, 11월 24일~12월 6일)과 ‘익숙한 것이 낯설다’(스페이스 99, 11월 24일~12월 13일)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모더니티의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복구된 서울의 모습과 근대화된 도시 경관을 보여주는 1950~60년대의 기록 사진들과, 대한사진예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빈티지 프린트와 필름에서 새로 발굴한 예술사진들로 구성된다. 이 사진들은 서울의 근대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해온 도시를 관통한 성두경의 시각을 보여준다.

‘익숙한 것이 낯설다’는 한국전쟁 시기의 서울 사진들과 함께, 성두경의 스튜디오가 있던 반도호텔을 매개로, 1950~60년대의 사회, 문화, 역사적 기억들과 교차하는 그의 사진 활동을 보여준다. 반도호텔은 관광산업 정책에 따라 1974년 (주)롯데에 매각돼 사라졌지만 성두경의 사진을 통해 현 시대에 재현된다. 


잊지 못할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변강쇠가(歌) 2015: 사람을 찾아서’전

‘잃어버린 도시, 서울 1950s-60s’전이 역사적 장소에 주목했다면, ‘변강쇠가(歌) 2015: 사람을 찾아서’전은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집중한다. 송상희 작가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역사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야만의 흔적들을 끌어올려 전시장에 펼쳐놓는다. 특히 그 흔적들을 날것의 통속과 비극으로 가득한 변강쇠가(歌)와 연결해 눈길을 끈다. 노래를 통해 잔혹한 역사 속 희생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내는 초혼을 행한다.

▲송상희, ‘변강쇠가 2015’. 4채널 영상, 사운드 및 무빙 스포트라이트 설치, 컬러, 사운드, 24분, 2015.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주목되는 작품이 4채널 영상 설치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다. 식민지 주민, 징용민, 전쟁 포로, 대학살과 참사의 희생자들, 종군 위안부 등 역사에서 추상적으로 요약될 뿐인 비체(abject, 비참한)의 이미지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Gyorgy Ligeti)와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의 장중한 음악을 배경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들 가운데, 송상희가 직접 그린 사람의 모습들이 떠다닌다. 작가는 이 이미지들을 재현하기 위해 직접 오키나와의 동굴, 사탕수수밭 등 민간인 대량 학살 현장을 찾아 답사하고 기록했다.

그런데 이 애달파야 할 의식들 사이사이에 뜻밖에도 음탕한 내용들로 가득한 판소리 변강쇠가(歌), 염세적 공상이 가득한 최인훈의 ‘회색인’, 식인의 기운이 감도는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이 많은 요리점’ 등에서 가져온 기괴하고 음습한 텍스트들이 등장한다.

▲송상희, ‘노처녀가’. 천, 텍스트 프로젝션, 가변 크기, 2015.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이 텍스트들은 잔인한 죽음들을 공상과 과장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담는다. 이것은 바로 걸러내고 추상화하는 역사가 담아내지 못한 비체들의 실제 삶에 오히려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점잖은 역사 서술이 담지 못한 이야기들, 사건의 이름으로 뭉뚱그려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송상희는 전시 간담회에서 “변강쇠가를 색녀, 색남의 음담패설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런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조선 후기 비참하게 힘든 삶을 산 유랑민의 슬픈 사연들로 가득하다. 그들의 삶이 현재까지도, 소외된 이들의 비극과 다 연결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송상희, ‘드로잉 - 변강쇠가’. 종이에 크레용, 2015.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이런 적나라함은 여인네들의 온갖 두건을 늘어놓은 설치작품 ‘노처녀가(歌)’(2015)에서도 나타난다. 어두운 방안에 두건들이 늘어선 모습이 영락없이 떠도는 원혼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이 두건들에 작자 미상의 조선 후기 가사인 ‘노처녀가(歌)’의 텍스트가 쏟아진다. 질곡의 역사 속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의 한탄을 쏟아내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송상희는 역사 비극의 순간마다 언제나 가장 멀리 밀려나고 희생되는 여성들의 곁에, 과장되고 때로는 희화화된 텍스트를 배치시킨다.

아트 스페이스 풀 측은 “작가는 에둘러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역사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의 비애를 통속, 비극, 공상으로 가득한 적나라한 텍스트와 연결짓는다”며 “이런 방법으로 그들에 대한 망각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미지로 이뤄진 비체들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12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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