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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예로부터 예술가들은 아름다운 것을 형태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문화적 지주의 하나로 삼는 서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체 여성상은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다. 미의 기원 비너스로 시작해, 르네상스기의 퇴폐와 향락의 흔적, 동성애, 부부 생활, 불륜 등 사랑의 여러 형태를 작품으로 읽는다. 그리고 화가들의 뮤즈가 된 여성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죽이는 극단적 장면, 종교적으로 승화된 관능미까지 폭넓게 다룬다.
사랑의 세 가지 본질인 아가페, 에로스, 필리아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려는 시도들의 통시적 총합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 봐야 할 다양한 미술 작품 200여 점을 선정해 실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던 식기에 그려진 정사 장면, 폼페이 유적의 침실에서 발견된 노골적인 성교 장면 그림, 중세시대 부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옷을 벗어 넣어두는 옷장 뚜껑에 그려진 나체 그림 등을 예로 들면서, 인류의 침실 역사 속에 꾸준히 미술이 이용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폴론과 다프네, 비너스와 아도니스, 유피테르와 안티오페, 아모르와 프시케 등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수많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그림 속에 다양하게 변주돼 펼쳐진다. 하나의 소재가 화가에 따라, 시대에 따라, 미술 사조에 따라 어떻게 변주됐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눈에 익은 그림들은 그 뒷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저자가 새롭게 소개하는 낯선 그림들은 그 배경이 되는 신화를 살펴보며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송태욱 옮김 / 1만 6000원 / 현암사 펴냄 / 252쪽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