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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작품이 움직움직, 돈벌이 아이디어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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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7호 윤하나 기자⁄ 2016.01.28 08:56:28

▲우주&림희영, ‘사일런스 오브 더 울프 - 시크릿 키핑 머신(Silence of the wolf - Secret keeping machine)’. 스테인리스 스틸, 마이크로 프로세서, DC 모터, 마이크로 DC 모터, mdf, 시멘트, 아크릴, 65 x 65 x 220cm. 2012. 사진 = 우주&림희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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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윤하나 기자) 윤하나 기자)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박물관은 이미 생명이 끝나 미동조차 하지 않는 존재들의 장소지만 밤만 되면 죽어 있던 박물관 소장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소동이 일어난다. 이 영화처럼 요즘엔 갤러리 작품들도 때로 스스로 움직인다.

움직이는 예술은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도 불린다. 키네틱 아트는 전통을 부정하고 기계 문명이 가져온 속도감을 새로운 미(美)로 표현하려 한 미래주의, 그리고 반이성(反理性), 반도덕, 반예술을 표방한 다다이즘에서 파생됐다. 카로의 모빌 연작을 시작으로 자연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거나, 기계로 작동되는 조각까지 점차 의미가 확장됐다. 이후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 관객과 상호 소통하는 미술)를 기반으로 빛이나 전기의 이용이 주가 됐다. 최근 많이 보기 힘들었던 키네틱 아트 전시가 두 곳에서 열렸다. 작가가 직접 설계·제작한 기계가 시간이나 관객의 동작에 반응하며 각각 어떻게 구동되는지 살펴보자.


고장난 시계는 시간을 안다
우주+림 ‘제 1회 잔기술 전 - 시계방’

우주와 림희영은 작가 부부로, 이전까지 거대하고도 정교한 금속 기계를 선보였다. 톱니바퀴와 다양한 공학 기술을 접목해 SF 영화에 나올 듯 기괴한 작품을 제작해온 이 키네틱 아트 작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시계를 제작했다. 그것도 고장난 시계를.

▲우주+림희영, ‘고장 난 전구 시리즈’. 스틸, 마이크로 프로세서, 레진, 스테인리스 스틸. 2016. 사진 = 플레이스막

우주+림은 움직이는 조각, 즉 키네틱 아트에 집중했다. 그동안 독특한 기계들을 제작하면서 제작비와 생활비를 작가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우주+림은 자신들이 가진 잔기술에 주목했다. “작가마다 본인의 작업 기술 외에도 한 가지씩은 잔기술이 있기 마련”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딱히 쓸모가 있을까 싶지만 어디에도 쓸데가 없진 않을 것 같은 이 잔기술을 이용해 생계를 위한 모색을 시도했다. 

이들이 만든 시계는 얼핏 봐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고장난 시계처럼 보인다. 깜빡이는 전구를 꽂은 스탠드조명은 또 어떤가? 불규칙적인 듯 규칙적인 듯 수시로 깜빡이는 전구를 보면서 과연 이 전시장에 제대로 구동되는 기계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의 작품들은 모두 현재의 시간을 정확히 안내하는 시계로 제작됐다.

총 세 가지 시계 보는 방법을 작가들은 친절히 설명한다. 우선 ‘고장 난 전구’는 현재 시각에 맞춰 전구의 불빛이 깜빡인다. 현재가 특정 시간의 0~10분이라면 1번, 10~20분이면 2번, 20~30분 사이엔 3번… 등 10분 간격으로 전구의 깜빡임 숫자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전구가 2번 깜빡 거린 뒤 5번 깜빡거리면 현재 시각이 2시 40~50분 사이임을 알 수 있다. 

▲우주&림희영, ‘고장 난 시계를 한 손’. 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마이크로 프로세서, 레진, 14 x 12 x 33cm. 2016. 사진 = 플레이스막

이 작동 원리는 고장 난 시계, 고장 난 8번 자명종 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작가가 설정해놓은 구동 원리를 알게 되면, 그저 고장난 것처럼 보이던 작품들이 얼마나 정확히 움직이는지 깨닫고 놀랄지도 모른다.

우주+림은 현재 전시 중인 이 고장난 시계들을 전시하는 동시에 판매도 한다. 절실히 하고 싶은 작업을 위해 자신들이 가진 잔기술로 돈버는 방식을 강구했다는 이들은 사뭇 진지했다. 현실적 어려움으로 작업의 끈을 놓기보다는 대안적 전시를 통해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작가들 대부분이 공유하는 고민을 해결할 아이디어처럼 깜빡이길 기대해본다. 전시는 1월 27일까지.


오토포이 박사의 평화공작소
김동현 ‘Endless Divine Proportion’전

움직이는 과학 교구 혹은 놀이 기구를 연상케 하는 작가 김동현의 전시 ‘엔들레스 디바인 프로포션(Endless Divine Proportion)’전이 안양의 오픈스쿨에서 열린다. 작가는 키네틱 설치 작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왔다. 오락실의 클래식 게임인 핀볼 기계나 움직이는 뼈 화석 등을 작가 특유의 개성을 담아 제작한 바 있다.

▲김동현, ‘바람이 불 때는 바람을 등지고 날아야 한다’. 나무, 기어, 알루미늄 사슬, 아두이노+센서. 200 x 180 x 170cm. 2015. 사진 = 김동현 작가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람객의 행위에 따라 다양한 장치가 움직이는,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계’를 상징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인간 개인과 사회, 환경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연결돼 있고, 그 연결고리가 우리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시각적인 방식으로 탐구한다. 작가는 인간과 우주를 잇는 연결성을 ‘즐거움과 유희’를 통해 발견하려 한다. 때문에 김동현의 작품들은 모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놀이하며 움직일 수 있게 고안됐다.

▲김동현, ‘디바인 프로포션 넘버 투(Divine Proportion No.2)’. PVC, 나무, 모터, 아두이노, 센서, 가변 크기. 2015. 사진 = 김동현 작가

작가는 모든 것이 연결된 순환 고리를 상상하면서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었다. 관람객의 손짓 하나, 동작 하나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작품들은, 하나의 힘이 주변의 장치들과 만나면서 부차적인 힘과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종국에는 전체 시스템을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한마디로 나비효과처럼, 하나의 작은 시도가 시스템과 맞물려 전체에 영향을 미침을 작가가 고안한 기계들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작가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 또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키트(kit)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머와 놀이를 통해서라면 어떤 다툼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구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작가는 오늘도 독특한 구상에 여념이 없다. 전시는 1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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