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안창현 기자) 넉넉한 공간과 여유로운 주행 성능, 여기에 강력한 파워까지 갖춘 SUV들이 인기다. 주말이면 SUV에 각종 캠핑 장비를 싣고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도 늘고 있다. 이제 럭셔리 SUV는 거칠고 역동적인 오프로드 차량에서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과 도심 주행에 적합한 도시형 차량으로 진화했다. 지프(Jeep)와 랜드로버(Land Rover)는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SUV 전문 브랜드다. 두 브랜드 모두 1940년대부터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SUV를 생산해온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은 최근 온로드 중심의 세련된 SUV뿐 아니라 전통적인 오프로드의 거칠고 강력한 SUV 모델까지 아우르고 있다. SUV 인기몰이에 편승해 다양한 자동차 메이커가 SUV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SUV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지프와 랜드로버를 만나보자.
지프는 74년 역사만큼이나 SUV 모델이 가진 역동적이고 모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브랜드다. 최근에는 고품격의 온로드 주행 성능과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 연비 효율성 및 다양한 편의 사양들을 장착하고 럭셔리 SUV 브랜드로 거듭났다.
특히 지프의 고급 세단 못지않은 인테리어 디자인은 최근 SUV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프리미엄 소재와 우아한 디자인을 통해 오감을 사로잡는 감성을 연출하고 있다. 현재 SUV는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반영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프로드 4륜구동에서 지금의 럭셔리 SUV까지 오는 길을 멀었다.
지프: 오프로드의 명성을 그대로 도로에
제2차 세계대전 초 미국과 연합군은 기동력을 앞세운 독일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 국방부는 당시 독일의 기동력이 4륜구동 차량에 있음을 파악했고, 이에 맞설 차량 개발을 입찰에 붙였다.
그렇게 해서 윌리스-오버랜드 사가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최초의 지프인 ‘윌리스 MB’를 양산했다. 이때 생산된 소형 지프는 기민한 기동력으로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결정짓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산악전과 기습 작전에서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았다.
▲1962년형 지프 ‘왜고니어’. 사진 = FCA 코리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지프는 군인과 젊은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곧 레저용, 농·축산업용 등으로 용도를 넓혀갔고, 군용보다 맵시 있게 외관을 다듬은 ‘CJ-2A’ 모델을 1945년 내놓으면서 CJ(Civilian Jeep) 시리즈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지프라는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4륜구동 차량을 총칭하는 보통명사로 각인됐다.
CJ 시리즈의 다양한 업그레이드 모델이 등장하는 사이 윌리스-오버랜드사는 1953년 카이저 코퍼레이션, 1970년 AMC에 통합됐고, 1987년 크라이슬러 그룹에 합병됐다. 이후 지프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한 SUV 라인업을 출시했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패밀리 SUV, 럭셔리 SUV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한 것이다.
1962년 4륜구동 최초로 파워 스티어링 휠과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지프 왜고니어(Wagoneer)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 SUV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기념비적인 모델이자 럭셔리 4륜구동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이후 1984년 양산된 2세대 지프 체로키(Cherokee)는 스포티한 성능과 디자인을 강조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족을 위한 SUV’ 붐을 일으키는 데 공헌했다. 이 모델은 현대적인 SUV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프는 첫 모델이었던 윌리스 MB와 CJ 시리즈를 통해 보여줬던 개성 있는 디자인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현재까지 이어오면서 명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프리미엄 SUV 그랜드 체로키, 중형 SUV 체로키, 준중형 SUV 컴패스(Compass), 소형 SUV 레니게이드(Renegade), 오프로더 랭글러(Wrangler) 등의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랜드로버: 알루미늄 차체의 럭셔리 SUV
랜드로버는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SUV 브랜드다. 오랫동안 미국 지프와 SUV 라인업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랜드로버의 역사는 영국 로버 자동차를 세운 모리스 윌크스와 스펜서 윌크스 형제로부터 시작됐다.
윌크스 형제는 1948년 이미 지프를 몰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터에서 위력을 떨쳤던 지프가 농업용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많다고 느꼈다. 고민 끝에 지프의 섀시를 이용한 4륜구동 다목적 차량 제작에 착수했고, 첫 랜드로버 차량이 1년 만에 공개됐다.
▲2012년형 ‘랭글러 루비콘’. 사진 = 랜드로버 코리아
최초의 랜드로버는 정비가 간편하고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 출시 직후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한 것이 이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는 전쟁 여파로 쇠 물량이 많지 않았다. 이에 랜드로버는 알루미늄 차체로 제작됐고, 이것이 되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랜드로버의 알루미늄 차체는 제작단가는 상대적으로 비쌌지만 무게가 가볍고 녹이 슬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녔다. 여기에 오프로드에서 우수한 주행력과 탁월한 적재능력으로 곧 로버 그룹의 대표 모델로 성장했고 4륜구동 SUV의 대표 브랜드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랜드로버는 럭셔리(Luxury), 레저(Leisure), 다목적성(Dual-Purpose)이란 가치를 서로 다른 라인업에서 구축하고 있다.
‘럭셔리’는 레인지로버(Range Rover) 라인업이 담당하고 있다. 레인지로버를 비롯해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베스트셀링 모델 이보크(Range Rover Evoque) 등이 랜드로버만의 고급스러움을 담당하고 있다.
디스커버리(Discovery) 라인업은 레저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랜드로버 사는 2015년 새로운 디스커버리 모델인 디스커버리 스포츠(Discovery Sport)를 한국에 출시했다. 랜드로버 측은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가장 다재다능한 프리미엄 콤팩트 SUV를 목표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은 프리미엄 SUV”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다목적성은 랜드로버 최초 모델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모델 디펜더(Defender)가 추구하는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