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건강 칼럼] 심장 불규칙한 부정맥…추운날 특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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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이란 심장 박동이 정상적인 리듬을 잃고 흐트러진 상태를 말한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분당 60~100번, 하루 약 10만 번 규칙적으로 펌프질을 반복하는데, 이런 심장 박동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불규칙하게 되는 것이 부정맥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더 위험해지는 부정맥의 종류는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크게 3가지인데, 맥박이 지나치게 빠른 것을 ‘빈맥’, 반대로 느린 것을 ‘서맥’이라고 한다. 맥박 수는 분당 60~100번으로 정상이지만, 불규칙하게 뛸 때는 ‘불규칙 맥’ 또는 ‘기외 수축’이라고 부른다.
심장 내에는 전기 회로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전기가 흐르면서 규칙적으로 박동이 이뤄진다. 빈맥은 이런 전기 회로에서 비정상적으로 신호가 빨리 나와 안정 상태에서도 100회 이상 뛸 때 발생한다.
반면 회로 중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전기 흐름이 차단되면,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분당 60회 미만으로 맥박이 뛰는 서맥이 나타난다. 간혹 정상 전기 회로 이외의 다른 부위에서 전기 신호가 나와 심장이 예정보다 한 박자 빨리 뛰게 될 때 ‘조기 박동’이나 기외 수축이 일어난다.
양성 부정맥과 악성 부정맥
모든 부정맥이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한번 발생하면 매우 위험해 치명적일 수 있는 악성 부정맥이 있는가 하면, 당장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심장을 멎게 하지는 않는 양성 부정맥이 있다.
양성이냐 악성이냐를 구분하는 데에는 다음 몇 가지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증상이나 혈압 같은 활력 징후의 변화가 얼마나 심했는지, 원래 심장병을 앓던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부정맥은 아닌지, 유사한 증상이나 부정맥으로 급사한 가족력이 있는지 등이다. 또 부정맥으로 인해 심장마비, 졸도나 졸도 바로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는지 여부 등도 중요하다.
양성 부정맥에는 앞서 얘기한 기외 수축(조기 박동), 증상이 없는 정도의 서맥, 대부분의 상심실성 빈맥, 맥박수가 빠르지 않은 심방세동 등이 해당된다. 각각의 질환에 따라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고, 급사와는 관련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해야 하는 부정맥도 있어서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악성 부정맥은 선천성 심장병이나 심장근육병, 심근경색증 같은 심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동반된 빈맥, 심실빈맥, 심실세동이나 현저한 증상을 동반한 서맥 등이 해당된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급성 심장마비를 막기 위해 체내 전기 충격기나 심장 박동기 삽입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빈맥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전극도자절제술과 같은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일차성 부정맥과 이차성 부정맥
심장 내에 심각한 구조적 이상이 없이 발생하는 부정맥을 일차성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근경색, 심근병증, 선천성 심장질환 또는 심부전증에서와 같이 심각한 심장병 환자가 합병증으로 이차적인 부정맥이 발생한 경우가 이차성 부정맥이다.
이차성 부정맥의 경우, 원인 심장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우선이며 심장 상태가 안 좋을수록 부정맥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악성 부정맥에 대해선 약물 치료와 함께 급성 심장마비를 막기 위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사진은 부정맥 시술 모습. 사진 = 고려대 안암병원
대표적인 중증 부정맥으로 심실빈맥이나 심방세동 등은 일차성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차성 부정맥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일차성 부정맥은 심장초음파 등 기본적인 심장 검사에서 구조적인 이상이 관찰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고, 심방세동과 심실빈맥 외에도 기외 수축, 발작성 빈맥증 등이 있다.
유전성 질환에 의한 일차성 부정맥처럼 치사성 빈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정맥은 적절하게 치료하면 대부분 심장 기능에 큰 문제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바람 찬 겨울철, 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에 각별히 주의해야
부정맥을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며, 심전도가 매우 중요한 검사 방법이다.
순간 포착이 어려운 발작성 빈맥증, 기외 수축, 심방세동 또는 원인 불명의 실신 등에서는 24~48시간 활동 심전도나 1주일 내지 한 달간의 심장 사건 기록 검사, 1~2년 사이의 심전도 기록이 가능한 체내 삽입형 심전도 장치(일명 루프 레코더) 등처럼 보다 정밀하고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구조적 심장병 유무 및 심장 기능의 확인을 위해 심장 초음파 검사가 기본적으로 요구되고, 흉통이 있거나 운동 부하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 등에는 관동맥 조영술 등으로 관상동맥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기립 경사도 검사는 실신 환자에게서 자율신경계와 연관된 미주신경 실신 등의 진단에 유용한 검사이다. 발작성 빈맥 또는 악성 심실빈맥 등이 강력히 의심되지만 확진이 어려운 경우나 확진 후 완치를 목적으로 한 전극도자 절제술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가 심장 전기 생리 검사이다.
이는 혈관을 통해 심장에 가느다란 전극선(카테타)을 위치시키고 다양하고 정밀한 전기 자극 검사법을 이용해 빈맥 유무의 확인, 심장 내 전기회로 이상 및 정확한 위치 파악, 빈맥의 진원지와 서맥의 확진 등이 가능한 검사이다.
겨울철에는 부정맥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운 겨울, 특히 찬바람이 불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되 외출할 때는 옷을 충분히 갖춰 입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침 기상 시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 대문 밖 신문을 가지러 가거나 실외 화장실을 갈 때는 덧옷을 충분히 입는 것이 좋다. 추운 날씨에 새벽 운동이나 등산은 삼가는 것이 좋다. 만약 운동을 하게 된다면 운동 전 약 10분간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 체조로 심장 등 신체가 추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본 운동에 들어가서도 약한 강도부터 시작해 마지막에 다시 약한 강도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할 때 가슴 부위가 답답하거나 통증, 호흡 곤란 증세 등이 느껴지면 즉시 순환기내과 또는 심혈관 질환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