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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디자인 시리즈 - 볼보 ①] “사람에 좋아야 좋은 디자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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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6호 안창현 기자⁄ 2016.01.21 09:02:02

▲크로스컨트리(XC) 모델 ‘올뉴 XC90’. 사진 = 볼보자동차코리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볼보(Volvo)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한다.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하는 것,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것이 볼보자동차의 지향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다른 차보다 더 빨리 달리는 차, 더 멋있게 보이는 차를 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를 ‘볼보 웨이(Volvo Way)’라고 부른다. “볼보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혁신은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볼보 브랜드 가치에 기초한다”고 볼보 측은 설명한다. 볼보 하면 제일 먼저 ‘안전’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볼보는 현재 일반화돼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자동차 유해가스 방출을 90%까지 감소시켜준다는 ‘람다센터’도 볼보가 처음 만들었다. 볼보가 개발한 이 기술들은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차량에 적용된다. 그 밖에도 2단 부스터 시트나 보행자 에어백 등은 어린이는 물론 거리 보행자까지 고려한 장치들이다. 안전에 대한 볼보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볼보 디자인은 어떤가? 볼보는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사람이 우선이었다. 자동차 이용자를 편하고 안전하게 해주는 것이 볼보에게 좋은 디자인이다. 그래서 단순함, 기능성, 내구성 같은 가치들이 오랫동안 디자인의 초석을 이뤘다.

“튼튼하지만 단순하고 투박하다”는 평가도 하다. 하지만 볼보는 지금까지 가장 아름다운 차 디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스포츠 쿠페 ‘P1800’을 보유한 디자인 강국 스웨덴의 자동차 업체다. P1800은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의 지휘 아래 새롭게 변신 중인 볼보자동차가 공개한 콘셉트 쿠페의 디자인 모델이 됐다. 최근 잇달아 볼보 디자인의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카를 내놓으며 스칸디나비아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볼보를 만나보자.

▲볼보의 첫 양산차 ‘야곱’. 사진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는 1927년 아서 가브리엘슨과 구스타프 라르손에 의해 창립됐다. 스웨덴의 추운 날씨와 좋지 않은 도로 사정은, 두 설립자가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하는 배경이 됐다. 볼보자동차는 기업 이념으로 ‘안전(Safety), 품질(Quality), 환경(Environment)’을 처음부터 내세웠다.

특이하게도 처음에는 미국식 디자인에 기초한 모델을 선보였다. 강력한 차대(차체를 받치며 바퀴와 연결된 철)와 활축(바퀴와 축이 함께 회전하도록 바퀴를 고정한 차축), 긴 원통형 스프링을 앞뒤로 장식한 ‘야곱(JAKOB)’이란 모델이 전형적이었다.

지구 118바퀴 돈 스포츠카 P1800

볼보의 첫 모델인 야곱은 당시 4기통 엔진으로 최고 속도 90㎞/h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 PV651이 추가됐다. PV651은 길이와 폭이 더 커졌고, 야곱보다 더 강한 프레임이 채택됐다. 더욱 증가한 엔진 출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볼보가 진출을 희망했던 택시 시장에서 특히 호평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주로 스웨덴 군용 차량으로 비포장길 주행용 차량을 생산했다. 소형차 PV444를 개발하면서 볼보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뛰어난 내구성으로 유명한 ‘P1800’. 사진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는 초기부터 강력한 성능과 안전성으로 유명했지만, 튼튼하고 투박한 차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1959년 볼보는 최초의 스포츠 쿠페를 선보였다. 차량 이름은 P1800으로, 나중에 P1800S, 1800S, 1800E 등의 파생 모델이 탄생했다.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기아(Ghia)가 디자인한 유선형 차체는 지금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차 디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P1800과 관련해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에피소드가 있다. 46년 동안 P1800을 타고 476만㎞를 달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지구 118바퀴를 돈 셈이다.

미국인 아이브 고든이 1966년에 산 P1800을 46년 동안 몰며 최장 주행 기록을 경신했다. 21년 만에 100만 마일(약 160만㎞)을 주파한 그는 2002년 200만 마일(321만㎞)을 넘기며 세계 최장 주행 기록을 계속 갈아치웠다.

고든은 25살 때 자신의 1년치 월급인 4150달러를 들여 P1800을 구매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이후 이 차를 타고 미국 곳곳을 다녔다. 그는 2012년 한 인터뷰에서 “여전히 오리지널 엔진 상태인 P1800은 46년 동안 별 고장 없이 건재하다”며 “내 자동차가 나보다 훨씬 오래 살 것”이라고 했다. 볼보 차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볼보 미래 이끌 디자인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

볼보는 그간 미국의 포드, 중국의 지리 등에 합병-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수익성 악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통해 볼보는 조금씩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볼보의 XC90은 최고의 SUV로 수차례 선정된 볼보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사진 = 볼보자동차코리아

1999년 포드와의 합병 이후 볼보는 기존의 사각 형태를 벗고 유선형 디자인을 적극 채용하며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SUV와 더불어 크로스오버 라인업 ‘XC(크로스컨트리)’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차종 다각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모기업인 포드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볼보는 다시 어려움에 봉착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포드가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고, 결국 볼보는 중국 자동차 업체 지리에 매각됐다.

지리에 인수된 뒤 볼보의 개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볼보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2년 폭스바겐의 포츠담 디자인 센터 책임자였던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볼보의 인기 SUV 모델 ‘XC60’. 사진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디자인을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는 볼보차를 이렇게 정의했다.

“볼보는 특히 강력한 헤리티지(전통)를 지닌 인간 중심 브랜드이며, 현재 스웨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다. 따라서 오리지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만들어낼 유일한 자동차 메이커다. 문제는 현대적이고 바람직한 해석을 만들어내는 일일 뿐이다.”

볼보의 새로운 시작, 올뉴 XC90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SUV XC90은 200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볼보 어드벤처 콘셉트’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미 10년이 넘은 모델이지만,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수차례 최고의 SUV로 선정됐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볼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 모델 역시 XC 시리즈에서 나왔다. 지난 2014년 8월, 스톡홀름의 특별 행사장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올뉴 XC90(The All New XC90)’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토마스 잉엔라트의 지휘 아래 제작된 볼보의 첫 양산형 자동차였고, 볼보를 상징하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이 대거 적용됐다.

볼보 관계자는 “볼보의 혁신적인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된 프리미엄 7인승 SUV로, 새로운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세계 최초의 안전 시스템, 그리고 내외관 디자인까지 전 부문에 걸쳐 완벽하게 진화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개발된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2.0ℓ 4기통 신형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로 구성된 ‘드라이브-E(Drive-E)’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올뉴 XC90 트윈 엔진 모델의 경우,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조합해 최대 400마력의 출력과 60g/㎞(유럽 기준)의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랑한다.

외관 디자인은 볼보의 전통을 강하게 반영했다. 클래식한 형태로 변경된 아이언 마크를 시작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T자형 주간 주행등과 XC 시리즈를 계승하는 후미등, 그리고 최대 22인치의 휠 등을 적용해 존재감을 강조했다.

차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터치스크린 컨트롤 콘솔(touch-screen control console)’이다. 기존의 버튼식 방식에서 벗어나 마치 태블릿 PC를 쓰는 것처럼 손가락 터치만으로 대부분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배려했다. 또 인터넷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고, 디지털 계기판과 상호 연동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인테리어 소재는 전통의 장인 정신을 전달할 수 있는 부드러운 천연 가죽과 따뜻한 느낌의 나무 등을 사용했다. 스웨덴 오레포스(Orrefors)사의 크리스털 글래스가 적용된 기어 레버, 다이아몬드 커팅 방식으로 제작한 볼륨 조절 버튼 등은 여유로운 북유럽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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