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그림손이 고요한 화면 속 점과 선들의 치열한 만남을 그리는 최상철 작가의 개인전을 2월 24일~3월 8일 연다. 갤러리그림손은 최상철을 '끝없이 버림과 비움을 추구했던 노자의 사유를 연상시키는 작가'라 소개한다.
작가의 작업은 무거운 막대 끝에 실로 연필을 매달아 늘어뜨리고, 이리저리 종이 위를 무심히 오가며 화면에 그려지는 선들의 조합부터 시작한다. 화면 위에 무의식을 옮겨 놓거나, 무작위로 찍은 점들의 집적(集積)을 수용하는 태도들이 주목된다.
이는 표현과 묘사에 익숙해진 손의 행위와 마음의 의지 작용을 최소화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스스로의 작업 태도를 심(虛心)과 무심(無心), 무욕(無欲)과 무작위(無作爲), 그리고 손욕(損欲)과 절욕(節欲)이라 이야기 한다.
박순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는 "작가가 말하는 비움과 없앰, 그리고 버림과 절제가 완전한 무(無)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 개인의 심미 지향점에 따라 일정한 목적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억지로 하지는 않지만 하지 않음이 없다'는 노자의 무위이무부위(無爲而無不爲)의 실천인 듯한 이러한 작업 태도를 예술에서 최소한의 '무위(無爲)'의 방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갤러리그림손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치열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비움과 무의식의 여유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