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도봉서 조주형 경위] 잇따라 생명 살린 ‘심폐소생 수호천사’
▲조 경위가 동료 경찰관과 버스 안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 서울도봉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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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지난 11월 6일 서울 숭미파출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파출소로 주민 한 사람이 다급히 뛰어 들어와선 “신호 대기 중인 트럭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다”고 신고했다. 평소 호흡기 질환이 있던 운전자가 갑자기 심정지 상태가 돼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트럭은 도로 위에서 50m 가량 그냥 굴러가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근무 중이던 조주형 경위(50)가 출동했다. 주변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무방비 상태로 굴러가는 트럭을 멈춰 세우고 운전자를 도로 위로 끌어냈다. 그리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전기 충격을 주는 제세동기를 사용했다. 이런 응급처치의 결과 운전자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관이라도 긴급한 상황에 당황하기 쉽다. 하지만 조 경위는 요즘 이런 상황만 세 차례 겪고 모두 목숨을 구해줘 베테랑 수호천사가 됐다.
조 경위가 심폐소생술을 처음으로 쓴 것은 파출소 인근 버스 정류장에 쓰러진 할머니를 구하면서였다. 조 경위는 평소처럼 순찰 근무 중이었는데, 여학생이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며 다급하게 그를 찾았다.
조 경위는 신속하게 현장에 달려가 119 구조 요청을 한 뒤 할머니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경찰서에서 교육 받은 심폐소생술이 유용했다. 다행히 할머니는 무사했다.
▲도봉서 신창파출소 조주형 경위. 사진 = 안창현 기자
그 얼마 뒤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새벽 4시경 버스 기사로부터 다급한 112 신고가 접수됐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한 승객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는 신고였다.
신고를 접수한 조 경위는 근무 동료와 함께 바로 출동했다. 의식과 맥박이 정지된 위급한 상태였다. 조 경위는 긴급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파출소에 비치된 제세동기를 함께 사용했다. 얼마 뒤 쓰러진 승객의 호흡과 맥박은 살아났고, 119 구조대를 통해 병원으로 무사히 인계할 수 있었다.
도로에서 트럭 운전자가 갑자기 정신을 잃은 사건은 이렇게 조 경위가 3번째 겪는 심폐소생술 상황이었다. 그는 “경찰서에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관들도 언제 현장에서 긴급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게 될지 모르므로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았다고 위급한 실제 상황에서 착착 몸이 움직여주는 게 아니다. 조 경우 역시 “처음에 긴급 상황에 직면하니 정신이 없었다. ‘잘못하면 어쩌나’ 두려움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조 경위는 침착하게 배운 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럴 때 시민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지난 11월 트럭 운전자를 구할 때는 특히 더 그랬다. 최초 신고자도 시민이었고, 도로 위를 서서히 굴러가는 트럭을 멈춰 세우고, 운전자를 꺼내는 데도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 119 구조대 신고와 제세동기 운반 등이 모두 시민의 협조를 통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도봉소방서(서장 강성동)는 숭미파출소 김성규 경감과 조주형 경위(오른쪽)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사진 = 서울도봉경찰서
이런 조 경위의 구조 사례는 서울경찰청 페이스북과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소식을 들은 도방소방서장은 “소방관도 이렇게 구조하긴 쉽지 않다”며 얼마 전 조 경위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3명의 생명 구하며 소방서장 표창도 받아
조 경위는 “일선에서 모든 경찰관이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내가 너무 관심을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현장에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가 들어와도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번은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는데, 쓰러진 분이 숨을 쉬지 않았다. 이미 죽은 것 같았지만, 가족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며 다급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지만, 끝내 살리지 못했다.” 그 사람은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상태였다는 말을 나중에 구조대원에게 전해 들었다.
조 경위가 운이 좋았다고 말한 것은 그래서였다. 세사건 모두 파출소 반경 100m 내에서 벌어져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다. 생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자들의 상태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모두 병원에서 일주일 안에 퇴원했다고 한다.
최근 조 경위는 3명의 생명을 살렸던 숭미파출소에서 신창파출소로 새롭게 근무지를 옮겼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환경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