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 중국부자 이야기 - 왕타오] ‘최강 드론왕국’ 창업한 30대 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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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송행근 중국경제문화학자) 1980년생, 36세, 5조 자산가. ‘드론 업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왕타오의 현주소이다. 그는 다장촹신테크놀로지(大疆創新, DJI)의 최고경영자(CEO)다.
2105년 포브스가 선정한 부자 리스트에서 5조 이상의 재산을 가진 한국인은 4명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다.
왕타오(汪滔)는 알리바바의 마윈과 샤오미의 레이쥔보다 훨씬 주목 받는 중국의 차세대 인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무인기’라고 평가받는 드론의 개척자이자 보급자이기 때문이다. 왕타오는 누구일까? 그는 1980년 항저우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와 학교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항공 모형을 가지고 노는 것만 좋아했다. 화동사범대학에 입학했다가 자퇴했다. 홍콩과학기술대학에 재입학해 로봇과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2005년부터 학교 친구들과 무인기 비행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해 홍콩 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 상금과 로봇을 판매한 3억 원을 종자돈 삼아 다장촹신을 창업한다. 2006년 홍콩과학기술대학 전자컴퓨터공학 석사 과정 동기생 2명과 함께 선전에서 일반 주택을 빌려 창업했다. 그의 대학원 교수였던 리저상은 다장에 200만 위안(3억 6천만 원)을 펀딩하면서 첫 투자자가 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왕타오는 10년도 채 안된 신생기업을 어떻게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었을까? 첫째, 특기의 사업화이다. 그는 “창업 당시엔 직원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만들어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소형 무인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사업의 핵심 아이템으로 삼은 것이다.
▲중국 선전의 DJI 본사를 방문한 IEEE(국제 전기전자 엔지니어 협회,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의 하워드 미첼 회장에게 드론을 설명하는 왕타오 사장(오른쪽). 사진 = DJI 홈페이지
그의 목표는 빨리 실현됐다. 다장은 현재 베이징(北京), 홍콩, 미국, 독일, 일본에 자회사가 있다. 선전(深圳) 본사에만 직원이 3000여 명일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제품의 70~80%를 구미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매출액이 2010년 300만 위안에서 2014년 무려 5억 달러(약 5631억 원)로 비약적 성장을 거뒀다. 다장의 회사 가치는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 원)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오는 2023년 드론의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둘째, 뛰어난 기술력이다. 초기에는 소형 헬기에 카메라를 연결하는 기구인 ‘짐벌’을 생산했다. 2008년부터는 프로펠러 4개가 달린 드론을 출시했다. 2013년에는 카메라가 달린 드론인 ‘팬텀(Phantom)’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팬텀은 부품 조립 없이 상자에서 꺼내 그대로 날릴 수 있는 드론이다.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기술력이 뛰어날까? 왕타오의 자신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미국 포브스 지(誌) 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드론 업체는 새 모델 생산에 5~6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5~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할 정도였다.
드론은 중국의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심장한 상품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몇몇 제품을 막론하고 아직까지 세계 일류가 되거나 명품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중저가나 싸구려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드론만큼은 예외다. “메이드 인 차이나 = 세계 최고”라는 등식을 만들었고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점이 있다. 왕타오의 냉철한 현실인식과 야심찬 패기이다. 왕타오는 “대부분 중국인들은 수입 제품이라면 질이 좋다고 생각하고, 중국 제조라면 질이 떨어진다고 간주한다. 중국 기업이 자체 생산한 상품이 2류 상품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4억 중국 인민이 다 중국 제품을 2류라고 생각해도 자신만은 중국인의 자조적 인식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세계인의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많은 중국 회사들이 외국 첨단 제품의 저가 버전을 생산하지만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무인기 산업의 발전을 주도해왔다”고 하는 말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중국 제품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비장한 각오는 마침내 드론을 통해 실현됐다.
▲IEEE의 미첼 회장에게 최신형 드론을 선물하는 왕타오(왼쪽). 사진 = DJI 홈페이지
왕타오의 당찬 패기는 ‘바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자)’와 ‘중꿔몽(中國夢)’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세계 패권을 미국과 양분할 정도로 힘을 키우자 중국인들 사이에는 그들이 다시 우주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심리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바링허우를 중심으로 형성된 민족주의는 중화주의의 부활을 강력하게 염원하고 있다. 더욱이 시진핑이 중화주의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중꿔몽’을 목표로 하면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세계 최고 = 중국”이라는 염원을 살아생전에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결국 왕타오의 드론은 바링허우를 대변하고 그들의 염원을 실현하고자 하는 중꿔몽의 아바타인 셈이다.
집무실에서 먹고 자며 주 80시간 일해
드론은 2015년 최대 이슈의 하나였다. 지난해 1월 백악관으로 드론이 날아갔고, 4월에 아베 일본 수상 관저 옥상 위를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담긴 작은 병을 달고 날았다. 특히 2월 세계적인 스타 장쯔이가 남자친구 중국 가수 왕펑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드론에 실어 프로포즈하면서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드론은 항공 촬영에서부터 영화, 농업, 부동산, 언론사, 소방, 구원, 원격감지 측정, 야생동물 보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되고 있다. 또한 위치 추적기를 단 무인기로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를 감시하고 환경오수 배출 기업을 적발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제 군용 드론이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 공습에 투입돼 첫 전과를 내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드론의 상업화는 ‘하늘의 산업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이미 21세기 블루오션을 형성하고 있다.
왕타오 회장의 사무실 입구에는 ‘머리만 들어갈 것, 감정은 빼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30대 청년의 남다른 각오와 거침없는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36세 나이에 5조 자산가로 자수성가한 그는 사무실 책상 옆에 간이침대를 두고 매주 80시간씩 먹고 자며 일한다.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았기에 사무실에서 잔다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얼마나 굳건한 각오를 가지고 부단한 노력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왕타오의 패기와 배짱이라면 올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젊고 반짝반짝 빛나는 부자가 탄생할 것 같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경제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