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스타들의 모습이 전시장에 등장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배우 최은희, 김지미를 비롯해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과 현재도 섹시 아이콘으로 꼽히는 마돈나 등 해외 스타까지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먼저 마돈나에게 ‘팝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앨범 ‘트루 블루(True Blue)’의 오리지널 흑백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허브릿츠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주목된다. 허브릿츠는 ‘보그’와 ‘롤링 스톤’, ‘베니티 페어’, ‘인터뷰’ 등 1980년대 유명 패션 매거진의 커버 사진을 가장 많이 찍었던 작가다. 인물의 특징을 제대로 포착해 살리는 능력으로, 스타뿐 아니라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 스티븐 호킹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의 사진으로 유명하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허브릿츠의 작업들을 5월 2일까지 선보인다.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나오미 캠벨, 잭 니콜슨, 마이클 잭슨, 신디 크로포드 등 분야를 넘나드는 추억의 스타 사진을 통해 1970~80년대 화려한 할리우드 황금기를 추억하게 한다.
▲허브릿츠, ‘잭 니콜슨, 런던’. 젤라틴 실버, 16 x 20인치. 1988. 사진=허브릿츠재단
▲허브릿츠, ‘스테파니, 신디, 크리스티, 타티야나, 나오미’. 젤라틴 실버, 20 x 24인치. 사진 = 허브릿츠재단
스타의 이미지를 내세운 전시는 낯익다. 많은 스타들의 이미지가 전시에 활용됐다. 작년에는 지드래곤이 직접 미술 전시에 참여했고, 그 스스로가 미술 작업의 모티브가 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 을지로엔 스타의 모습을 밀랍 인형으로 전시하는 그레뱅 뮤지엄이 아시아 최초로 개관했다. 강남 스타일 열풍의 주인공 싸이와 ‘아시아의 프린스’로 불리는 배우 장근석 등 사랑 받는 스타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공간이다.
반면 허브릿츠는 스타들의 때로는 일탈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중을 위한 ‘마스크’를 쓴 그들의 모습은 식상할 수도 있다. 허브릿츠는 스타들의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연출 모습을 선보여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촌스럽지 않게 부활한 그 시절 스타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로 항상 손꼽히는 톰 행크스에게 허브릿츠는 죄수복을 입혔다. 2년 연속 세계 최고 미인으로 꼽힌 바 있는 미셸 파이퍼에게는 여성미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남장을 시켰고, 섹시 아이콘인 마돈나에게는 우스꽝스러운 미키마우스 귀를 달았다. 낯설 수 있는 시도는 오히려 팬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조덕현, ‘할리우드 에픽 - 레베카, 김지민’(부분). 캔버스/한지에 연필, 204 x 194cm. 2015.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조덕현, ‘할리우드 에픽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은희’. 캔버스/한지에 연필, 130 x 94cm. 2015.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허브릿츠재단의 마크 맥케나 회장은 “허브릿츠는 단순히 유명 스타를 찍는 게 아니라,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포착해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했다”며 “스타를 일반 사진모델처럼 대하며 자연스러운 순간을 기록하려 했고, 심지어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사람까지 자연스럽게 촬영에 임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탄생한 사진이어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돈나는 허브릿츠에 대한 추모사에서 “말만으로 내 옷을 벗기고, 추운 모래밭에서 바보처럼 춤추며 뛰게 만든 사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허브릿츠가 미국 스타들의 색다른 모습을 끌어냈다면, ‘님의 정원: 조덕현 아카이브’전은 한국 스타들을 예술 작품으로 부활시켰다. 허브릿츠 전시보다는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의 방식은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명장면에 한국 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해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조덕현은 오래된 흑백 사진을 캔버스에 꼼꼼하게 옮겨 그리며 삶과 시간의 의미를 묻는 회화 작업, 그것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설치 작업, 가상의 발굴을 통해 역사와 기억의 의미를 묻는 발굴 작업으로 대변되는 작가다.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최은희, 김지미, 양미희 등 추억의 스타들을 불러왔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출중한 여배우로 평가받는 최은희,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린 김지미, 1950년대에 혜성같이 나타나 신세대 스타로 불리며 당대 유행과 스캔들의 리더였던 양미희의 전성기 모습을 유명 영화의 명장면과 합성시킨 ‘할리우드 에픽’ 연작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비비안 리의 얼굴에 최은희가 들어가 있는 식이다.
▲조덕현, ‘할리우드 에픽 - 양미희’(부분). 캔버스/한지에 연필, 206 x 194cm. 2015.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이 전시는 추억의 스타를 활용해, 복고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전시의 주인공인 최은희는 노환으로 와병 중이다. 김지미는 신병치료차 해외 체류 중이고, 양미희는 영화계에서 사라져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하다.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준다. 현재와 대비되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표현하며,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당대의 추억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 3층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4월 16일까지 열린다.
한 미술 관계자는 “스타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전시는 관객의 관심을 불러들이는 콘텐츠로 계속해서 꾸준히 열리는 추세”라며 “현재 인기 있는 스타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예도 많지만, 특히 추억의 스타는 옛 시대 감성을 떠오르게 하는 측면이 있어 많이 활용된다. 복고 콘텐츠는 안정적인 관심을 얻는다. 앞으로도 이런 전시가 꾸준히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