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 조성묵 작가(사진)가 18일 오전 10시 26분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 조성묵 작가는 지난해 강북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으며 폐기종으로 사망했다고 유족은 밝혔다.
1940년 충남 대전에서 출생한 고인은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에서 수학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 제9회 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했고, 전위 조각단체인 원형회와 대표적인 전위 미술단체인 AG에 참여하는 등 한국 현대조각의 전위적인 흐름을 이끌어갔다.
조 작가는 1990년대 후반에 식재료인 국수를 재료로 커뮤케이션 연작을 발표해오다 2010년 합성수지를 재료로 빵 같은 느낌을 풍기는 작품을 발표하며 작업 세계를 진화시켜 왔다. 국수와 빵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작업으로 주목받은 고인에 대해 유족들은 "FRP 재료 사용으로 폐기종이 생긴것 같다"고 전했다.
1960~70년대 당대 현대조각의 최전선에 위치한 추상조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하던 작가는 산업 생산된 기성품을 재료로 도입함으로써 일상의 사물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대부터는 의자라는 상징을 통해 권력, 문명, 인간의 의미를 탐구해온 '메신저' 연작을 꾸준히 발표했다. 권력과 지위를 표상하는 의자를 통해 음과 양, 안과 밖, 인간과 환경, 자연과 문명 등 대립항의 재고를 촉구해온 그의 대표 시리즈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멋의 맛 - 조성묵'전이 지난 1일부터 열리고 있다. 한국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원로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13번째이자 조소 부문 3번째 전시다. 오랜 세월 조소계의 중추로서 구축한 중량감 있는 의자 형상 조각들이 보여주는 중후한 멋의 세계, 감각적인 재료의 유희성이 풍기는 맛의 세계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작품 90여 점이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